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 하고, 결혼은 한국 남자랑 해라?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한국 남자랑 해라?
  • 강석우 기자
  • 승인 2010.12.16 22:2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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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행복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김은영(여, 서울시 서초구) 씨의 수기 전문이다.

 

무제

 

김은영

 

“연애만 해. 그리고 결혼은 한국 남자랑 해라!”

 

코쟁이 외국인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결혼만은 말리고 싶어 하셨지만 국경도 넘는다는 사랑이 제게도 찾아왔습니다.
 
전통혼례를 하던 날,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신랑이 전통 혼례 의상을 입던 중 사모관대를 머리에 쓰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모관대가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미키마우스 캐릭터 같다며 쓰기 싫다는 프랑스 남편은 결국 밤새 북어로 발바닥을 맞고서야 결혼식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문화적 차이가 결혼식만 끝나면 모두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어쩌나, 막상 아기가 생기고 나니 그동안의 차이는 단지 해프닝에 불과했습니다. 해프닝이던 차이가 출산 후 하나하나 부딪쳐야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날 부터 가족의 줄다리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가는 따뜻해야 한다며 병실 온도를 최고로 높여놓은 친정 엄마는 배냇저고리를 입힌 아가를 속싸개로 꼭꼭 싸맸습니다. 그러면 우리 남편은 당장 달려가 유럽은 아기를 시원하게 기른다며 배냇저고리까지 훌훌 벗겨 놓고, 서로 화장실 가기가 무섭게 싸맸다 풀기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가를 안았다 눕혔다 하며 속싸개를 싸맸다 풀었다 하는 걸 보고 있으니 눈물이 핑 도는데도 쉽게 어떤 편을 들 수 없었습니다. 한쪽은 친정엄마고, 다른 한쪽은 남편이고. 이런 제 맘을 알지도 모른 채 친정엄마와 남편은 그래도 서로가 옳다며 으르렁거렸습니다.

산후 조리 기간이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이 드는데도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습니다. 아니 사실 문화적 차이인데 조리 기간 중에는 그 모든 것이 트집으로 여겨졌습니다.

 

“한국 여자들은 왜 아이를 낳고 와서 며칠 동안 머리도 안 감고, 샤워도 안 하는 거지?”를 시작으로 “씻지도 않는데 왜 집은 더 사우나 같이 만드는 거야?”, “미역국만 먹고 살 수 있는 거야?”, “원래 돼지족을 그렇게 좋아했어?” 라며 그 전에 알던 글로벌 국제화를 외치던 아내는 어디 갔냐고 남편은 빈정거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인 차이에도 꼭 우리 부부가 대한민국에서 출산과 산후 조리를 한 이유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편의 직업 상, 이 나라 저 나라 항상 옮겨 살던 우리 부부에게 아기천사는 언제나 잠깐 인사만 나눈 채 떠나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초음파로 인사를 하고, 엄마한테 심장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아기 천사는 그냥 아무 말 없이 이유 없이 떠나가 버렸습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햇살이라고 태명도 부르지 않는 건데” 햇볕 좋은 날은 애꿎게 하늘만 원망하고, “내가 전생에 나쁜 짓을 많이 했나?”, “내가 임신 기간 중에 뭘 잘 못 먹었나?”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어느 날 만삭 때 입으려고 구입한 옷들을 보며 울고 있는 제게 남편은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서울로 가자. 직업은 바꿀 수도 있으니 의료 기술 좋은 한국에서 우리 다시 한 번 가족을 이루어보자.”

그렇게 한국 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는 의료진의 도움을 얻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공주님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안고 뽀뽀 한 번 해 주세요” 태어나자마자 간호사가 안겨 준 아기가 실감이 안나 만지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10개월간 정주기가 무서워 태명도 없이 아가야라고 불렀던 겁쟁이 엄마를 용서해주렴, 아기 옷이며 신발이며 남겨질까봐 두려워 출산용품도 최소한으로 준비한 엄마를 용서해주렴. 너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너를 너무 사랑할까봐 두려웠던 거란다. 앞으론 마음을 아끼지 말고 사랑해 줄게.”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먹는 것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다른 우리 부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남보다 더 쉽게 남이 될 수도 있다고도 여겼지만, 아기를 통해 셋이 아니라 하나가 되었습니다.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돼 아기가 설사를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고열도 오르고 잠도 안자고 보채는 아기 때문에 할아버지서부터 남동생까지 집안 전체가 비상이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니 가족 모두가 초조해하면서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그 때 만큼은 문화적 차이나 환경적 차이나 그 모든 차이 없이 단지 우리 아가가 건강하게 회복되리라는 절박한 소망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아가가 장염이니 며칠 내로 좀 나아질 것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안도하면서 프랑스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아 이래서 한국에선 삼칠일, 삼칠일 하면서 아이에게 특별히 조심하는구나! 그래서 백일까지 건강했다고 백일잔치를 하고.” 백일잔치가 너무 형식적이라고 했던 남편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아가를 위한 잔치를 열어주었습니다.

 

너무나 다르게 살아온 우리 부부가 아기를 통해 매일 매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월드컵이 한 창입니다.

 

“대한민국이랑 프랑스랑 경기하게 되면 우리 아가는 어느 나라를 응원할까?” 짓궂은 엄마 아빠는 내심 서로 각자 나라를 응원했으면 하고 물어봅니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이라고 응원하던 남편이 이내 말을 바꿉니다.

 

“아니다. 응원하던 어느 한 쪽이 져서 슬픈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기면 대한민국이 이겨서 좋고, 프랑스가 이기면 프랑스가 이겨서 좋게 아이가 언제나 좋은 쪽만 바라보게 해주자.”

 

어느 한쪽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보고 그 너머 다면을 볼 수 있는 사랑,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다문화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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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ys**** 2011-04-30 17:47:00
다문화 가정..
이제는 보편적이 되었지요!
마음이 맞춰서 잘 살아가면

sun**** 2011-02-25 23:24:00
잘읽었어요..
외국남편이랑 알

ima**** 2010-12-17 10:22:00
대단한데요
요즘은 외국인이랑 결혼하는거 다른 시선 두지 않잖아요.
여자든 남자든

79wha**** 2010-12-17 01:36:00
재미있어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어쩔수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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