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
아이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말이다. 아이 입에 착 달라붙었는지 혼자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며 논다. 내가 “씻으러 가자”고 말할 때도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다. 제대로 재미 붙었다. 어린이집에서 안전교육으로 성폭력예방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교육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아이가 정말 잘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엄마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한결아,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는 언제 말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이 장난감 준다고 같이 가자 그러면 말해야 돼.”
“아, 장난감 준다고 같이 가자 그러면 말하는 거구나!”
“응!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 집에 갈 거에요!”
엄마에게 열심히 알려주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렇게 하는 거구나! 근데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음... 몰라.”
모를 줄 알았다. 내 설명을 기다리는 눈치다. 낯선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까 곰곰이 생각하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이 아닌, 아는 사람으로 둔갑한 사람을 따라간다는 말이 기억났다. 어른 눈엔 낯선 사람이지만, 아이 눈엔 이미 친밀한 사람이란다.
“낯선 사람은 엄마, 아빠가 아닌 모든 사람일 수 있어. 장난감을 주기도 하고 강아지를 보여주기도 해. 또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엄마, 아빠만 따라가야 돼. 다른 모든 사람들은 따라가면 안돼. 만약 따라가도 되면 먼저 한결이에게 말해 줄거야. 알았지?”
“응! 근데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찰 아저씨한테 도와달라고 말하면 되잖아!”
‘주변엔 경찰 아저씨를 찾을 수 없을 텐데... 신고 전화해야 오시는데...’
“맞아.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엄마, 아빠랑 놀러 나갔다가 한결이 혼자 길을 잃어버리면 경찰 아저씨에게 도와달라고 말해야 돼. 경찰 아저씨가 없으면 주변에 한결이 같은 어린이랑 같이 있는 아주머니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야. 알았지?”
“응!”
아이는 대답하자마자 “엄마가 모르는 사람하고 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게요”란다. 그러면서 또 “싫어요! 안돼요!” 역할극에 빠졌다. 아이에게 이렇게 알려주는 게 맞는 건지, 내가 말해주고 나서도 아리송하다. 진땀이 다 났다. 사실 중학교 때 ‘정자가 헤엄쳐서 난자를 만나요’ 식의 성교육을 받았던 내가 뭘 알겠는가. 이제 정말 아이에게 아동 성폭력예방교육을 해야 할 시기가 오긴 왔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의문점도 생겼다. 우리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큰소리로 ‘단호하게(아동성폭력예방교육에선 꼭 단호하게 소리치라고 가르친다.’) “싫어요! 안돼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난리 피우는 배짱을 보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고작 다섯 살이다. 어른인 나도 같은 상황이면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 것 같은데, 고작 몇 년 산 우리 아이들이 어찌 말할라나 싶어 걱정스럽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친절하고 상냥하다. 아이들이 절대 “싫어요! 안돼요!”라는 말을 내뱉지 아니, 생각하지도 못하도록 부드럽게 접근할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의 뇌리에 박힌 ‘싫어요! 안돼요!’만 잘하면 다 될 것 같은 아동성폭력예방교육이 조금 허술한 것 같기도 하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내 아이가 꼭 피해자만 되겠나? 가해자도 될 수 있다. 요즘 또래 성폭력, 몰카 등의 뉴스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내 아이를 저런 가해자로 키우지 말자’다. 내가 모를수도 있지만, 아이를 가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 내용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자란다면 미래의 가해자, 피해자는 없을 것이다.
아이가 더 크면 성교육도 해야 하는데,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이럴 땐 아이 교육도 교육이지만 부모도 부모교육을 해주면 좋겠다. 아주 구체적으로, 정기적으로! ‘싫어요! 안돼요!’ 타령하는 아이 덕분에 초보 엄마는 오늘도 열심히 고민 중이다. ‘아동성폭력예방교육, 집에선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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