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만 원에 체념하는 한부모… 지원법부터 바꿉시다”
“155만 원에 체념하는 한부모… 지원법부터 바꿉시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5.2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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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한부모연합 전영순 대표·오진방 사무국장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 전영순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 전영순 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부모 가족은 고립된 양육과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는 한국 한부모 가족이 처한 상황을 이처럼 분석했다. 그러면서 “빈곤에 취약한 대표적 가구유형”으로 정의하며 “일가족양립으로 인한 시간부족에 시달리고, 충분하지 않은 양육자원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한부모들은 견고한 편견과도 맞서고 있다.

“우리는 한부모가 ‘트러블 메이커’가 아니라 ‘체인지 메이커’라고 얘기해요. 사실 슬픈 얘기긴 해요. 결혼이 뭐라고. 미혼인지, 기혼인지, 이혼인지를 갈라요. 우리나라에선 ‘혼(婚)’이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아직도 가족의 성립 요건에 ‘사실혼’이 없어요. 가부장적이고 혈연주의적 가치가 남아있죠.”(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한부모들을 대표하고 있는 한국한부모연합은 만들어진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한부모 가족을 향한 차별과 편견을 허물고, 다양한 가족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한국한부모연합은 2010년 1월 창립총회를 가진 이래 전국 11개 단체 연대체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단체는 임파워링, 각종 교육, 심리적·정서적 지지를 제공한다.

창립 이전의 역사는 더 깊다. IMF 사태로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불안정한 일자리와 빈곤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계기로 여성단체가 주축이 되는 한부모 운동이 시작됐다. 2004년 5월 전국 10개 단체가 모여 전국한부모가족지원단체네트워크가 발족했고, 2007년 전국한부모네트워크로 명칭을 변경하고 당사자 활동으로 전환한 것이 한국한부모연합 창립으로 이어진 것.

베이비뉴스는 한국한부모연합 전영순 대표와 오진방 사무국장을 지난 13일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한국한부모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간 한부모 가족 정책에서 느낀 아쉬운 점과, 곧 개원할 21대 국회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지를 물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가족 인식과 혈연주의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가족 인식과 혈연주의를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한부모 가족 자립 막는 ‘가족지원법’… “위축·체념 만든다”

“한부모 가족의 날 행사를 하면, ‘축하한다’ ‘응원한다’고들 해요. ‘축하받을 일인가, 응원할 일인가?’ 하고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게 돼요. 저희가 한부모의 날 제정하고 기념하자 할 때는 축하하자는 느낌으로 만든 게 아녜요. 한부모 가족의 현실을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목적이었어요.”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한국한부모연합은 지금까지 한부모 가족 인식 개선 캠페인을 실시하는 한편, 양육비 이행 확보 지원책이나 경제자립 지원, 주거개선 등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한국한부모연합은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에 무게를 두고 추진하고 있다. 전 대표는 이 지원법이 한부모의 가능성과 자립 의지를 제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부모가족이 최대 20만 원인 자녀 양육비 지원을 받으려면, 재산을 포함한 소득인정액이 2인 가족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 52% 이하여야 한다. 월소득으로 환산하면 155만 원보다 적어야 한다는 것. 이 기준은 현행법에서 명시한 최저임금 월급 179만 원보다 적다. 

그렇다보니 최저임금 수준이 대폭 오른 후에는 몇 천 원 차이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 실제로 2018년 실태조사에서 조사 대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19만 원으로, 2015년 189만 원인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전 대표는 “지원금 수혜 여부가 한부모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소득기준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러다보니 노동 의지가 위축되는 사람도 있고, 나아지리라는 희망 없이 체념하고 사는 사람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 뒤로 '한부모'와 관련한 단어 구름이 보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 뒤로 '한부모'와 관련한 단어 구름이 보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 이행률이 떨어진다는 점도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막는다.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한부모 가족 10명 중 8명이 양육비 채무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양육비 청구소송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7.6%, 이행확보절차를 이용했다고 답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처벌로 양육비 이행을 유도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이행률을 높일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서류를 다 준비해야 하고 상대의 재정상태도 파악도 하고 연락도 해야 해요. ‘해봤자 안 줄 거다’, ‘이혼 과정에서 원수가 돼서 헤어져서 연락하기도 싫다’며 애초에 받기를 포기하는 분도 많아요. 그럼 이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요. 반면, 상대 배우자가 사망한 한부모들은 이런 고충을 말도 못하고 소외감을 느꼈죠. 그래서 국가가 사별자 한부모 지원을 포함한 대지급제도를 도입해서 국가 책임으로 여겨야 해요.”(전영순 대표)

◇ “정부 정책, 가족 아닌 개별로… 차별금지법 재정으로 가족차별 없애야”

코로나19는 평소에도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들에게 더 빨리 찾아왔다. 한국한부모연합은 지난 3월 한부모 가구주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의 47.5%가 코로나19 사태로 실직 등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돌봄공백으로 인한 곤란’이 26.7%로 뒤를 이었다. 

정부는 전 국민 대상 국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가족 중심으로 세대주에게 지급되는 방식이 채택됐다. 전 대표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지적하며 “한부모뿐 아니라 모든 국가 정책은 개인 단위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수당이나 육아휴직 등 돌봄지원제도도 수혜대상은 가족이 아닌 개별 단위여야 한다”며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진방 사무국장은 “한부모를 둘러싼 문제가 여성이 불평등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며 “당사자도 차별과 가부장성에 갇혀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도 오 국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한부모 정책 또한 가부장제 중심의 가족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한부모 가족은 도와줘야 할 취약가족’으로 그 인식이 뿌리 박혀 있다”고 덧붙였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정부의 가족 정책이 개별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정부의 가족 정책이 개별 중심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시각은 법에도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사례로 건강가정기본법을 지목했다. 이 법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한다.

전통적인 개념의 가정을 ‘건강한 가정’이라고 법에서 제한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건강하지 않은 가족’으로 인식하게 할 위험이 있다. 전 대표는 “법에 따르면 한부모나 미혼모는 가족이 아니게 된다”며 “법이 배제와 차별을 만든다”고 말했다.

때문에 건강가족기본법은 2004년 제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개정 요구가 있어왔다. 여성가족부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2019년과 2020년 업무보고에 중점 업무로 포함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은 없는 상태다. 20대 국회도 2018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계류된 상태로,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이다. 

한국한부모연합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참여 중이다. 한부모와 차별금지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들은 그 이유를 ‘결혼’을 중심으로 한 가족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혼모’ 혹은 ‘미혼부’라는 말은 한부모 안에서도 혼인여부를 기준으로 한 번 더 분류한 것이다. 미혼부모도 결국 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일 뿐이다. 두 사람은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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