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해결 안 된 '태아 산재' 사건, 종지부 찍자”
“10년 동안 해결 안 된 '태아 산재' 사건, 종지부 찍자”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4.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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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의료원 사건, ‘산재보상보험법 위헌범률심판제청’ 신청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제주의료원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한 선천성 심장질환 태아산재로 인정하라' 1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앞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제주의료원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한 선천성 심장질환 태아산재로 인정하라' 1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출산하라 강요 말고, 태아 산재 인정하고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한 태아건강손상 산재로 인정하라.”

“제주의료원 선천성 심장질환 태아 산재 인정하라.”

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임신 중 여성노동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건강손상,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기자회견에 등장한 구호다.

제주의료원 사건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15명이 임신해 5명이 유산했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기를 낳았다.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은 간호사 4명은 출산 후 자녀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신청했다.

2014년 1심은 원고 승소. 하지만 2016년 2심 재판부는 ‘산재보험 급여의 수급권자와 청구권자는 동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고 태아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대법원 계류 중.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1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태아 산재 인정에 대해 대법원이 응답하고 종지부를 찍자는 것”이라면서, “기자회견 제목이 글도 말도 낯설지만 엄마로부터 발생한 아이의 장애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장애’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조 국장은 “어쩌면 제주의료원의 4명의 노동자가 아니라 더 많은 부모가 자신의 책임인 양 자신의 잘못인 양 죄스럽게 살아가는 사회를 바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했다.

◇ “어머니 몸의 일부인 태아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은 사회 몫”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첫 줄 가운데 검정색 상의)은 “어머니 몸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은 온전히 어머니 몫이 아니라 태아를 건강하게 지켜야 하는 사회의 몫이라는 헌법정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태의 부위원장은 “태아를 지키는 것은 사회의 몫이라는 헌법정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태아와 엄마는 단일체일까 단일체가 아닐까.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여는 말씀을 통해 “내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나와 다르다고 판결하는 것이 온전한 사회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면서, “평생 보듬고 살아야 하는 아이의 아픔이 내 잘못이 아니라 내가 일한 현장의 작업환경 위해 요인 때문이라고 규명해내는 일을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맡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어머니 몸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은 온전히 어머니 몫이 아니라 태아를 건강하게 지켜야 하는 사회의 몫이라는 헌법정신이 재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한 환경이 사회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위해 환경, 위해 물질 위험성은 사회가 밝혀내고 그런 환경을 조성한 기업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지부 사무국장은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된 가임기 여성노동자 수는 246만여 명. 그중 생식독성물질에 취급하는 가임기 여성노동자 수는 10만 6000여 명.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된 가임기 여성노동자가 선천성 질환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33% 높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가임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불임과 유산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가임기 여성을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냐”면서, “노동자의 임신, 출산은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온 그들과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노동자들을 위해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어머니 업무로 태아에게 생긴 건강손상도 재해로 인정되는 것이 타당"

조이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요지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이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요지와 기자회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 요지에 대해 조이현주 변호사(법무법인 여는)가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태아는 법적으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체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라면서 “어머니의 장기 일부처럼 동일한 존재로 인정되는 것이 현재 법”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어머니의 업무로 인해 태아에게 생긴 건강손상도 재해로 인정되고 해석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를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해석된다면 기본권 침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정리해보면, “태아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 것으로 현행법상 해석하지 않는 한 위헌이라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는 것.” 또한, “법원이 적극적으로 해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태아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할 수 없다고 하면 이는 입법자의 실수이고 잘못”이라는 입장.

위헌법률심판과 관련된 것이라면 헌법적인 문제인데 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까. 조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을 다투는 두 가지 방법에 대해 “해당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헌법재판소에 해주세요’라고 신청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에 직접 ‘이것이 우리의 기본권을 침해합니다’라고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지금 첫 번째 것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대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면, 헌법소원 재판으로 진행되는 것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별도로 30일 이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생식독성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2세 질환 피해 호소 많아”

이날 발언자들은 발언이 끝나고 관련 헌법 조항을 가져다 붙이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발언자들은 발언이 끝나고 관련 헌법 조항을 가져다 붙이는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백혈병, 뇌종양 등 당사자 직업병 문제뿐 아니라 생식독성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2세 질환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과 상담한 사례를 전했다.

이 노무사는 “2세 질환 이전에 불임, 유산 문제, 선천성 심장 질환아뿐 아니라 기형의 문제, 여러 발달장애, 뇌병변 등 장애아의 문제를 일할 때 취급했던 화학물질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10년 넘는 싸움 끝에 중재협약을 맺었고, 중재협약 내용에는 2세 질환을 보상한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넉 달 만에 (알려진) 2세 질환 피해자가 19명이 된다”고 했다. 

이 노무사는 2세 질환 피해와 관련해, “여성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엔지니어 자녀도 신체 기형으로 태어나거나 발달장애로 태어나는 등 문제가 있다는 얘길 들었다. 과연 이러한 문제가 당사자의 문제고, 개인이 감수해야 할 문제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이미 사업주가 보호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국가와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인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독일에서 태아의 질병까지 산재로 인정받게 된 과정과 사례를 전했다.

최 활동가는 “1969년 어린이병동에서 간호사로 일하다가 임신 중에 풍진을 겪고 뇌 손상을 가진 아이를 출생해 산재보험 인정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법적, 사회적 논쟁이 됐다. 산재보험 운영기관에서 거절당하고 지역사회 법원에 소송을 청구했고, 그 뒤 사회법원에 항소심을 거쳐 사회법원이 연방법원에 판단을 부탁하는 과정을 거쳐 중요한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후 이 판결에 따라 독일에서 엄마가 직업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태아의 질병까지 산재로 인정받게 됐고, 산재보험 변화가 생기자 임신 중 여성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조항 강화됐다”는 것. 

◇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대한 기업·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라”

이날 행동하는간호사회 이민화 씨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대법원에 "헌번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체청 신청"을 요구하며, "정부는 ‘자녀 건강 손상에 대한 산재보상 방안’ 연구 결과에 따라, 임신 중에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돼 자녀가 출산 후 사망하거나 선천성 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도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산재보상보험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성보호와 산업재해보상보험 정책의 획기적 변화뿐 아니라 여성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 노동자에게 유해한 물질에 대해 알권리,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기업,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을 입법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공공운수노조는 국가가 모성보호의무 및 사회보장, 사회복지증진 의무를 다해 헌법에 명시된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라면서, "엄마, 아이 그리고 자신의 아픔을 숨겨야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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