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출산, 두 번의 해고…10년이 지나도 변화없는 보육환경
두 번의 출산, 두 번의 해고…10년이 지나도 변화없는 보육환경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9.1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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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한민국 워킹맘 보고서⑦] 11살·9살 두 아이 엄마, 보육교사 박유진 씨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코로나19가 집어삼킨 대한민국, 워킹맘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2021년을 살아가는 열 명의 워킹맘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부 정책이 개별 가정에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가정·직장·사회 내에서 차별받는 워킹맘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대안이 필요한지 고민했다. -기자 말 

보육교사로 8년 근무한 11살, 9살 두 아이 엄마 박유진 씨(가명·38세)를 지난 8월 4일 만났다. ⓒ베이비뉴스
보육교사로 8년 근무한 11살, 9살 두 아이 엄마 박유진 씨(가명·38세)를 지난 8월 4일 만났다. ⓒ베이비뉴스

“아이가 열이 굉장히 많이 났을 때 해열제 여섯 개 챙겨서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저도 어린이집에 가서 제가 맡은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제 아이가 생각나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위해서… 아픈 아이를 해열제까지 챙겨 보내놓고 나는 이러고 있을까. 전업맘으로 아이들만 양육했다면 우리 아이가 아픈데도 어린이집에 힘들게 가진 않을 텐데….”

11살, 9살 두 아이 엄마 박유진(가명·38세) 씨는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8년 정도 근무했다. 두 번의 임신에도 단 한 번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해고를 당했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 내에서 보육교사들은 임신, 출산, 양육 과정에서 제대로 된 처우를 받고 있을까.

국공립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그나마 사용하기도 하지만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는 드문 상황. 지난 8월 4일 박유진 씨를 서울시 서초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가면을 쓰고 진행했다. 
                 
◇ “결과적으로 출산휴가 육아휴직 다 못 받고 해고됐어요”

“첫째 아이 임신했을 때 학기 중간이었거든요. 임신 사실을 원장님께 알리고 아이 낳아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좀 보장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당시에는 ‘알겠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원장님이 ‘주변 원장님들한테 물어보니까 해 주지 말라네. 해줘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해줬을 때 손해 보니 해 주지 말라더라고’ 하시는 거예요. 

(학기 끝나는) 2월 말까지 일하든지 아니면 재계약서 쓰고 출산 때까지만 일하라고 해서 결과적으로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다 못 받고 그냥 해고됐어요.”

박 씨는 첫 아이 출산이 7월이었다. 3월 말까지 근무하다가 출산을 4개월 정도 앞두고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원장과 출산휴가, 육아휴직 관련해 두어 달 언쟁도 있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 컸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어서 위험하니 쉬어야 한다고 했다. 병가 진단서를 냈더니 원장은 3월 말로 바로 박 씨를 해고해버렸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어린이집 현장에서조차 임산부에 대해 이렇게 출산휴가, 육아휴직 지원도 안 되는 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대체교사 구하느니 차라리 정교사를 구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 그리고 올 사람 많은데 굳이 복잡하게 휴직을 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박 씨의 경력은 이렇게 단절됐다. 둘째 아이 돌 지나고 15개월 됐을 때쯤 다시 일을 시작했다.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박 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어린이집에 근무했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시진 않지만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계셔서 아이들을 쉽게 맡길 수는 없었다. 아이가 아프면 약 챙겨서 어린이집 보내고 그렇게 맞벌이 생활을 버텼다.

박 씨는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추석 연휴나 여름·겨울 가정학습 기간 등 박 씨가 쉴 때 아프고 병원에 입원하게 됐단다. 아이가 엄마가 쉴 때만 이렇게 아프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다고. 

한 번은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을 했다. “원장님이 대체교사를 구할 수 없다면서 간병해주는 병원에 아이를 입원시키고 일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셨어요. 할 수 없이 아이 아빠가 회사를 쉬고 아이를 돌보고 저녁에는 제가 퇴근해서 병원으로 가서 밤새 돌보고 다음 날 어린이집에 출근해 근무했던 그런 일도 있었죠.”

◇ “아이들 안 아프게 관리하는 것도 선생님 능력이야”

박유진 씨는 “엄마들이 출산휴가·육아휴직 마음대로 쓸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조만간 다시 아이들 만나는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박유진 씨는 “엄마들이 출산휴가·육아휴직 마음대로 쓸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조만간 다시 아이들 만나는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뉴스

직장 내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어려운 점은 없을까. “혹시라도 아이가 아파서 제가 빠진다거나 약간 업무 배제되는 게 있으면 결혼 안 한 선생님들의 시선이 따가워요. 그런 거를 이해 못 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불편했던 적도 있어요.”

“원장님은 마음으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실제 어린이집에서는 대체 할 수 있는 교사가 많지 않다 보니까 좀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시고, ‘선생님 몸 관리, 아이들 안 아프게 관리하는 것도 다 선생님 능력이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제가 아픈 것도 아니고 저희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게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모두 선생님의 능력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니까. 상처가 되죠.”

아픈데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 보면, 박 씨는 “저희 아이가 생각이 나고 안쓰럽고 한 번 더 안아주고 또 한 번 더 챙겨보게 되고 그렇죠.”라고 말한다. 이게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박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진의 눈도 촉촉해진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박 씨는 “내 아이는 내가 돌보는 게 맞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손을 내밀면 도와줄 양가 부모님이 안 계시진 않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도 내 아이는 내가 직접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란다.

아이 아빠도 새벽부터 늦게까지 근무하는 일을 해서 같이 양육을 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나마도 주말에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남편이 한 번씩 ‘꼭 일을 계속해야 되냐’ 툭툭 내뱉듯 이야기하면, 박 씨는 서운할 수밖에. 일이란 게 누구 한 사람만 좋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 못 하는 게 현실인데.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엄마도 선생님이야’ 이렇게 뿌듯해하는 것도 있고요. 한 번은 작은 아이가 다섯 살 때 제가 일하는 어린이집에 와서 제가 일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쭉 둘러보고 저희 반 아이들 이름, 사진 붙어 있는 것들 보더니 ‘엄마 이 친구들이 엄마가 돌봐주는 아이들이야?’ 이렇게 묻더라고요. ‘그래, 맞아’ 그랬더니, ‘치, 우리나 잘 봐주지’ 딱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우리 아이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또 ‘서운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죠. 더 잘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엄마들이 출산휴가·육아휴직 마음대로 쓸 확실한 제도가 필요해요”

박유진 씨에게 원장님은 “아이들 안 아프게 관리하는 것도 선생님 능력이야”라고 말한 게 상처가 됐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뉴스
박유진 씨에게 원장님은 “아이들 안 아프게 관리하는 것도 선생님 능력이야”라고 말한 게 상처가 됐다고 털어놨다. ⓒ베이비뉴스

다시 일을 시작한 후에도 두 번 이직했다. 어린이집은 많으니까 경력 단절이나 이런 것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일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현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엄마가 되고 나서 제가 직접 겪어 보니까 ‘일하는 게 쉽지가 않구나’, ‘커리어 쌓는 게 굉장히 어렵구나’ 싶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자기 일을 갖고 열심히 생활하는 엄마들 보면 ‘참 대단하구나’,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다 감내하고 그 자리까지 간 거잖아요. 상처도 많고 그걸 이겨내면서 올라간 거 보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박 씨가 어린이집 현장을 떠난 지 2년 정도 지났다. 2018년 첫 아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육아휴직을 또 거부당했다. 당시도 원장은 “(육아휴직) 해 주는 데 있으면 거기로 가라”고 했단다. 박 씨는 “좀 더 확실한 제도가 필요해요. 엄마들이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마음대로 쓰고 또 잘 활용한 다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요. 누군가가 자꾸 이렇게 부딪쳐야 또 바뀌지 않겠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씨는 요즘 보육교사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에서 동료 교사들의 고충 상담을 맡고 있다. 사무실이 따로 있는 건 아니어서 집에서 주로 선생님들 퇴근 후 전화로 상담을 많이 한다. 

“지금도 출산을 앞두고 해고를 당하신 분이 계세요. 아직도 이렇게 바뀌지 않는구나. 속상하기도 하고 언제쯤 보육 현장이 바뀔 수 있을까 늘 생각해요. 10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똑같아요. 굉장히 많이 바뀌어야죠. 내 권리를 내가 찾을 수 있도록 주장하고 바꾸어나가야 하고요, 안 해 준다고 그냥 퇴사해버리면 현장이 바뀌지 않아요.” 

박 씨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일은, 또 다른 저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어린이집에 가면 제가 맡은 아이들이 저만 바라보거든요. 그 아이들한테 사랑을 듬뿍 받고 저도 그 아이들과 함께 행복함을 누릴 수가 있어요. 물론 제 아이한테도 느낄 수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행복이죠. 온전히 저를 만날 수 있는 곳. 조만간 저도 다시 아이들 만나는 현장으로 돌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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