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이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더 이상의 혼란 막기 위해 ‘정부입법’으로 나서야 할 때"
"유보통합, 이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더 이상의 혼란 막기 위해 ‘정부입법’으로 나서야 할 때"
  • 칼럼니스트 김영명
  • 승인 2026.05.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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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유보통합, 더 늦기 전에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유보통합은 더 이상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유보통합은 수년간 논의되어 왔고, 여러 정부를 거치며 필요성이 반복해서 확인된 국가적 과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보육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되었고, 정부는 유보통합 실행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이 체감하는 현실은 '통합의 진전'보다 '혼란의 지속'에 가깝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은 교육부 체계로 바뀌었지만, 지역은 여전히 과거의 이원화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업무 상당수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있고, 교육청 이관의 시기와 방식, 재정 구조와 권한 배분 역시 명확히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정책 방향과 실행 체계가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통합을 말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여전히 서로 다른 행정 체계와 기준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시범사업'과 '부분 정책'만으로는 유보통합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차원의 책임 구조를 명확히 만드는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책임지고 정부입법에 나서야 한다.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교육과정 조정 수준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국가 시스템 개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베이비뉴스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교육과정 조정 수준이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국가 시스템 개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행정 권한을 누가 맡을 것인가, 지역 보육사무를 교육청으로 어떻게 이관할 것인가, 보육 재정을 어떤 구조로 운영할 것인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어린이집에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역할을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 등이 모두 핵심 과제다. 즉, 유보통합은 단순한 명칭 통합이 아니라 '행정·재정·권한 체계' 전체를 바꾸는 문제다.
  
실제로 2024년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과 서지영 의원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른바 ‘유보통합 3법’이다. 법안은 교육감 사무에 영유아 보육을 포함하고, 지방 보육 재정을 교육비특별회계로 전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방 보육사무의 주체를 교육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현재의 이원화 구조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이었다.

◇ 의원입법만으로는 한계... 정부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안 발의 이후에도 실질적 진전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유보통합은 의원입법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심은 재정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교사 처우 개선, 국가책임 확대, 지역 행정체계 개편은 모두 적지않은 예산이 수반된다. 특히 어린이집 재정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체계 안으로 어떻게 편입할 것인가는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지방정부가 모두 연결되는 문제다. 결국 이는 단순히 교육부만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 재정 구조 전반과 연결된 과제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개선과 같은 정책은 단순히 기준만 발표한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교사 인건비 지원 체계, 지방교육재정 구조, 공무원 조직 개편, 교원체계 정비 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법률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만 강화될 경우, 현장에는 오히려 더 큰 부담과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역 이관 문제 역시 단순하지 않다. 현재 지자체가 수행하는 보육 행정을 교육청으로 이관하려면 조직·인력·재산·회계·감독 권한까지 함께 조정해야 한다. 지역별 상황도 매우 다르다. 일부 지역은 교육청 이관 준비가 상대적으로 빠를 수 있지만, 다른 지역은 행정 인력과 재정 구조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선언이나 시범사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결국 유보통합은 의원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보통합은 정부가 직접 부처 협의를 통해 재정 구조와 행정 이관 계획을 정리하고, 공식적인 정부입법으로 추진해야만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특히 교육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지방정부·교육청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 

◇ 현장은 이미 한계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다
  
현장은 이미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영유아 수 감소 속에서 어린이집 폐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영유아가 안정적으로 이용할 기관 자체를 찾기 어려운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기관 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원아 모집 압박 속에서 특별활동과 조기학습 중심 운영이 강화되는 왜곡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아이 중심”보다 “생존 중심” 운영으로 밀려나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책 방향은 흔들리고, 기관과 교사는 생존 압박 속에 놓여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이 단순한 과도기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법과 재정, 행정 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유보통합이 장기간 표류하면 현장의 불안정은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금처럼 중앙정부는 통합을 이야기하면서도 지역 체계 개편과 재정 책임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현장의 피로감만 누적될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통합될 것”이라는 선언만으로는 더 이상 현장을 버티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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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유보통합을 계속 선언 수준에 머물게 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책임지는 영유아 체계 개편으로 실제 완성할 것인가. 그 출발점은 명확하다. 정부가 직접 유보통합 관련 3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다. 정부입법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가 재정과 행정, 권한 개편까지 책임지겠다는 공식 선언이며, 더 이상의 혼란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의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보통합의 최종 목적이 행정 통합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목적은 영유아가 지역과 기관 유형에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질 높은 보육·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책임 체계를 만드는 데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정책 확대가 아니라, 실제로 현장을 움직일 수 있는 법과 재정, 행정 기반의 구축이다.

유보통합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성장하고 있다. 정책의 속도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현장이고, 결국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영유아들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시범사업이 아니라, 실제 실행을 위한 정부입법이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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