[수기] 아빠의 아들들 너희는 형제
[수기] 아빠의 아들들 너희는 형제
  • 강석우 기자
  • 승인 2010.12.03 15: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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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행복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이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채희(여, 부산시 강서구) 씨의 ‘아빠의 아들들 너희는 형제’ 전문이다.  

 

아빠의 아들들 너희는 형제

 

아홉 살 큰 아들 용우와 일곱 살인 작은 아들 용하는 어디를 가도 뒤지지 않을 각별한 형제애를 과시한다.

 

컴퓨터 게임을 할 때도, 롤러브레이드를 탈 때도, 고추를 달랑거리며 욕실로 씻으러 들어 갈 때도, ‘형아, 형아!’하면서 용하는 형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용하야, 용하야!’하면서 용우는 언제나 용하를 챙겨준다. 그런 두 아들의 한 편의 동화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저 녀석들을 낳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마다 참으로 흐뭇했다.

 

직장일로 중국에 한 며칠 출장을 가 있는 바람에 나는 첫 아이의 출산을 지켜보지 못했다.

 

‘당신 고생 많았어. 내가 옆에 있어 주어야 했는데 미안해.’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낳은 것은 여자들에게 평생의 서운함이 된다는데 도저히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을 와이프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전화기 너머로 와이프는 꽤나 서운함을 감추려 애를 쓰며 ‘할 수 없잖아요. 건강한 아들이에요’라고 했다.

 

달리 당장에 와이프에게 뭘 해 줄 것이 없던 나는 꽃배달 업체에 전화를 걸어 꽃바구니를 배달시키는 것뿐이었다. 아이를 낳은 소식을 듣고는 출장지에서 중도 귀국을 하여 공항에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부랴부랴 병원으로 뛰어 갔다. 하루 지나서였는지 와이프는 반은 회복이 되어 있었고 에드벌룬처럼 한껏 부풀어 올라있던 만삭의 배는 순식간에 바람이 빠진 듯 푹 가라앉아 있었다.

 

‘수고 많았어. 미안해.’

 

조금 더 고생한 와이프에게 살갑게 하고 싶었으나 태어난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앞서있었다.

 

‘어서 가서 아이 먼저 보고 와요.’

 

와이프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신생아실로 향했다.

 

발목에 파란 띠를 두르고 간호사 품에 안겨 윈도우 앞으로 온 아이. 머리는 나처럼이나 새카맣고, 신생아임에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방울토마토 같이 빨간 입을 연신 오물거리며 내 앞에 있는 저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구나. 사랑스런 내 아들이구나.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다. 저 조그만 아이가 세상 전부를 내게 준 것 같이 기뻤다.

 

용우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처음으로 힘겹게 뒤집기를 하며, 처음으로 탁자를 짚고 우뚝 일어서며 처음으로 엄마, 아빠를 옹알옹알 부르며,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났다.

 

용우가 첫 돌이 지난 어느 날.

 

‘여보, 우리 둘째 가질까요? 용우 동생 말이에요.’

 

이 말을 먼저 꺼낸 건 와이프였다.

 

‘음. 동생이라. 그래, 그래야지. 용우도 동생이 있어야지. 하지만 당신 직장 다니면서 괜찮겠어?‘

 

‘어차피 낳을 건데 빨리 낳아야죠. 직장 다니면서 하나 키울 때 같이 키우는 게 낫지.’

 

이렇게 별로 대수롭지도 심각하지도 않게 둘째 계획을 세운 얼마 뒤, 와이프는 바로 임신을 했고 순조롭게 둘째를 낳았다.

 

또 건강한 아들이었다. 용우에게는 이제 형제인 동생이 생긴 것이었다. 이제 용우는 옆집 아이처럼 가족이 강이나 바다로 놀러갔을 때 혼자 물장구를 치거나, 혼자 모래탑을 쌓지 않아도 될 것이며, 등굣길이나 하굣길을 혼자 걸어서 오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리고 아주 멋 훗날, 엄마와 아빠가 먼저 죽고 없더라도 혼자 슬퍼하며 울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엄마…아…아기! 아기! 이뻐어…!’

 

용우는 갓 태어난 제 동생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둘째가 태어난 지 3개월도 안 되어 와이프는 복직을 했다. 그러므로 아이 둘은 고스란히 함께 사는 장모님 차지였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워낙에 순한 아이들이라서 장모님은 그나마 덜 힘들다고 하긴 했지만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사내 아이 둘을 연로하신 장모님이 하루 종일 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아무리 친정엄마라지만 어린 자식들을 떼어 놓고 직장에 나가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 아팠을 것이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할머니 보다는 엄마의 손길이 간절히 필요했을 것이다.

 

하루 24시간을 옆에 꼭 붙어서 책을 읽어주거나 글자를 가르쳐 주는 그런 엄마에게서 자라지 못한 탓이었는지 용우와 용하는 말이 늦었고 글도 늦게 익혔다. 이러다 정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와 걱정이 들었으나 다르게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저 나라도 가능한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교육하는 수밖에는….

 

아이가 말도 채 떼기 전에 이런저런 학원이다 뭐다 끌고 다니는 그런 잔인한(?) 짓은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의 기본사항 빼고는 아이들답게 마음껏 뛰어 놀며 씩씩하고 밝게, 그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이 내가 가진 사고방식이었고 그것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의 깨끗한 동심이 만들어지고 그려지기도 전에 경쟁하여 이기는 법부터 가르치고 익히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용우가 일곱 살, 용하가 다섯 살이던 어느 토요일 휴무날이었다.

 

두 아들과 나는 아파트 놀이터로 나갔는데 철봉 밑에서 용우가 용하의 허리춤을 잡더니 몇 번이고 위로 들어 올리려고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용하야, 손을 뻗어봐. 그럼 철봉이 잡혀. 어서!’

 

‘형아, 안 닿아. 조금만 더 올려줘.’

 

나는 벤치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조금만 더…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아무리 용우가 들어 올리고 용하가 팔을 뻗어도 철봉은 용하의 손에 닿지가 않았다. 용우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용하는 저도 힘이 들었는지 씩씩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느새 놀이터 주변의 아줌마들도 용우의 용하에 대한 기특한 마음씀이 눈에 들어 왔는지 어떻게 철봉에 올려 주나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두 녀석을 번쩍 들어서 철봉에 매달리게 해 주어야지 하는 생각에 미소를 살포시 지으며 벤치에서 막 일어서려 할 때, 정말 그림 같은 한 폭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용우가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손을 짚으며 엎드리더니 ‘용하야, 형아 등을 밟고 올라서라.’ 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내 용하는 신발을 벗고 용우의 등을 밟고 올라서서 그토록 잡아보려 했던 철봉을 마침내 잡은 것이었다.

 

'형아, 잡았어. 철봉을 잡았어.'

 

순간 가슴이 싸해져 오면서 눈에는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저토록 아름다운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라니. 저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이 내 자식들이라니. 이윽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자랑스러운 내 아들들 용우와 용하는 ‘멋진 형제’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루는 용하가 밖에서 놀다 들어오더니 ‘엄마, 아빠! 나도 여동생 만들어줘. 00이는 여동생 있단 말이야.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구. 응? 만들어 줘.‘ 라고 하는 것이었다.

 

‘용하는 형이 있잖아. 형 없는 친구들도 많잖니.’

 

‘치! 형은 형이고 동생은 동생이지 뭐. 난 동생, 그것도 예쁜 여동생을 가지고 싶다구 뭐.‘

 

….

 

‘여동생 있으면 내가 저금통에 저금한 돈으로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과자도 사 줄 건데.‘

 

….

 

둘째 아이와는 다르게 셋째 아이를 낳으면 어떨까 하는 말을 먼저 꺼낸 건 나였다. 용우와 용하가 친구처럼 잘 지내며 커가는 것을 보면서 아이가 하나 더 있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였다. 물론, 셋째는 예쁘고 귀여운 딸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는데 ‘딸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그리고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런 말을’ 와이프는 단박에 내 의견을 무시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이프는 직장에 다니고 있기도 하였고 마흔 줄에 들어 한참 터울 나는 셋째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는 것도 그 입장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 들어 늦둥이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아이가 둘일 때와 셋일 때는 여러모로 천지차이일 테니까 그저 낳고 싶어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덜컥 일을 저지르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좀 생각해 보자고. 지금이야 우리가 키운다고 힘들어도 나중을 봤을 때 형제 많으면 좋잖아.내 말에 돌아오는 것은 와이프의 침묵뿐이었다.

 

생각해 보겠노라는 침묵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는 침묵.

 

그렇게 셋째의 꿈은 일단락아니 마무리 되었다.

 

‘아빠! 00이가 용하를 밀었어요. 그래서 내가 혼내주었어요.’

 

‘아빠! 형아가 있으면 아무도 날 안 건드려. 후후!’

 

오늘도 용우와 용하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서로의 존재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끼며 현관을 들어섰다.

 

사랑하는 내 아들들아. 이 푸른 지구에 사는 사람은 무려 60억 명이 넘고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은 약 5천만 명이 넘는다는구나.

 

2학년인 용우는 숫자를 얼마까지 셀 수 있고, 또 7살인 용하는 숫자를 몇까지 셀 수 있는지 아빠가 무심하여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으나, 나이 사십이 된 이 아빠도 60억을 세고, 5천만을 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정도로, 그 수가 어마어마하단다. 이렇게 다 다르게 생긴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빠의 눈과 코와 입, 그리고 발가락과 손가락까지도 그대로 빼다 박아 놓은 듯 닮은 너희들을 볼 때마다 얼마나 경이롭고, 벅차고, 기쁜지 모른단다.

 

그래, 용우는 용하에게 하나 밖에 없는 친형이고 용하는 용우에게 하나 밖에 없는 친 동생이니까 앞으로 어떠한 장애물이 있고, 힘든 시련이 닥쳐와도 그렇게 서로에게 등을 내어 주고, 위하고, 의지하며 어디에서도 가장 든든한 ‘같은 편’이자 ‘멋진 형제’로 우애롭고 정답게 살아가야 한다. 하여, 열 살이 넘고 스무 살이 넘어 어른이 되면 둘이 같이 손을 잡아 이 세상을 거침없이 딛고 철봉보다 더 높은 하늘로 힘차게 뛰어 올라야 한다.

 

나의 분신, 용우와 용하야! 언제나 이 아빠는 너희들을 사랑하고 너희들을 응원하며 아빠의 ‘닮은꼴’ 너희들로 인하여 아주 많이 행복할 거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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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ys**** 2011-04-30 17:01:00
정말..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동생일지도 모르겠네요..
에휴~
형아가

dlqmsl**** 2011-02-28 22:46:00
완소민서맘
정말 따뜻한 얘기네요. 저도 민서에게 의지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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