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을 통해 바라본 아동주거빈곤 해결책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을 통해 바라본 아동주거빈곤 해결책
  • 기고=채창일
  • 승인 2021.07.2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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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 집으로] 17. 채창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후원회장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와 부산후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주거지원 프로젝트 ‘하늘하우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와 부산후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주거지원 프로젝트 ‘하늘하우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1950년경, 일본 규슈의 미야자키현에서 조금 떨어진 무인도에 원숭이 20여 마리가 살고 있었다. 이들의 먹이는 주로 고구마였는데, 처음에는 고구마에 묻은 흙을 손으로 털어내고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18개월 된 어린 원숭이가 강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자 이를 본 다른 원숭이들이 하나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고구마를 씻어 먹는 원숭이가 어느 정도 늘어나자 멀리 떨어진 지역의 원숭이들 사이에도 똑같은 행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접촉도, 의사소통도 없던 상황에서 마치 신호를 주고받은 것처럼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위가 퍼져 나간 것이다.

어떤 행위를 하는 개체 수가 일정 수에 도달하면 그 행동은 한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 확산한다. 이 같은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미국 동식물 학자인 라이얼 왓슨은 이를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이라 명명한 바 있다. 필자는 이 현상은 주거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동주거빈곤 문제 해결에도 적용된다고 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얼마 전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산꼭대기의 무허가 주택에서 7세 아이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였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쩔뚝거리며 오르는 어머니, 힘들다고 하면서도 씩씩하게 오르는 딸아이를 보며 참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LH 한부모가족 지원에 당첨되어 전세 대출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5% 자비를 내지 못해 포기했고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원을 받게 된 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곱 살 어린 딸은 그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높은 데 사니 공기가 좋다며, 행여나 제가 힘들까 이사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었는데, 새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요즘은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와 부산후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주거지원 프로젝트 ‘하늘하우스’를 통해 안전한 거처를 지원받은 가정이었다. 어머니는 감사 인사와 더불어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후원을 시작하겠다”고 말이다.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처럼 나눔이 또 다른 나눔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재단의 그린노블클럽 부산후원회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살고 있는 주거빈곤아동을 돕기 위해 최저주거기준에 맞춘 주거환경 개선을 최우선 아젠다로 놓고 있다. 아동과 가족의 심리적,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보증금 지원, 월세 지원, 주거환경 개·보수, 이사 비용 지원, 필수 가구 및 가전 구입 등으로 지원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린노블클럽 부산후원회와 기업 후원으로 27개 가정에 주거 지원이 이뤄졌다.

필자는 현재 이 가정과 비슷한 연령대의 딸 셋을 키우고 있고, 아이들 이름으로 어린이재단에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아이들이 지금,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성인이 되어 스스로 깨닫고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세상의 가치관이나 행동 양식은 변화된 소수의 사람에 의해 바뀐다. 누군가 깨닫고 먼저 시작하고 몇 퍼센트 정도의 소수가 변하면서 모든 사회와 전 세계가 바뀔 수 있다.

후원자들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만들어가는 ‘100마리째 원숭이 현상’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공정하고 행복한 미래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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