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세 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는 낯선 것에 대한 경계가 좀 심한 편이에요. 아이가 새로운 장소나 사람을 낯설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유아는 새로운 환경, 처음 만나는 사람에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우선 아이가 새로움을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 경험한 내용을 심리적으로 소화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부모가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거나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앞서게 되면 경험의 주체가 아이가 아닌 부모로 바뀌게 됩니다.
아이에게 새로움에 대한 경험은 거의 충격에 가까울 만큼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부모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우선, 외부 환경에 대한 탐색이 길고 경계하는 편이라면 아이의 타고난 기질과 더불어 부모의 태도를 체크해봐야 합니다.
◇ 체크포인트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가정과 외부에서 다른가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일관성이 있어야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안과 밖에서 차이가 난다면 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는데 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믿을 만한 존재인가요?
외부 탐색을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세상은 믿을 만하고 안전한 곳’이라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 신뢰의 시작은 부모와 안정적으로 형성된 유대관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부모와 관계 형성이 잘 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보이지 않는 아이의 내적 체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혹시 아이가 부모를 걱정하는 행동과 표현을 자주 한다면 튼튼하지 않은 부모를 지켜내기 위함이거나,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가 거울이 되어 모델링하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거울이 되어야 할까요?
◇ 아이가 새로운 환경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정신분석가 하인즈 코헛은 ‘인간에게는 거울과 같이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비춰주고 격려해 주는 인물이 필요하다’라고 했습니다. 이를 정신분석 용어로 자기 반사대상(mirroring self object)이라고 합니다. 부모가 새로운 환경, 낯선 사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모방하고 내재화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의 새로운 경험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즉,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경험은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계적 접근은 공간 탐색과 정서적 흐름으로 나눠서 접근합니다.
▲정서적 흐름: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정을 미리 알려주고 아이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합니다. 간혹,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을 미리 알려주면 들뜨거나 계속 묻고 걱정하는 등 번거로워질까 봐 닥쳐서 알려주기도 하고 ‘그냥 가면 알게 돼’라고 말하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부모의 불편함을 피하고자 하는 행동이 아이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일정을 공유하고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 유형에 따라 공식을 이용하면 더 쉬운데, 그 공식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행착오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부모와 아이 사이에, 혹은 아이가 세상을 만나기 위한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 때론 불편하고 귀찮은 일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징검다리가 튼튼하고 안전할수록 아이에게 세상은 경험해보고 싶은 곳이 됩니다. 적용이 다양한 수학 공식이 더 유용하듯 정성을 들여 만든 징검다리는 부모와 아이에게 의사소통의 통로이자 세상으로 나가는 안전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공간 탐색: 스스로 탐색할 수 있게 기다려 줍니다
예시) 아이가 처음 미술관에 가는 상황이라면?
- 미술관 입구에서 머무르며 주변 환경과 상황을 충분히 보기
- 들어가서 관람을 시작하기 전에 다시 멈춰서 공간을 탐색할 수 있게 기다려 주기
- 관람 시 아이의 템포와 반응에 주의 집중하며 따라가 주기
아이가 탐색할 수 있도록 재촉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 주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며 부모가 지지하고 아이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만큼 기다려줬으니 이제 한번 해보자’,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니’라는 표현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니 권유를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또, 무언가 시도하려던 것을 포기하거나 실패했을 때 포용하고 감싸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시도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부드러운 격려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면 아이는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아이에게는 대단한 도전이며 새로운 경험에서 느끼는 감정은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습니다. 걷기 시작한 아이가 처음으로 집 밖을 나갈 때, 자신과 비슷한 또래를 처음 만날 때, 엄마가 아닌 사람과 대면할 때 등 아이에게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아이의 정서를 수용하고 담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어로 나눔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면 아이의 비언어적인 사인을 놓치지 말고 언어화해서 아이에게 되돌려주는 것도 나누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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