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아동인권선임교사 제도, '형식적 운영' 문제
어린이집 아동인권선임교사 제도, '형식적 운영' 문제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0.12.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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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여성가족재단 조사 "내부 장학활동 중심… 상담·갈등 조정활동 미흡"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예방하고자 원내에 전담인력까지 배치했지만 '형식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예방하고자 원내에 전담인력까지 배치했지만 '형식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징후를 사전에 발견해 사건을 예방하고자 2015년 서울시는 어린이집 내 아동인권선임교사제도를 도입했다. 아동인권선임교사는 보육교직원 아동학대 예방교육, 아동학대 예방 상담, 학대 징후 발견 및 조치연계,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소그룹 교육 참여 등의 업무를 맡는다. 

이 제도는 그동안 중앙정부가 추진한 어린이집 CCTV 전면 설치,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 등 사후조치 중심의 대응과 달리,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기 전 예방적 접근이 가능하도록 전담인력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의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어린이집 아동인권선임교사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시 역량강화를 위한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소그룹 교육 참여율도 낮으며, 아동인권선임교사 활동에 체계적 모니터링도 부재하다는 지적도 이어져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돌봄정책연구팀은 어린이집 아동인권선임교사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월 어린이집 아동인권선임교사 381명과 보육교사 3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분석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 중간관리자가 겸직 41.8%… "업무 과중으로 역할 실행 어렵다"

아동인권선임교사 업무가 주로 자료 수집 등 서류 업무에 치중돼있었다. 상담이나 갈등 조정 등의 업무는 미흡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동인권선임교사 업무가 주로 자료 수집 등 서류 업무에 치중돼 있었다. 상담이나 갈등 조정 등의 업무는 미흡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우선 아동인권선임교사 배치 방법을 알아봤더니 주임, 선임, 원감 등이 겸직하는 방식이 41.8%로 가장 많았다. 원장이 지정하는 방식도 22.3%였다.

연구팀은 "아동인권선임교사는 보육교직원을 대표해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권리가 존중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이해가 높고, 인권에 대한 이해가 있으며, 객관적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춘 자가 맡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간관리자가 아동인권선임교사 업무에 적합한 덕목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중간관리자로서 역할과 각종 행정업무, 담임교사 역할 등 업무 과중이 예상되며 "현실적으로 아동인권선임교사의 역할을 온전히 실행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 지금 아동인권선임교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동인권 및 아동학대 예방 교육 자료 수집(23%), 아동인권 및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연간 교육계획 수립(20.5%), 보육교직원 대상 아동학대 예방 교육 및 장학(19.6%) 등 내부 장학 중심의 활동에 그치고 있었다.

보육교사 스트레스 및 업무 고충 상담은 9.4%,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소그룹 교육 참여는 8.5%, 보육교직원 간 갈등 조정은 7.7%, 부모 아동학대 문의 및 관련 상담은 5.7%, 지역사회 아동보호 관련 기관과 연계는 4%에 불과했다. 특별한 활동이 없다고 대답한 교사도 있었다.

조사 결과 보육교직원 및 부모 상담, 갈등 조정과 같은 관계 중심적 활동,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연계는 미흡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아동인권선임교사 배치 후 담당 교사들은 관련 제도 및 아동인권 기본교육을 받아야 하나, 응답자 네 명 중 한 명(23%)은 별도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소그룹 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교사도 38.3%였다.

하지만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소그룹 교육에 참여했을 때 아동인권선임교사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95.7%. 연구팀은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소그룹 교육 참여를 교사들에게 활성화함으로써, 아동인권선임교사의 활동이 보다 내실있게 이뤄지도록 인력지원 등 관련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교사 절반 이상 '교사 대 영유아 비율 높아 인권존중 보육 어렵다'

아동학대 예방의 장애요인으로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가 꼽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동학대 예방의 장애요인으로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가 꼽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한편, 아동인권선임교사 활동 중 자문이 필요할 때 담당 교사들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63.1%). 상담전문요원, 아동보호전문기관상담사, 학계 전문가 등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17.5%에 불과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노력에 어떤 장애 요인이 있을까. 교사들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이 높아 인권존중 보육 실행이 어렵다'(53.8%)고 입을 모았다. 또, 장시간 보육 및 서류업무 등 교사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33.6%), 1인 담임제로 운영돼 수시로 보육공백이 발생(6.4%)한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서는 '보육교사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지원확대'(53.6%)와 '부모들의 이해 및 소통 강화'(14.6%)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아동인권선임교사 배치로 인권존중 보육환경 구축 효과를 제고하려면, 아동인권선임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제도 운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반을 조성해야 하며, 지역사회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3개의 정책과제와 12개의 세부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제도의 실행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아동학대 예방 조례 개정 ▲아동인권선임교사 배치 의무화 ▲아동인권선임교사 인정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아동인권선임교사의 역량 강화 지원책으로는 ▲교육체계 구축 ▲활동 모니터링 ▲소그룹 교육 운영체계 개선 및 경력별 교육 차별화 등의 방안이 제시됐으며,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방안으로는 ▲지역사회 아동학대 예방협의체 구성과 ▲공공, 의료, 민간 기관 협력 모델 개발 확산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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