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의 아픔을 겪은 맞벌이 부부가 국회에 전화를 걸었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맞벌이 부부가 국회에 전화를 걸었다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3.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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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신 중 육아휴직' 제도 만들기에 발벗고 나선 한 맞벌이 부부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맞벌이부부 남편 A 씨와 아내 B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맞벌이부부 남편 A 씨와 아내 B 씨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임신 중 육아휴직'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성근로자의 유산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6년 ‘임신·출산 관련 산업안전보건 및 산재보험 정책의 개선방안’에 따르면 2006~2015년까지의 유산 비율은 2006년 유산비율은 18.7%, 2015년은 24.5%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직장을 다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산 비율이 높아서, 직장을 다니는 여성의 근로 환경이 임신과 출산 시 건강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유산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직장이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서울 성북의 한 카페에서 만난 2018년에 결혼한 남편 A(35) 씨와 아내 B(33) 씨 부부는 지난해 가을 첫째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A 씨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B 씨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이다. 이 부부는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으면서, 또 다른 부부들이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12일 출산휴가와는 별개로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저는 지난해 가을 '절박유산'으로 유산을 했습니다. 그 당시 의사는 침대에 누워만 있으라고 하는데, 병가를 내려면 절박유산 연속 3주의 진단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임신 중에는 컨디션이 계속 바뀌니 병가를 위한 3주의 진단서를 끊지 못했고 결국 유산을 했습니다. 유산을 하고 난 뒤, ‘직장을 진작 그만두지 않아서 이렇게 된건가’라는 자책감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아내 A 씨)

절박유산이란 임신 20주 이전의 질 출혈을 말하며, 잘 쉬어주면 임신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계류유산, 불완전 유산과는 구별된다. 하지만 절박유산을 진단받은 산모들에게 의사는 대부분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병가를 쓸 수도 없고, 임신 중이라 육아휴직도 쓸 수 없다면 연차를 모두 소진한 직장을 다니는 여성은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부부는 "물론, 건강하게 임신하고 출산하는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도 많다. 이 문제의 해결은 임신 중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야 말로 큰 문제이지 않느냐”고 말하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아이를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휴가와 휴직 보장해주세요”

아내 B 씨는 "임신 중 육아휴직은 현재 44일 쓸 수 있는데, 유산 위험이 있거나 이미 유산을 경험한 산모만 쓸 수 있어서 저는 해당사항이 안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내 B 씨는 "임신 중 육아휴직은 현재 44일 쓸 수 있는데, 유산 위험이 있거나 이미 유산을 경험한 산모만 쓸 수 있어서 저는 해당사항이 안됐어요"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내 B 씨는 지난해 가을, 임신 5주차에 절박유산 진단을 받았다. “저는 연차를 써서 쉬다가 연차를 모두 소진했어요. 회사 규정상 병가를 쓰려면 진단서 3주치가 필요하다. 병가가 해당하지 않아, 출산휴가를 당겨서 5일 썼어요. 출산전후 휴가 같은 경우는 현재 정부 기준으로는 44일까지 임신 중에 쓸 수 있는데, 유산 위험이 있거나 이미 유산을 경험한 산모가 쓸 수 있어요.” 

하지만 B 씨는 결국 유산을 했지만 당시 유산 위험이 있는 산모에 해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출산전후 휴가도 사용할 수 없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유산·사산 위험이 있는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는 출산 전의 기간 동안 출산휴가를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이른바 ‘출산휴가 분할 사용’ 제도가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출산 후에 45일을 배정해야하므로, 최대 44일에 한해 제도를 사용할 수 있어서 제한적인 것. 이 부부가 국민청원을 제기한 내용은 출산휴가와는 별개로 임신 중에도 육아휴직을 미리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B 씨는 “어렵게 절박유산 3주 진단서를 받았는데, 1주일 뒤에 바로 유산을 했다. 저만해도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알다시피 임신을 하고 안정적으로 출산을 하는 산모도 많다. 예전엔 저도 임신은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회의 도움 없이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맘 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과 쪽지로 유산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 임신·출산·유산은 저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구나, 그때 연대를 느꼈고 공감으로 위로 받았다”며 “우리같은 상황에서는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것보다 안전하게 출산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 국민청원에 그치지 않고, 국회에 전화하고, 인터넷에 글 올리고...

남편 A 씨는 "정부 답변을 얻을 수 있는 20만 동의에 비하면 소소한 숫자지만, 544명이나 되는 분들이 지지해주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남편 A 씨는 "정부 답변을 얻을 수 있는 20만 동의에 비하면 소소한 숫자지만, 544명이나 되는 분들이 지지해주는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현행 근로기준법과 회사의 정책 모두 부부의 아기를 지켜줄 수 없었지만, 부부는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았다. 연대와 공감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부부는 유산의 아픔에서 머물지 않고, 자신과 같은 일을 또 다른 부부들이 겪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A 씨는 “아내가 임신 전부터 몸이 약했고 코로나19, 과다한 업무 양으로 ‘임신 중 육아휴직’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찾아보니 ‘임신 중 육아휴직’ 관련 보도자료는 4년 전부터 있었는데 그동안 발의만 됐고 통과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부는 한정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국민청원을 넣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글을 쓰거나 국회의원 측에 전화를 하며 ‘임신 중 육아휴직’ 관련 법률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했다. 

해당 법률안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경우’에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을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되 전체 휴직기간은 자녀양육을 위한 육아휴직을 포함해 최대 1년간 사용할 수 있고, 임신으로 인한 휴직을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육아휴직 분할 사용에서 제외해서 향후에도 분할 사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A 씨는 “메일과 전화로 이 법안이 언제 처리가 되느냐, 언제 회의가 열리냐, 통과하게 노력해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했다. 국민청원도 올렸는데 560여 명이 동의해 주셨다. 그리고 블로그나 카페 글을 보고 쪽지로 알려주시는 분들이 10명 정도 생겼다”며 “시민단체 활동이 보편적이지만 일반 시민의 목소리도 국회에 전달돼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 출산휴가와 별개로 임신 중 육아휴직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 국회 환노위 통과

남편 A 씨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너를 위해서 법을 바꿨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직장이 외국계기업인데 남자분들은 아무도 육아휴직을 안쓴다. 제가 첫 번째로 육아휴직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편 A 씨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너를 위해서 법을 바꿨어'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직장이 외국계기업인데 남자분들은 아무도 육아휴직을 안쓴다. 제가 첫 번째로 육아휴직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임신 중 육아휴직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여성근로자에 대해 ‘잠재적 육아휴직 사용자’로 보게 될 것이고, 여성근로자를 기피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A 씨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해야 대체인력을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직장 기혼여성들처럼 필수는 아니다. 기혼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무조건’ 사용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합계출산율 0.84명은 이해가 된다. 남·여 고용률이 20% 이상 차이가 나는데 여자가 출산을 안하는 것이 당연하다. 세종시가 설명해주지 않는가? 아이를 많이 낳는게 행복하다면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제안했다. 여성 공무원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거나 출산하게 될 때 육아휴직을 총 3년 사용할 수 있다. 공무원의 비율이 높은 세종시의 2019 합계출산율은 전국 1위로 1.47명이다. 세종시의 출산율을 무조건 '육아휴직' 하나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공무원의 특성상 육아휴직이 길게 보장되기 때문에 임신과 출산 계획도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이 부부는 “무엇보다도 저출산을 벗어날수 있도록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남자가 육아휴직해도 커리어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이런 선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하고 제도가 바뀌면 문화가 바뀔 것”이라며 “임신 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바람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을까? 인터뷰 이후 국회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4일 임신 중에도 출산휴가와 별개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통과한 것. 

이 소식을 들은 남편 A 씨는 “사실 중간에 환노위에서 법안이 논의되지 않고 계류될 때 무력감을 느꼈다. 그래도 맘카페에서 많은 시민 분들이 힘을 모아주셔서 더 늦지 않게 통과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입법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많은 분들이 마음을 모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희망이 생긴다. 모두가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는 좋은 법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내 B 씨는 “필요한 법안이었는데 이제야 통과돼 아쉽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많은 엄마와 아빠들의 소망이 조금은 빛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 앞으로도 임신·출산·육아가 부담이 아니라 행복이 되는 여러 정책과 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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