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알아보니 의사가 A형 간염에 걸렸다고 한다. 종일 환자들과 마주하다 보니 아무리 의사라 해도 바이러스로 옮을 수 있는 전염병은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잠복기가 긴 병이라고 하니 덜컥, 최근에 아이와 병원을 찾은 적이 있는지 겁부터 났다. 전염병의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A형 간염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A형 간염은 주로 20~40대 젊은 세대 중심으로 발병하고 있다는데, 이유는 비교적 위생 상태가 양호해진 시절에 태어난 이 세대의 몸 안에 항체가 없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어린아이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즉 A형 간염이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엄마와 아빠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아이들에게는 이미 A형 간염 항체가 형성돼있어 설사 걸리더라도 가볍게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고들 하지만, 모든 병이 그렇듯 최소한의 확률이 빚을 최악의 경우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A형 간염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그저 쉬며 완쾌를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그것 또한 답답하다. 오직 백신을 맞고 항체를 생성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은 A형 간염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아이의 친구가 폐렴으로 연거푸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아이의 친구가 두 번째로 입원했을 당시 병명은 ‘파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라고 했다.
이름조차 낯선 병명에 아이 엄마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했는데, 결국 이것 또한 급성 호흡기 질환의 일종으로 유행성 감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증상이야 콧물, 기침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 병 역시 해당 바이러스에 특화된 치료약이 딱히 없다고 하니 정말 남 일 같지 않게 걱정스러웠다.
날씨가 갑자기 무더워지면서 집안에 잘 보관해 둔 식품들도 금방 상하고, 매일 환기하고 청소하지 않으면 금방 꿉꿉하고 더운 기운이 집안 가득해진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모기며, 해충들도 적지 않게 보이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소독되지 않은 사각지대들이 건강을 위협하는 것 같아 불안할 정도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이런 문제에 더 예민하다. 가뜩이나 이름도 생소한 전염병까지 등장하며 각종 질병이 유행하고 있는 늦은 봄, 초여름 시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수족구나 폐렴 환자가 한두 명만 발생해도 이내 기관 전체로 번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가 정말 가벼운 감기 증상만 보여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단순한 감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부터 요즘 유행하는 다른 질병은 없는지 알아보게 된다.
감기처럼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병도 많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재원생 중 어떤 아이는 ‘농가진’이라는 피부과 질환에 걸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몸이 가렵다고 긁는 정도였단다. 그러다 점점 수포처럼 발갛게 피부 트러블이 생겼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이러니 정말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기 무섭다. 의사조차 막을 수 없는, 어떤 질병이 숨어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반드시 끓인 물과 음식을 먹고, 손발을 자주 씻고, 소독과 청소에 더욱 신경 쓰는, 기본적인 예방 활동 외에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타는 엄마 속과 달리 날씨는 더욱 덥고 습해지며 변덕을 부린다.
전염병은 서로 조심해야 한다. 나와 아이를 위해서, 또 나로 인해 피해 볼지 모르는 주변의 누군가를 위해서!
부디 무서운 질병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모두가 나서서 예방에 함께 힘쓸 때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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