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다 생각말고, 부딪혀 보자... 실천하는 날은 내일 말고 오늘"
"하고 싶다 생각말고, 부딪혀 보자... 실천하는 날은 내일 말고 오늘"
  • 김재호 기자
  • 승인 2021.05.06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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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기] '8년차 목수' 김유미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 대표

【베이비뉴스 김재호 기자】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의 대표인 김유미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의 대표인 김유미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지던 직업,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처음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정한 주제였다. 호기롭게 주제를 정했지만 어떤 직업들을 찾아봐야 할지 솔직히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했던 찰나에 스쳐 지나가던 직업은 목수였다. 그때 왜 갑자기 목수라는 직업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공방이라는 곳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이 많아서 였을까? 하여튼 여성 목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8년 차 여성 목수인 김유미 씨를 어렵게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2, 중3, 중1 세 딸의 엄마인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의 대표인 김유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고2, 중3, 중1 세 딸의 엄마인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의 대표인 김유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배터리 수입업체 영업직으로 일하다가 목수로 전향

고2, 중3, 중1 세 딸의 엄마인 '왓에버우드' 원목가구공방의 대표인 김유미 씨는 아이 낳기 전에는 한 배터리 관련 수입업체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다 육아로 인해 잠시 일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녀가 가구 만드는 목수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신혼시절로 되돌아간다. 

“신혼 때였던가... 당시 구입했던 가구에서 도장 냄새가 너무 심해서 정말 고생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가구를 구매할 땐 꼭 이미 냄새가 다 빠져있는 전시상품들을 구입했는데 이렇게 예민하게 굴거면 아예 가구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별생각 없이 집 근처 공방으로 갔어요.“

커다란 나무들을 드릴로 자르고 작업장 곳곳에는 보이는 엄청난 양의 톱밥과 먼지들... 힘찬 못질과 망치질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상상되는 목수의 세계에 그녀는 이렇게 발을 들이게 됐다.

여자 목수의 삶을 살고 있는 김유미 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여자 목수의 삶을 살고 있는 김유미 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목수라는 직업, 엄마를 이해해 주는 딸들

“취미로 하기에는 너무 사치스럽고.. 그렇다고 직업으로 하자니 일이 너무 힘들고 나무에 미치지 않고서야 선택하기 쉽지 않은 직종이죠. 다른 일들은 좋아하지 않아도 돈을 많이 주면 할 수 있지만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에요.“

올해 목수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 8년이 된 여자 목수 김유미 씨가 덤덤하게 내뱉었다. 

가족들에게 이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은 없지만 가족들도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한 거 같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왠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처음 작업장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커다란 나무 재료들과 어디서 본 것은 같지만 정확히 명칭은 모르겠는 다양한 도구들, 그리고 공사현장에서나 들릴 법한 소음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주는 느낌이란 남자들에게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에게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목수라는 직업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남자들에게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목수라는 직업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딸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엄마가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해라고요. 그러니 이러더라고요, '엄마, 요즘엔 어느 집이나 다 그래'.“
 
딸들이 워낙 무뚝뚝하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지금은 웃으면 말하는 그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어느 엄마라고 마음이 편했을까? 하지만 엄마의 미안함에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해 주는 딸들의 모습에서 지금까지 목수로서의 삶을 지킬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정확히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양한 장비들이 구비돼 있는 그녀의 작업실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확히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양한 장비들이 구비돼 있는 그녀의 작업실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여자라서 힘든 점은 솔직히 없었다, 오히려 나에겐 장점이 더 많은 직업"

어떻게 보면 여자라서 힘든 점이 많아야 기자 입장에선 이야기가 되었겠지만 딱히 여자라서 힘든 점이 없다는 그녀의 대답에 내심 놀란 건 사실이었다. 

“아! 굳이 여자라서 좀 그랬다고 하면 생각나는 게 작업물 배송 때문에 방문한 기사님이 부피가 크다보니 같이 좀 들었으면 하는데 여자들만 있으니깐... 남자들은 없냐고 물은 거? 그 정도는 있네요.“

평소에 공방 클래스도 같이 운영하는 그녀는 또 한 가지 생각난 듯 말했다

“은퇴하고 오신 나이 좀 있으신 남자 수강생분들 중에 가르쳐주는 사람이 여자라서 처음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하라는 대로 안 하기도 하고 제가 지금은 인터뷰라 좋게 말하지만(웃음) 아무래도 위험하고 긴장해야하는 작업이다보니 말도 쎄게 하고 그러는데 정말 말을 안 들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분주하게 작업 중인 김유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분주하게 작업 중인 김유미 씨.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여자 목수라서 힘든 점이나 이 일의 단점을 물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신에게 잘 맞는다면 해볼만한 직업이라 말했다.

"계속해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들이 발전하니 배울 것도 많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죠. 그리고 제 작업물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너무 좋아했을 때 조금의 감동이 아니라 저의 인생에서는 너무나 큰 행복이죠. 목수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유미 씨가 핸드드립 황동드립스탠드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구 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도 제작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유미 씨가 핸드드립 황동드립스탠드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구 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도 제작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하고 싶다면 내일 말고 오늘 바로 시작하세요"

“딸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살림만 하는 모습을 딸들에게 보여주기 싫었어요. 저희 친정어머니도 가정주부셨는데 저도 자연스레 어느새 가정주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느껴졌어요.“

가정주부로서 삶도 의미 있고 아무나 못하는 힘든 일이지만 집 말고 밖에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더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녀는 어느새 8년 차 목수가 됐다. 남자들도 채 몇 년을 버티지 못하는 이 세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그녀에게 목수 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일단 부딪혀봐라, 다른 생각 말고... 하고 싶다가 아니라 일단 해봐라. 실천하는 날이 내일 말고 오늘이면 좋겠다.“

처음 목수 일을 시작할 때도 단순한 취미생활로 시작했던 탓인지 목수의 세계에 대단한 환상이나 꿈을 가지고 접근하지 말고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 일인이 아닌지 천천히 느껴보고 생각하라는 걸크러쉬 넘치는 언니이자 다정한 엄마 같은 조언이었다.

쉴 틈이 없이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목수의 삶은 항상 바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쉴 틈이 없이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목수의 삶은 항상 바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지막으로 세 딸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8년 차 목수이자 엄마인 김유미 씨는 이렇게 답했다.

“너의 일을 찾아라. 네가 밥벌이할 수 있는 너만의 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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