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아들과 '겨울왕국2' 본 엄마가 깨달은 것
직장인 아들과 '겨울왕국2' 본 엄마가 깨달은 것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12.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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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자세

며칠 전에 서울에서 꿀 같은 휴가를 하루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난 아들과 아침 일찍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겨울왕국2’를 함께 본 우리는 큰 사거리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1편보다 2편이 더 좋다고 이야기를 했고, 아들은 1편이 워낙 강렬해서 2편보다는 1편이 더 좋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는데, 아들은 1편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왕궁을 확 떠나버릴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당시 자신의 상황과 마음이 같아서 느낌이 좋았다고 했고, 2편의 이야기들은 개연성에서 디테일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반면 저는 개인이 아닌 여왕이라는 주인공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2편이 괜찮았다고 보았습니다.

아들은 이미 성인이지만, 자신의 기질과 처한 상황에 따라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었고, 나 역시 나의 기질과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그리고 지향하는 바에 따라 줄거리를 해석하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직장 다니는 아들과 모처럼 시간을 내 극장에서 '겨울왕국2'를 봤습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직장 다니는 아들과 모처럼 시간을 내 극장에서 '겨울왕국2'를 봤습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같은 영화를 보고, 아들과 나는 '다른 것'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영화를 다시 본다면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겠지만, 주어진 정보 없이 일단 받아들여야 할 때는 평소의 습관이나 기질, 현재 처한 상황에 비추어 영화를 보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떤 해석이 옳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다시 그려주고 있었고, 그 말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습니다. 또한, 나의 이야기도 아들에게 영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고 말하더군요. 말하자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배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아들의 당시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더 이해하기 시작했고, 아들은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과 처리해야 할 일들, 그리고 인간관계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대화가 잘 되는 편이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의 내용과 각자의 심리가 매개되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 모두 옳은 것이 아닙니다. 물론 옳은 것을 선택해야 할 경우도 있지만, 아들과 나는 서로 ‘다름’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기보다, 다른 생각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는 쪽을 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보게 됨으로써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도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지나쳤던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들여다보면서 아들과 같은 심리를 가진 사람들의 시선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죠.

아들은 이미 직장인인 성인임에도 나와 같은 관점으로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부모와 함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봤더라도 부모의 관점과 같지 않다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표현이 능숙하지 않아서 부모가 하는 말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 아이들에게서도 배울 것, 얻을 것 당연히 있다 

저는 교사 연수를 하거나, 부모 교육을 할 때, 유치원에 강사를 파견해서 질문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철칙과 같이 ‘엄수’해야 할 한 가지를 실천하면서 또한 전하고 있습니다. 그 철칙은 바로 이것입니다. 

‘가르치기 위해서 이론으로 무장하지 말 것.’

어른이 이론으로 무장을 하면, 그 이론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아이들이 따라오도록 애를 쓰게 됩니다. 당연히 준비한 것을 시간 안에 가르치기 위해 마음이 바빠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따라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며 다그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을 하는 것은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날 때는 그 많은 것들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기를 위한 준비이지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는 우리의 생각이나 두뇌를 하얀 도화지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그리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그려갈 수 있도록요. 아이들의 주는 감동은 책이 주는 감동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입니다.

이미 성인이 된 아들이기 때문에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생각에서도 배울 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주는 감동도 우리에게는 배움입니다. 그 발견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을 의미 있는 행복으로 가득하게 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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