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아이 키우는 게 죄가 되지 않는 세상 만들게요” 
용혜인 의원 “아이 키우는 게 죄가 되지 않는 세상 만들게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7.1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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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기 중 출산한 3호 국회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난 5일 태어난 지 59일 된 아이(박단)가 탄 유아차를 끌고 국회에 복귀한 용혜인(32)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특히 이날 아이와 함께 출근해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 국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의 특혜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 ‘아이 동반보다 보육시설을 늘리는 게 우선 아니냐’와 같은 비판도 있었다.  

지난 5일 아이와 함께 국회에 복귀한 용혜인 의원이 유아차를 끌고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지난 5일 아이와 함께 국회에 복귀한 용혜인 의원이 유아차를 끌고 의원회관을 나서고 있다. ⓒ용혜인 의원실

그러나 용 의원은 “이 법안은 남녀 의원이 24개월 이하 영아를 불가피하게 직접 돌봐야 할 때 회의장에 영아를 동반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보육시설에 맡기더라도 요즘같이 코로나19 상황이라면 어린이집에 확진자가 나와 돌봄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구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자신만을, 혹은 여성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용 의원은 인터뷰에서 “아이와 함께 국회 온 게 생각보다 너무 이슈가 돼 놀랐다”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해나갈 입법과제의 원동력이 될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자칭 ‘남편 덕후’라는 용 의원.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가 나오길 바랐는데, 제 100일 사진이랑 지금 단이 모습이 완전 똑같아요”라고 말하며 아쉬운 듯 웃었다. 

서울에 살던 용 의원 부부는 4월 재보궐선거 끝내고 출산 전에 친정이 있는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했다. 5월 말 출산예정일이었는데 선거운동을 무리하게 했던 탓일까. 이사 후에 조산 전조가 있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일주일을 버티고는 출산했다.  

용 의원 말대로 운이 좋아 남편이 육아휴직해서 아이를 돌보고, 친정엄마 찬스도 쓰지만 운이 좋은 것 말고 경력단절을 겪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고,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 임기 중에 임신과 출산 후, 육아와 의정활동을 병행하는 용 의원을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용 의원을 제외한 취재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래는 용 의원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슈퍼맘의 롤모델이고 싶지 않은데… 선출직으로서의 딜레마가 있어요”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용혜인 의원실에서 용 의원을 만나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용혜인 의원실에서 용 의원을 만나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산후조리는 좀 하고 복귀했나요? 직장 다니는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90일까지 출산휴가가 있는데요, 국회의원은 출산휴가가 없잖아요. 온전히 쉰 날이 얼마나 되세요?

“산후조리원에 2주 있었어요. 온전히 쉰 날요? (웃음) 글쎄요. 딱 잘라 말씀드리긴 좀 애매해요. 스마트폰이랑 태블릿PC로 (파일) 받아서 검토하고 계속 그랬어요. 노동자로서 임신, 출산한 여성들이 충분히 쉴 수 있어야 하지만 선출직으로서의 딜레마가 있어요. 슈퍼맘의 롤모델이고 싶진 않은데 선출직이라 마냥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까요. 회의가 있을 때 청가를 제출하는데요, 10회 사용했습니다. 출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출석률은 의정활동 평가에 반영돼요. 4년 뒤 평가할 땐 결과만 보지 않을까요.”    

-먼저,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떠셨어요? 2020년 10월 임신 소식이 알려졌는데, 의정활동과 병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처음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국민들께서 선출직 임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지 고민이었어요. 그때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열릴 때였어요. 일을 줄일 수는 없고 가장 바쁜 시기라 야근하고 지역 출장 다니고, 그땐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하혈하고, 그래서 병원 다니고 유산방지 주사도 맞고요. 초반엔 입덧 때문에 밥을 거의 못 먹어 살이 빠졌어요. 임신 막달에는 임신 전 몸무게보다 6㎏ 쪘고요, 아이 낳고 10㎏이 빠진 거예요. 오히려 다이어트를 한 게 됐어요(웃음). 

초반에는 유산징조도 있고 입덧도 있었어요. 입덧하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되더라고요. ‘애가 잘 있구나’ 하고요. 중반에는 컨디션이 좋아서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유세하러 다니고 날아다녔어요. 그런데 컨디션 믿고 너무 무리했는지 5월 말 출산예정이었는데 선거 끝나고 갑자기 안 좋아져서 5월 1일에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 버티고 5월 8일에 출산을 했어요. 일주일 정도 끌었던 게, 아이 몸무게가 작았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정상 체중으로 낳았습니다.”

-오늘 육아 69일째신데요, 육아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50일 넘어가면서 할 만해졌어요. 처음에는 두 시간마다 먹이고, 트림시키고 재우고 나면 한 시간 걸리고, 한 시간 잠깐 다른 일 좀 보고 나면 또 밥 먹여야 하고, 24시간을 반복해요. 그사이에 잠도 자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빨래해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애 낳기 전에는 쌍둥이도 좋겠다 했는데 겪어보니 감당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아이가 너무 예쁘고 좋긴 한데… 임신, 출산하기 전의 온전한 나의 삶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런데 복귀하고 나서 아침 일찍 나오고 새벽에 들어가고 하면서 아이를 이틀 동안 안아 보지도 못했어요.”

◇ “제가 경험하면서 충격받았던 건… 지원되는 게 거의 없어요” 

용혜인 의원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충격받았던 건…지원되는 게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용혜인 의원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충격받았던 건…지원되는 게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출산 전과 비교해서 출산 후에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으세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전히 젠더 이슈들이 한국 사회 화두잖아요. 그런데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여성의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아요. 저도 계획은 없었지만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관심사가 달라지게 되더라고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말이야’라는 말이 별로라고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잖아요.
 
제가 경험하면서 충격받았던 건 정부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지원되는 게 거의 없어요. 병원비 부담도 굉장히 크고요, 아이 낳는 데 꼭 필요한 비용이 개인의 몫이에요. 예를 들면 초음파검사가 일곱 번까지만 급여처리가 되고요, 다운증후군 선별검사는 낙태법은 폐지됐지만 낙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데 검사는 진행돼요. 병원에선 기본검사처럼 말씀하셨는데 피 검사까지 60만 원인가 내고… 검사결과와 관계없이 아이를 낳았을 텐데, 괜히 검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제도는 거의 다 마련돼 있습니다. 주로 공무원이나 대기업 노동자들은 누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노동자나 자영업자, 프리랜서에겐 그림의 떡이죠. 이런 격차는 어떻게 좀 줄여나갈 수 있을까요?

“사실 육아휴직까지 가지도 못하고 임신했다 하면 그 자리에서 권고사직 당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아요. 저도 여러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데요, 임신했다고 했더니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당하죠. 그런데 문제제기하면 실업급여도 못 받게 처리할까 봐 두려워서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어요. 

격차를 줄여나가는 게 필요한데 저도 복귀하면서 해법을 '짠~'하고 가져오고 싶었는데, 방향을 딱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남성 육아휴직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 결국 인센티브를 주거나, 의무화시키는 것 두 가지 방향이 있는데요, 의무화를 시키는 건 쉽지 않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려고 하면 소득 격차가 그대로 반영되니까요. 그럼 소득대체율을 어디까지 어떻게 높여야 하는지,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밑바닥부터 다시 검토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성별 임금격차 문제가 있어요. 애기 엄마·아빠가 있으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엄마가 육아휴직을 하는 게 합리적인 게 돼 버리잖아요. 여성의 육아휴직이 고착화됩니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는 더 큰 담론이라….” 

-지금까지 지원받은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정책이나 제도 중에 좋았던 건 어떤 게 있어요?

“저는 경기도민이에요. 경기도는 산후조리비를 지원해요. 안산시에서 산후조리원 비용 40만 원을 지역화폐로 줬어요. 가재손수건, 체온계, 방수매트가 든 선물세트를 선물로 받았고요. 많은 분들이 필수라고 생각하시는 게 ‘산후도우미 지원사업’이었어요. 없어서는 안 된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저는 국회의원이라 소득이 많이 잡혀서 (통장 잔고는 없지만) 혜택을 받진 못했어요. 둘째 땐 저도 꼭 써야겠어요(웃음).”

-국회에 영유아 관련 이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국회에 수유실이 일곱 곳 있어요. 저는 본청 수유실에 가봤는데요, 있을 건 있는데 최소한으로 돼 있어요. 작은 방에 1인용 소파가 있어서 한 명만 쓸 수 있는 수유실이에요. 기저귀 교환대, 세면대도 있어요. 그런데 기저귀 교환대는 있지만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없고요, 세면대는 있지만 손 씻을 비누가 없어요.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인 거죠. 전자레인지, 휴지, 물티슈 이런 건 전혀 없어요.” 

◇ "내년 대선을 통해 기본소득이 실현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

용혜인 의원은 "1호, 2호 의원님이 제게 힘과 용기가 된 것처럼 저의 존재가 4호 의원님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용혜인 의원은 "1호, 2호 의원님이 제게 힘과 용기가 된 것처럼 저의 존재가 4호 의원님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소속된 정당이 기본소득당이라 기본소득 담론에 가장 무게를 두고 의정활동을 펼치실 텐데요?

“저희는 당명부터 ‘기본소득당’ 저희가 하고자 하는 걸 명확하게 내걸었어요. 단순히 사람들에게 돈을 얼마씩 주자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 리모델링 핵심 키워드가 ‘기본소득’인 겁니다. 최소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경험하는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고, 독박육아와 돌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도 있고,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탄소세를 통해 탄소배출양을 줄여나가는 데도 기여할 수 있고요.

저희도 내년 대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기본소득당은 굉장히 젊은 정당이에요. 제가 국회의원 중에서 뒤에서 세 번째로 어리지만, 저희 당에서 저는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당원이 2만 명, 평균 나이가 24세. 대통령 선거는 40세 이상이 돼야 출마할 수 있어서 후보 발굴을 시작했는데 가장 큰 고민입니다. 내년 대선을 통해 기본소득이 실현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앞서 19대 장하나 전 의원, 20대 신보라 전 의원이 임기 중에 출산을 했어요. 용 의원님이 3호인데요, 용 의원님보다 먼저 출산한 의원이나 이후에 할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앞선 두 분은 정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저도 계획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아이 못 낳았을 것 같아요. 선출직으로서 임신과 출산 계획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과 그 뒤 모두 큰 용기였을 것 같아요. 장하나 의원님은 임신해 나온 배를 코트 속에 숨겼다고 하더라고요. 신보라 의원님은 난임이어서 의정활동 하면서 어렵게 아이를 가지고, 또 출산 후 복귀가 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 의원님이 45일 출산휴가를 사용하셨는데, 선례를 남긴 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45일보다 좀 더 썼고요, 4호 의원님은 저보단 더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호, 2호 의원님이 제게 힘과 용기가 된 것처럼 저의 존재가 4호 의원님께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아이 키우는 양육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우리 사회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건 용납이 되지 않는 사회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요.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도 그랬어요. 원래 아이는 울고, 보채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그런 거잖아요. 우리가 모두 그렇게 자랐고 아이는 그런 시간을 보내야 성장을 하는 건데… 그런 아이들을 너그럽게 봐줘야 하는데… 어른들이 여유가 없는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이 어디 나가는 걸 눈치 보게 되고 힘든 일이 돼 버리고, 엄마는 아이와 집에서 힘들게 보내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는 건 죄가 아닌데 죄인처럼 (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죄인이 아니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겁니다.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한다거나 강요된 선택지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크게 이슈가 된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할 입법과제에 대해 책임 있게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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