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아이 낳게 해준다니?"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에 반발
"익명으로 아이 낳게 해준다니?"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에 반발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7.08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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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입양연대회의, 보호출산제 반대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덴마크 해외입양인입니다. 입양인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부모님 찾았어요?’입니다. 누구나 본인의 근원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기본 아닌가요? 우리의 정체성(identity)을 지우지 마시고 해외입양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정체성을 법적으로 보호해주세요. 우리 권리침해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해외입양인 한분영 씨)

한국미혼모네트워크, 국내입양인연대 등으로 구성된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입양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호출산특별법안’과 관련해, “보호출산제 논의를 전면 중단하라!”, “아동의 출생과 알 권리를 함께 보장하라!”, “위기임산부 지원체계를 확대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익명으로 출산하도록 하는 것은 아동의 알 권리를 막고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에는 보호출산제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입양가족인 김미애 국민의힘(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이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조오섭 더불어민주당(광주 북구갑) 국회의원도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는 두 법안에 대해 지난달 21일 성명을 내놨다. 성명을 통해 ‘국회와 정부는 익명출산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임신-출산-양육 위기에 대한 공적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서에는 두 법안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강조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김미애의원안’은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거나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익명출산으로 태어난 자는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과 “‘조오섭의원안’은 출생기록 공개 시 친생부모의 개인정보는 비식별화하도록 규정해놓고, 친생부모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교부는 법원행정처가 친생부모의 사생활의 권리 등을 고려해 교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입양특례법 출생신고 조항으로 유기 아동 늘고 입양 줄었다?’ 근거 없다”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반철진 입양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명서 낭독을 통해, 보호출산제 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반철진 공동대표는 “비혼출산을 숨겨야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라면서 “정상가족 개념의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호출산제의 ‘보호’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산모를 보호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출산의 비밀을 보호한다는 것이고, 아동을 보호한다는 것은 비정상의 가족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냐”면서 “보호출산제가 필요하다는 주장 밑바닥에 깔린 의식이 매우 염려스럽다. 아동보호의 시작은 원가정 보호인데 이 법안에는 아동의 원가정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반 공동대표는 '보호출산제가 입양특례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 공동대표는 "2013년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의 핵심은 친생부모의 출생등록에 있다. 시행 이전에는 연평균 3600여 명의 아동이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입양기관이나 사회시설에 유기됐다"면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입양특례법 이후인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입양대상 아동 1207명 중 76.7%인 926명은 친생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이 이뤄졌고, 나머지 23.3%인 281명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문제의 해결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경우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이지 보호출산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호출산제 주장에서 언급된,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 조항 때문에 유기 아동이 늘고 입양이 줄었다’는 것은 근거 없고 잘못된 철학을 가지고 입양특례법의 출생신고 조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아동보호의 핵심은 가정보호가 아니라 원가정 보호이고 입양은 차선책이지 절대 선일 수 없는 것이라면서 출생신고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신의 출생정보 알지 못하게 된 입양인…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될 것”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는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어진 모두 발언에서도 보호출산제 추진을 중단하고 위기임산부 지원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민영창 국내입양인연대 대표는 입양인 당사자로서 “입양아동이 성장 후에도 친부모의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아동의 알 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익명출산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면서 “이 제도는 결국 수많은 비극 입양인을 양산하게 될 것이고 자신의 출생정보를 알지 못하게 된 입양인은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민 대표는 “비입양인 대비 4배 높은 자살률에서 드러나듯 자신의 출생정보 부재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은 삶 전체 치명적인 위험요인일 수밖에 없다. 입양인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입양제도를 과거로 회귀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는 보호출산제에 대해 즉각 철회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세상에 아이를 포기하는 엄마는 없다. 아이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이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뿐”이라면서 “당사자들인 미혼모자가정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고 여성의 선택적 권리로 포장해 강요하고, 국제아동인권과 아동 최우선의 원칙을 위반하면서 아동의 복지를 위해서라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 역시 '보호출산제는 여성의 권리와 아동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가 취약한 여성들의 가족, 가난한 가족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확인하고, 위기임신부의 건강과 출산,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대한 지원·상담정책 개선부터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강정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변호사는 “지난 6월 법무부는 출생통보제 입법예고와 함께 보호출산제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아동을 위한다는 정책에 정작 ‘아동의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출산제와 관련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익명출산제에 대해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 및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권고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변호사는 “국회와 정부는 익명출산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와 임신과 출산, 양육 위기에 대한 공적인 지원 제도를 마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지난 5월 11일 창립 총회를 연 ‘입양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에 속한 국내입양인연대, 국제아동인권센터, 더나은 입양을 실천하는 입양부모 네트워크,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뿌리의 집,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등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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