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지지 않는 '고도의 인간', 영유아 중심 교육이 답이다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 '고도의 인간', 영유아 중심 교육이 답이다 
  • 기고=김영명
  • 승인 2024.02.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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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대표

지난 2020년까지 표준보육과정(0~5세)과 누리과정(3~5세)이 영유아 중심, 놀이 중심으로 개정되었다. 놀이 중심은 영유아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이자 가장 중요한 실천 사항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교육과정이 영유아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왜 영유아 중심이어야 하는지, 무엇이 영유아 중심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유아 교육과정의 운영이 놀이하는 영유아의 특성만이 부각된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에 그치는 듯하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변화가 이루어질 수는 없기에 영유아가 주도하는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전환된 것도 대단한 성과다. 그러나 영유아 중심은 영유아의 전체 삶과 놀이를 포함한 모든 일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영유아 중심 교육과정 속에 영유아 주도의 놀이 중심 교육과정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 영유아 중심 교육과정일까? 필자는 "영유아가 주도성을 발휘하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 권리를 포함한 영유아의 제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영유아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한 차별금지(Non-discrimination)와 아동 이익 최우선(Best interests of the child), 생명·생존‧발달의 권리(Right to life, survival and development), 아동 의견 존중(Respect for the views of the child)의 4가지 원칙하에 생존·보호·발달·참여 등 아동의 권리가 강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이러한 제반 권리 중에서도 발달권과 참여권은 영유아의 교육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권리 항목이며 향후 누리과정이 개정될 경우 기존 누리과정보다 좀 더 그 의미가 포괄적으로 조명될 필요가 있다. 

◇ 아이들은 왜 물놀이·모래놀이 좋아할까..본능적으로 '뇌 발달'에 유리한 경험 추구하므로

영유아기는 사람이 일평생 사용할 뇌 회로의 80~90%가 만들어지는 시기다. 이 회로는 적절한 환경과 경험이 주어졌을 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이미 뇌의 80% 이상 만들어져 나오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의 뇌는 생후 5년간 더 발달한다. 이것이 영유아의 교육과정이 왜 영유아 중심이어야 하는지를 뇌 발달 측면에서 제시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다. 뇌 발달은 유전자와 환경과 경험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므로 결정론의 오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따라서 성인은 영유아가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관찰하고 지원해줘야 하며 영유아 중심 교육은 이러한 뇌 발달 과정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유아의 뇌 발달은 연령에 맞는 적절한 환경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며 영유아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달에 유리한 경험을 추구한다. 자신의 발달에 유리한 경험을 해야 뇌가 제대로 발달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그 말은 발달에 적절한 발달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물놀이, 모래놀이, 블록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매일 놀이터에서 놀아도 또 놀이터에 나가 신나게 뛰어 논다. 실내에서 노는 게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이들은 바깥놀이를 정말 좋아한다. 매일 가는 놀이터,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여기에 대한 답도 '뇌 발달'에 있다. 뇌의 가장 기본적인 회로이며 모든 자극과 경험의 input인 감각과 output인 운동을 관장하는 회로가 발달하는 영유아기에 영유아는 본능적으로 다양한 감각과 운동 경험을 선호하도록 되어있다. 사람의 뇌는 자극과 경험을 통해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자극과 경험이 결여 된다면 프로그램이 설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깥놀이야 말로 뇌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과 감각, 감정의 회로가 왕성하게 만들어지는 영유아에게 그에 맞는 경험과 자극을 제공하는 최상의 환경이다. 가만히 있지 않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움직이는 영유아, 끝없이 이리저리 뛰고 오르내리는 영유아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러한 행동과 경험이 영유아의 뇌 발달에 맞는 경험과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이 영유아기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것은 영유아의 행동과 뇌의 기본적인 발달이 완료된 어른들의 행동 양상을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자연에서 만난 흙과 나무를 하염없이 탐구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뇌는 본능적으로 발달에 유리한 행동을 추구하게 설계돼있다. ⓒ김영명
자연에서 만난 흙과 나무를 하염없이 탐구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뇌는 본능적으로 발달에 유리한 행동을 추구하게 설계돼있다. ⓒ김영명

 

산책길에 만난 지렁이를 한참 유심히 바라보는 아이들. ⓒ김영명
산책길에 만난 지렁이를 한참 유심히 바라보는 아이들. ⓒ김영명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영유아기는 오감각, 운동, 감정, 기억, 언어, 공감 능력, 사고력 등 일생동안 사용할 프로그램의 80~90%를 '설치'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오감각과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이 일생동안 경험해야 할 다양한 경험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은 성인이 영유아를 대상으로 세운 목표 중심으로, 성인이 주도하고 계획하는 것이어선 안된다. 영유아의 요구와 필요, 발달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그에 맞게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이 경험의 주도성이 영유아에게 주어져야 하는 이유, 즉 영유아의 교육과정이 영유아 중심이어야 하는 이유다.  

◇ 영유아의 선택과 참여권이 강화되는 '영유아 중심교육'  

일상의 문제를 유아가 함께 해결하는 사례. 겨울에 현관문을 닫고 출입하라고 안내하는 포스터를 유아들이 직접 만들었다. ⓒ김영명
일상의 문제를 유아가 함께 해결하는 사례. 겨울에 현관문을 닫고 출입하라고 안내하는 포스터를 유아들이 직접 만들었다. ⓒ김영명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하고 있다. 이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이해하고 통찰하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이러한 말들이 AI의 발달로 당면한 현실이 된 것인데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 '영유아 중심 교육'이 자리 잡아야 한다. 

영유아 중심 교육은 영유아가 자신의 삶에서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는 놀이뿐 아니라 영유아가 할 수 있는 일상생활의 모든 선택과 참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하루종일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싶은지, 어떤 간식을 먹고 싶은지, 어디에서 놀고 싶은지, 산책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친구의 생일잔치 날엔 어떻게 축하해주고 싶은지, 현장학습은 어디로 가면 좋을지 등을 결정하는 것에 영유아가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영유아가 무엇이든 선택하고 참여하고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유아의 연령과 성숙도를 고려한 선택권과 참여권을 일부라도 부여해보자는 것이다. 적어도 영유아가 스스로 결정했을 때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 것이라면 영유아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취지의 이야기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영유아 교육은 단순한 컴퓨터 기술이나 코딩을 넘어선, 고차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력과 통찰력, 문제해결력, 소통능력과 같은 인간이 가진 고도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라 하더라도 인간이 해결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쩌면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혁명적 변화로 인해 인류는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문제 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AI 시대를 생각하다 보면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 운동 표어로 활용되었다는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대신 “문제는 문제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예측할 수도 없는 다양한 문제가 범람할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영유아의 사고력과 판단력, 문제해결력,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역량 등이 키워져야 한다. 이들 핵심역량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영유아기부터 생각하는 경험, 판단하는 경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경험이 필수이며 이러한 모든 경험의 기저에는 영유아의 자기주도성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유보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영유아 교육과정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보다 진일보한 영유아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영유아 중심’의 의미가 가장 핵심인 놀 권리를 주축으로 하면서도 영유아의 발달권과 참여권이 좀 더 포괄적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에 담기기를 희망한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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