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갑질 대책에 학부모·원장 빼면 무슨 소용?"
"어린이집 갑질 대책에 학부모·원장 빼면 무슨 소용?"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12.0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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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보육교사 유족 국민청원 답변… 보육교사 노조 반응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청와대 청원 답변 화변 캡처. ⓒ청와대 청원 게시판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청와대 청원 답변 화변 캡처. ⓒ청와대 청원 게시판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폭언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보육교사의 유족이 올린 국민청원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답변이 나왔다. 그런데 보육교사 노조는 “가해자인 학부모에 대해서나 현장에서 교사를 보호해야 할 원장의 역할에 대해선 언급한 게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4일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보호자들로부터 아동학대 의심을 받고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보육교사를 괴롭힌 학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아동학대 누명 쓰고 “역겹다”, “시집가서 너 같은 X 낳아” 폭언에 시달린 어린이집 교사였던 저희 누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한 달간 35만 4600명이 참여했다.

◇ 보건복지부 "보육교사 권익 보호 위해 예방 대책 추진하겠다"

이 청원에 대해 2일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이 답했다. 양 차관은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의 권익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해 예방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보육교사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엄정한 사실 조사와 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지방자치단체, 수사기관 합동의 엄정한 사실 조사를 통해 보육교사의 피해사실이 확인된 경우, 보육정책심의위원회 등을 열어 보육교사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정기관 주도의 고발 절차 마련 등 법적·행정적 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 차관의 답변에 대해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함미영 지부장은 2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복지부가 이제라도 아동학대 누명을 쓴 보육교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돼 다행”이라면서도 “가해자인 학부모에 대해서나 현장에서 교사를 보호해야 할 원장의 역할에 대해선 언급한 게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함 지부장은 “민감한 부분은 쏙 빠졌다. 가해자인 학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고, 원장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오롯이 다 보육교사가 감내해내라는 식”이라면서 “학부모와 원장 빼고 보육교사가 스스로 어떻게 보호하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지부장은 “2020년 보육사업 안내 125쪽을 보면 아동학대 발생 시 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해당 시설의 영유아 보호를 위해 관련 행정처분(어린이집 운영정지, 보육교직원 자격정지 등) 등 적극 실시하라고 돼 있다”면서 “보육교사의 인권은 보육사업 안내에나 양 차관 답변에 똑같이 들어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 보육지부 “민감한 부분 쏙 빼고 교사 스스로 어떻게 보호하나"

양 차관은 청원 답변을 통해 “보육교사의 권익보호와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권익 보호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보육교직원이 권익 보호 책무를 부여하고 이를 명문화하기 위해 국회와 적극 협의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보육교직원·보호자 대상의 권리 인식 교육 등 사전 예방 관리를 체계적으로 개선함과 동시에 피해를 입은 보육교사에게 전문가 심리 상담, 법률상담 지원, 유급 휴가 등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함 지부장은 양 차관 답변에 대해 “법률상담 지원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유급휴가라고 해서 얼마나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육시설에서 아동학대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중립 가능한 협의체가 전혀 없다”는 점을 꼬집고 “행정적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해당 보육교사 사망 사건이 알려진 뒤 성명서 내놨다. 재발 방지를 위해 조사 결과 아동학대가 없었음이 확인된 경우, 유급휴가 등을 통한 분리조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보육교사가 또 다시 우리 곁을 떠났다…”)

당시 보육지부는 “(유급휴가를 통한 분리조치) 이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담겨 있는 내용”이라며 “보육교사가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조사 과정에서 겪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고 복귀할 수 있도록 전체 어린이집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동학대가 없었음이 확인되고도 보육교사에 대한 괴롭힘이 지속되는 경우,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이에 관한 고소·고발·손해배상 청구 등을 사업주인 원장이 직접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보육교사가 가해 보호자와 분리돼 안전하게 보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당 아동에 대한 보육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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