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만 ‘반짝’ 거론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 이번 대선은?
대선 때만 ‘반짝’ 거론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 이번 대선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10.0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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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한민국의 미래 유아교육·보육 체제 개편을 위한 연속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육아정책연구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뜻을 같이하는 여야 국회의원들 지난달 30일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유아교육·보육 체제 개편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뜻을 같이하는 여야 국회의원들 지난달 30일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유아교육·보육 체제 개편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개최했다. ⓒ육아정책연구소

현재 취학 전 아이들의 보육·교육 체제의 경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만 3~5세 취학 이전의 아동을 대상으로 전국 어디서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 보장을 위해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지원한다. 그러나 기관, 유형, 지역 등에 따른 지원격차로 평등한 출발선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유아교육·보육 체제, 이대로 괜찮은 걸까. 대선 때만 되면 반짝 언급되는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유보통합’과 ‘유아학교’로 유치원 명칭 변경 등은 선거가 끝나면 논의조차 안 된다. 기관 운영자와 종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 육아정책연구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나섰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육아정책연구소 9층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유아교육·보육 체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연속 토론회 중 첫 번째 토론회가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실시간 ‘육아정책연구소’와 ‘강득구TV’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국가의 인재양성과 부모의 돌봄 걱정을 모두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유아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은 정치적 관심을 수용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영유아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각각의 입장에서 다양한 쟁점을 논의하고 방안을 제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를 기획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대선을 앞두고 굉장히 많은 공약이 나오고 있지만 유아교육에 대한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고,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 또한 나오지 않는다”면서 “유보통합은 오랜 과제인데 이번 정부에서 논의조차 안 됐고, ‘유아학교’ 명칭 변경은 법안까지 발의돼 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논의의 장을 마련한 이유를 밝혔다.

◇ “‘유치원’→ ‘유아학교’로 명칭부터 변경해야”

발제를 맡은 박창현 팀장은 유아무상·의무교육, 유보통합을 중심으로 국가책임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당면한 과제를 짚었다. 그리고 미래 유아학교 체제로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육아정책연구소
발제를 맡은 박창현 팀장은 유아무상·의무교육, 유보통합을 중심으로 국가책임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당면한 과제를 짚었다. 그리고 미래 유아학교 체제로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육아정책연구소

발제를 맡은 박창현 팀장은 유아무상·의무교육, 유보통합을 중심으로 국가책임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당면한 과제를 짚었다. 그리고 미래 유아학교 체제로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개편 필요성에 대해, 박 팀장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과 미래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응해 지속 가능하고 교육·보육 평등이 실현되도록 유아교육과 보육의 국가책임제 강화로 공공성과 질을 담보한 새로운 체제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면한 과제에 대해선, ▲취학 인구 감소, 저출생으로 인한 유치원·어린이집 소멸 위기 ▲유치원의 학교 정체성 강화 필요(공공성) ▲유아교육특별회계 임시체계 종료를 앞두고 신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 필요 ▲공사립 유치원, 유보 격차 ▲취약 영유아를 위한 포용적 지원체계 지속적 구축-장애영유아 유아 의무교육에 대한 요구 ▲미래 교육체제에 대한 대응 등을 언급했다.

박창현 팀장은 “유아학교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유치원으로 통합이 아닌 ‘유아학교’로의 통합은 새로운 큰 틀이다. 유보체제 개편 없이는 완전 무상교육은 불가능하므로 통합된 미래 유아학교 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아학교 명칭 변경, 재원확보 구상 및 유아교육특별회계 개편, 유보일원화 세부안을 마련하고 법 취지의 명분에 부합한 법 개정과 유보일원화, 부처 및 조직개편, 교사 자격제도 등 고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는 지역, 부모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유아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두 번째 발제자,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 유아학교’에 대해 “유아 무상교육 및 의무교육이 시행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래 유아학교는 교육의 주체이고 수요자인 유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위원장은 대선 공약과 관련해, “유아교육을 ‘교육’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하다”면서 “유아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돌봄’과 ‘보육’의 연장선상에만 놓여 있는 것은 현장에서 교육하는 교사로서 몹시 참담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윤지혜 위원장은 “생애 초기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유아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유아들이 사는 지역, 부모의 소득 수준 등과 관계없이 모든 유아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의 종류에 따라 교육의 질적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유아교육의 질 관리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질 제고를 위해선, ▲국가 차원의 책임 강화 ▲체계적인 교사와 기관 관리 ▲천차만별인 설립기준 체계 정비 ▲교사양성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 “유아 완전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순차적으로 가야 할 방향”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영유아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놨다. ⓒ육아정책연구소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영유아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놨다. ⓒ육아정책연구소

토론자들은 무엇보다 영유아 최우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에 있어서 대부분 찬성했으며, 유아 완전 무상교육과 의무교육과 관련해서 순차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는 크게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미래 유아교육체제로 ‘영유아학교체제’ 구축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영유아보육 및 교육을 위해 발달상의 차이로 인해 요구가 다른 영아와 유아학교 급을 분리해 전문화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면서 “0~2세를 위한 ‘영아학교’, 3~5세를 위한 ‘유아학교’제체로 현 유아교육 및 보육을 통합하는 체제로 재편이 필요하다. 이후 무상보육과 교육체제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유아교육·보육 체제 전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참고할 만한 유럽 사례를 소개했다. “유럽 연맹의 각국이 0~5세 유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체제 개혁을 이루었다. 기존의 ‘가족복지’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복지 관련 부처에서 유아교육·보육을 관리하던 일부 국가들도 평생학습을 위한 ‘교육복지’의 관점을 가지고 교육부로 영유아들을 일원화하는 개혁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 영유아교육·보육 체제는 “평생학습 관점에서 모든 영유아의 교육권 및 제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방향성에 따라 어떤 유아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적인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유아교육·보육’ 용어를 ‘돌봄’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유아교육·보육’ 정책을 ‘돌봄’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국가 정책은 국제적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고, 학문적으로도 잘못됐고, 무엇보다 영유아들의 교육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치원 측…유보통합·무상보육·의무교육 모두 찬성

유치원 측은 유치원 명칭 변경, 유보통합, 무상보육, 의무교육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우영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유아 의무교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우 회장은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하고 유아교육·보육을 교육부로 통합해야 한다”면서 “선진국 사례를 보면 유아교육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스웨덴과 프랑스가 보육에 주력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보다 출산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유아교육과 보육이 일원화되면 교육과정, 기관운영, 교사 역량 강화 등 유아교육의 질 관리, 학교 체제하에서 정체성 강화, 공교육으로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란 (사)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 공동대표는 저출생 대안으로 ‘무상교육’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연령별 소득 수준을 보면, 20~30대 소득은 40~50대 소득보다 눈에 띄게 낮으므로 사회초년생인 학부모에게 유치원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다”면서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앞서 유치원 무상교육이 먼저 이뤄졌어야 함이 더 절실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공동대표는 “유아 무상교육 시기를 앞당겨 새로 태어난 모든 유아가 유아학교에서 평등하게 출발선을 같이 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도 “공립유치원 80% 의무교육으로 가는 길에 반대로 사립유치원은 현재 80%가 유아교육을 포기해야 하는데 퇴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어린이집 측… 격차 해소 통한 진정한 유보통합·무상교육에 찬성

어린이집 측은 유치원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과 0~2세 영유아를 체계 개편에 포함한 ‘유보통합’과 ‘무상교육’을 제안했다. 이중규 (사)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해소를 통해 진정한 통합을 보장하는 ‘유보통합’을 중점적으로 제안했다. 

이 회장은 “초저출산국의 현실에서 더 이상 이원화돼 운영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0~5세 전체 영유아에 대한 일관된 교육체계 속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해 통합적 개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오경 자연이랑 어린이집 원장은 현장에서 겪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차별적 시선에 대해 언급했다. 초등학생인 자녀가 엄마에게 ‘나는 왜 유치원 아니고 어린이집을 졸업했어?’ 하고 묻거나 ‘자녀에게 유치원 졸업장을 못 주면 죄책감이 들 것 같다’, ‘간판을 유치원으로 바꿀 수 없느냐’고 물었다는 내용 등이다. 아이들 사이 이미 차별이 존재하는 만큼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치원은 3~5세가 다니고 어린이집은 0~5세가 다닌다. 공통부분을 빼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세. 김 원장은 “논의 단계에서 영아를 포함해 설계해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표준유아교육비 수준의 무상교육비가 실현돼 영유아들이 경험하는 두 기관의 질 격차 해소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혜연 전국 장애영유아부모회 고문은 장애유아의 의무교육 현실에 대해 짚었다. 2019년 특수교육연차보고서, 보육통계에 따르면, 유치원 재원 장애영유아는 5989명, 어린이집 재원 장애영유아는 1만 2116명. 이혜연 고문은 “2021년 현재 두 배 이상의 장애영유아가 어린이집에 있으며 이 중 일반 학급,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유아(16%)는 아무런 특수교육의 지원도 없이 기관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가 원하는 미래 장애유아교육은 대상자 중심의 의무교육 지원”이라면서 “지금처럼 명목상 존재만 하는 의무교육이 아니라 기관별 지원격차나 대상자 소외교육이 아닌 대상자 중심의 의무교육 지원이 이뤄지도록 행정체계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아학교’ 명칭 변경과 관련해,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10월 28일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일제 잔재인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을 바꾸고 공교육 체제 안에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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