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가장 행복한 엄마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한 엄마
  • 강석우 기자
  • 승인 2010.12.23 01:3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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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행복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보건복지부(장관 진수희)는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열고 총 622편의 출품작 중 최종 11편(대상 1편, 우수상 10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다음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옥세나(여, 충북 충주시 교현동) 씨의 ‘행복한 엄마’ 전문이다.

 

행복한 엄마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옥세나씨와 아들 우찬이 ⓒ옥세나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우리아이 행복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옥세나씨와 아들 우찬이 ⓒ옥세나

  

나는 2005년 5월, 25살의 철없는 신부가 되었다.

 

신랑은 32살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내 나이 덕에 ‘도둑놈’이란 별명을 얻는 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가난한 부부가 탄생한 날이기도 했다.

 

결혼식 후 우리에게 남은 전 재산은 천만 원이었다. 32살의 직장인이라면서 저축도 안하고 뭐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신랑으로선 조금은 억울하게 들릴 소리다.

 

아버님이 간암으로 오랜 투병 중에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식당일을 하며 아들 둘을 키우셨다. 때문에 신랑은 대학 4년에 대학원까지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다녀야했고 직장을 구한지는 갓 1년을 넘긴 때였다. 난 신랑의 이런 성실함이 좋았고 내가 결혼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많이 실망하고 화나고… 슬펐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가격을 물어야 했고 이내 기가 죽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지은 지 20년 된 낡은 5층 목화맨션 201호. 삑 삑 소리가 나는 창틀 사이로 바람소리가 휘 휘~ 하고 들렸지만 드디어 전세집이 생겼다.  야호~!!

 

그 후 3년 동안 우린 참 바쁘게 살았다. 물론 맞벌이를 했고 내가 3교대를 하는 직장이었기 때문에 신랑과 함께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직장도 전혀 다른 분야라서 혹시 시간이 나도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우리의 얘깃거리는 TV속 세상 뿐 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권태기가 찾아왔다. 차라리 싸우기라도 하면 나을 것 같은데 우린 서로에게 무관심해져갔다.

 

그러다 ‘이렇게 살 거면 왜 같이 사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되고 난 이혼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막상 이혼을 염두에 두고 나니 그 사람이 자꾸만 더 미워졌다. 집안에서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온 방귀소리도, 옷 한 벌 맘대로 못 사고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도,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까지 모두 싫어졌다.

 

무엇보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힘이 들었다.

 

어느 토요일 밤 나는 맥주와 안주를 준비하고 신랑에게 대화를 신청했다. 우리는 그날 3년 동안 했던 얘기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에겐 규칙들이 생겼다. 하루 한 번 꼭 안아주기, 한 달에 한번은 소풍 가기, 서로의 직장 사람들과 안면 익히기, 아직은 방귀 트지 않기 등등…….

 

그중에 가장 큰 목표는 아기 가지기였다.

 

사실 나는 다낭성 난포증과 난관에 기형이 있어 자연적으론 아기를 가지기 힘들었다. 20대 초반에 생리불순과 생리통이 너무 심해 산부인과를 가보고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결혼 전에 신랑에게도 사실대로 말했고 그때 그 사람 괜찮다고, 할 수 있는데 까지 노력해보고 결국 허락지 않으시면 입양하자고 얘기했었다.

 

우린 결혼 3년 만에 불임클리닉을 찾아갔다.

 

그 날부터 길고 힘든 과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젠 다시 같은 곳을 보는 서로가 있었다. 기대와 희망으로 일을 하면서 틈틈이 주사도 열심히 맞고 약도 먹고…….

 

그러다 실망하기를 6개월.

 

의사선생님이 시험관을 권유하신다. 우린 당연히 고민해야했다. 시험관에 드는 비용과 직장생활을 하면서 병행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들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 포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험관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국가차원의 불임부부 지원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지역 보건소에 전화를 해보고 서류를 준비해서 보건소에 제출했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에겐 하루가 천금 같은 시간임을 잘 아시는 걸까? 시험관 시술 지원 서류는 정말 빨리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시험관 시술. 들어 왔던 대로 시험관은 여자에겐 많이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다.

 

많은 주사와 아픈 시술은 견딘다고 해도 임신을 확인하기까지 기다리는 12일은 정말 1초가 하루 같은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끝없는 내 투정과 신경질을 참으며 힘이 되어준 신랑에게 진심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느꼈다.

 

‘이렇게 착하고 마음이 깊은 사람 인 걸 내가 잊고 있었구나…’

 

우리가 함께한 첫 번째 시험관시술은 실패.

 

두 번째 시험관시술은 6주에 우리 별이 유산……. 1년도 지난 일인데……. 새삼 눈물이 난다.

 

‘별아……. 잘 있니……?’

 

마음을 추스르고 3개월 후 우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3차 시험관 시술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쿵쿵쿵쿵쿵”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나는 병원 로비에서 간호사님을 안고 엉엉 소리 내어 한참을 울었었다.

 

그리고 지금, 그렇게 힘들게 가진 우리 우찬이가 어느새 100일을 맞았다. 이 세상에 오기 전부터 엄마 아빠 화해시키기에 힘쓰던 우찬이는 이제 뒤집기에 열심히 힘쓰는 중이다.

 

지금 생각하면 하루에도 수십 번 웃게 만드는 우리 아기천사를 만나려고 그 힘든 시간을 지나 왔던 것 같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단 말처럼 우리 부부는 힘든 과정들을 함께 견디며 비로소 가족이 되었다. 힘들 때 어깨를 내어주고 지칠 때 손잡아 끌어 줄 수 있는 진짜 가족이 되었다.

 

여전히 대출금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쁘게 보내지만 이젠 그 하루하루가 다신 안 올 시간들이라 매일이 안타깝다.

 

하지만 알고 있다. 우리 가족의 하루는 그저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니라 우찬이가 커 가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것을.

 

내 가족이 있어 지금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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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ys**** 2011-04-30 18:32:00
마음 찡하네요..
별이가 더 튼튼해져서 우찬이로 온 걸 꺼에요..
어렵게 얻은

sun**** 2011-02-25 22:56:00
맘이..
찡하네요..별이,,안타까워요,..
지금

dlrlq**** 2010-12-24 10:06:00
그 행복 오래오래 지키시길 바래요
어렵게 얻은 행복인 만큼 오래오

1whi**** 2010-12-23 14:27:00
오~~~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셨네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얻은 아이인 만큼 더욱더 사랑을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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