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태어나고 사망한 뒤에서야 이름을 받은 아이가 있다. 지난달 친모에게 살해당한 8살 아이는 사망진단서에 ‘무명녀’라고 적혔다. 법적 이름이 없어 사망진단서에 ‘무명녀’라고 기록된 것.
생전 아이는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가지 못했다. 아이의 존재를 기초자치단체나 교육 당국도 알 수 없었기에 복지혜택이나 법적인 보호도 없었다. 이혼을 해서 아이와 함께 살지 못한 친부는 아이의 사망소식을 접한 뒤 자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을 맡은 검사는 아이 살해범으로 구속된 친모를 설득해 아이의 출생신고를 대리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생후 2개월 된 아기가 숨진 상태로 가정집 냉장고에서 발견됐다. 이 아이도 출생은 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출생신고 되지 않는 아동의 사망사건이 연속되는 가운데, 이 같은 참극이 발생하게 된 현행 법 체계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 혼인 외 출산…‘엄마’만 출생신고 가능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신고의무자)’를 확인해보면, 혼인 중에 출산한 아이는 부와 모가 출생자의 출생을 신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해야 하며, 이 외에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동거하는 친족,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등과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가능하다.
현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부모가 출생자를 알리고 싶지 않거나 출생신고 의무를 게을리해서 고의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 아이는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게 된다. 국내 미등록 아동은 출생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 서영교 위원장 “혼외자녀 친부도 출생신고 가능하도록”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서울 중랑구 갑) 국회의원은 미혼부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사랑이와 해인이 2법’ 통과를 22일 촉구했다.
‘사랑이와 해인이 2법’은 서영교 위원장이 제21대 국회 초에 대표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혼외자식인 경우 친부·친모 모두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출생신고가 완료될 때까지 아이의 복리를 위한 행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다(2020년 9월 대표발의).
지난 2015년 서영교 위원장이 대표발의 해 통과시킨 ‘사랑이법’으로 혼외자녀의 경우 친모의 이름과 사는 곳을 모르면 친부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서 위원장은 “그 당시에도 사랑이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고 한계가 있는 개정이었다”고 전했다.
서 위원장은 “아빠가 자기 자식의 출생신고조차 못하는 불합리한 현행법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받아야 할 법과 제도로부터의 보호뿐만 아니라, 기본권·평등권·생존권마저 심각하게 침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아이가 어느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출생 등록될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엄마의 인적 사항은 알지만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엄마가 소재 불명인 경우, 엄마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 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의 출생신고는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서 위원장은 “아이의 출생신고를 국가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은 즉시 출생등록이 돼야 하고,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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