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우리네 결혼식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우리네 결혼식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2.12.1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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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 단 한 번의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결혼식 풍경을 잠시 떠올려 보자. 집으로 청첩장이 예쁜 봉투에 담겨보내진다. 장소와 시간 등을 확인하고 당일이 되면 결혼식장으로 간다. 긴장이 역력한 신랑신부 측 부모님은 뜬 눈으로 날을 새고 하객들을 맞이한다. 신부는 생애 단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젤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 웨딩구두도 신경 써 골라신었다. 신부화장은 평소보다 두텁고, 진하게 그려져 원래 얼굴은 가려져 버린다. 이윽고, 식이 시작된다는 신랑친구인 사회자의 음성이 들려온다. 하객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식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양가 어머니들은 손을 잡고 입장해 촛불에 불을 켠다. 어머니들께서 자리로 돌아가 앉으면 늠름한 신랑이 입장한다.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만의 워킹을 선보여야 한다. 웃음끼를 머금고 입장을 끝내 하객들을 향해 목례인사를 건넨다. 다음은 신부의 워킹이다. 드레스는 필연적으로 땅에 끌리도록 제작돼 한두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혼자 걷지 못한다. 평소에 신지도 않는 웨딩구두를 신으니 발이 아프기도 하지만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한걸음을 내딛는다. 사실. 웨딩구두는 드레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아버지 손을 붙잡은 딸의 손은 떨려오고, 그 손은 중반부터 신랑의 손으로 옮겨간다.

 

둘의 입장이 완료되면, 주례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된다. 긴장감에 휩싸인 예비부부는 주례사의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 없고, 형식적인 주례사의 말은 하객들의 귀에 더더욱 다가서지 못한다. 이후 축하공연이 한두 번 있는데, 이조차도 형식에 치우치다보니, 하객들과의 소통력이 떨어지고, 그러니 호응력도 반감된다. 이후 양가부모님께 절을 드리고 나면 최종 행진만을 남겨두게 되는데, 사회자의 센스가 돋보인다면, 멀리서 온 하객들에게 잔잔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식자체가 민숭민숭하게 끝나기도 한다.

 

결국 결혼식의 평가는 뷔페종류에서 갈리게 되는데, 예식장은 음식의 수, 인분 등을 미리 책정해둬 예비부부측에 인원 할당 가격을 미리 계약한다. 여기에 현금결제는 카드결제 가격보다 저렴하게 해준다는 말을 꼭 붙여서 말이다. 역시 하객들의 결혼식 평가는 음식에서 결정되고 '맛이 있네 없네'라며 집으로 돌아간다. 무릇 영화나 공연을 보더라도 그 내용적 측면이 갖는 함의, 스토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며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러나 예식은 공연도, 영화도, 패션쇼도 아닌, 그저 일생일대의 단 한 번의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가 싶다.

 

돈을 들여서 1~2년 걸어놓았다가 때가 지나면 장롱 구석에 배치되는 웨딩사진, 사랑의 확인은 예물의 가격으로 해야 된다는 일념에 비싼 다이아반지와 시계 등을 주고받았지만, 이 역시 장롱의 어딘가로 고이 모셔두게 된다. 집은 남자가 준비한다는 관념에 따라 남자와 그의 부모가 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준비했지만, 결국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느라 허덕인다. 어디 그뿐인가. 집값에 비례한 예단과 시어머니 명품백은 또 어디서 온 정성이란 말인가. 정말로 행복한 결혼과 부부의 삶을 시작하는 절차가 단 한 번뿐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지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보다 더 값진 의미는 못 만드나? ⓒ다준다연구소
돈보다 더 값진 의미는 못 만드나? ⓒ다준다연구소

 

누군가는 결혼식을 준비하다 의견 다툼으로 파혼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준비과정에서 틀어진 관계가 결혼식을 파기할 용기로 이어지지 못해, 결혼 후 서로를 괴롭히는 싸움의 무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묻는다. 당신의 웨딩마치엔 단 한 번뿐이라는 말에 걸맞은 내용이 있는가. 그래서 주변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스토리 있는 웨딩인가. 단 한 번뿐이라는 말로, 행복이 불행이 되고, 누군가는 남몰래 눈물 흘리는 그런 웨딩 아닌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결혼식 말고, 쿨한 웨딩이 필요한 때이다. 단 한 번뿐인 웨딩은 돈보다 의미가 더 많이 담겨야 한다. 형식적인 거 말고, 진짜 의미 있는 것으로.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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