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세계를 여는 열쇠, 바로 ‘질문’입니다
아이들의 세계를 여는 열쇠, 바로 ‘질문’입니다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12.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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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정답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다섯 살 여자아이를 둔 어떤 어머니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우리 딸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글도 읽을 줄 알고요. 그런데 선생님은 아이가 질문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하셨는데, 지금처럼 아이가 그냥 책을 읽게 두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질문을 하면서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입니다.”

◇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과 책을 읽을 줄 아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을 하는 사람인지라, 유아를 둔 부모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에게도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책 읽는 목적을 스스로 생각해본다면 답은 금방 나옵니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은 ‘수요자’가 되는 것에 불과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입니다. 다른 세계에 초대를 받는 귀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손님으로만 머무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주인이 된다는 것’은 현재 내 생각이 무엇인지,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책을 그저 ‘읽기만’ 한다면 그 행위가 그저 글자만을 읽어내려가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배워가는 것인지 잘 알기 어렵습니다. 특히 유아들의 경우, 글자를 안다고 책의 내용까지 전부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을 꼬치꼬치 알아갈 필요까지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가 책 읽을 때 질문을 하면 아이는 책의 세계에서 비로소 주인으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특히 아이가 책 읽을 때 질문을 하면 아이는 책의 세계에서 비로소 주인으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

레오 리오니의 들쥐 가족 이야기 ‘프레드릭’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워낙 인기 작가인 데다가, 내용 또한 아름다워 집마다 한 권씩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데다 내용마저 감동적이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제가 어떤 어린이집에서 ‘질문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열어가는 방법’을 주제로 교사연수를 진행했을 때 ‘프레드릭’을 교재로 선정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먼저 저와 수업한 후 아이들과 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사들은 수업 후 “의외였다”고 말했습니다. 질문해보니 아이들은 주인공인 프레드릭을 전혀 기억하지도 못했고, 관심조차 없었답니다. 책을 다 읽고 교사가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했을 때 대답은 그럭저럭했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묻는 말에는 프레드릭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요. 

아이들에게는 움직이지 않고, 구석에 있거나, 뒤를 돌아보고 눈을 감고 있는 프레드릭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한 후에 교사들은 ‘우리가 전달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길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먼저 관찰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하려고 하니 당연히 아이들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죠.

아이들의 생각이,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답니다. 세상을 살아본 어른들이 감동하는 이야기와,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우리가 감동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가르치려 합니다. 가르치기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때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져보면, 아이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때 던지는 질문은 어른이 아이에게 가르치거나 답을 확인하려고 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 가르치려만 들면 아이들의 생각,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한 어머니가 네 살 딸아이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서인아 지난번에 왔을 때는 나뭇잎이 초록색이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색깔이 변했네?”

“엄마 나뭇잎이 빨간 내복을 입었잖아.”

“그래? 저 나무는 아직 그대로인데?”

“거긴 해님이 비추고 있잖아.”

가을이 되어 단풍든 나뭇잎을 보고 아이와 질문하고 대화한 내용입니다. 붉게 물든 나무를 본 아이의 생각은 어른들보다 훨씬 논리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아닐까요? 

추워지면 붉어지는 나뭇잎들을 보고 ‘내복을 입었다’고 하고, 아직 물들지 않은 나무들은 ‘햇빛이 비치고 있다’며 따뜻함을 표현합니다. 아이들은 시인입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의 눈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를 표현합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지 않고 가르치려만 들면 아이들의 생각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힌다는 어머니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에게 책만 읽히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이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좋을까요?”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이의 생각이 정말 중요하네요.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물론 아이가 책만 읽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 속의 어휘를 다 이해한다고 착각해선 안 됩니다. 동화나 그림책은 어른들의 시각과 언어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는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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