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의 실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유아반 축소 흐름이다. 저출생으로 전체 영유아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이집 유아를 유치원 중심 체계로 이동시키려는 흐름까지 겹치며 국공립 어린이집 유아반이 빠르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정원 조정”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아통합보육 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 영유아의 통합보육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실제 생활 속 통합 경험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국공립 어린이집 현장이다. 물론 현장에는 여전히 교사 부족, 전문 인력 부족, 지원체계 미비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적어도 어린이집은 영아기부터 유아기까지 연속적으로 생활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 속에서 장애 영유아의 일상적 통합 경험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 사립유치원과 병설유치원 중심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유아교육 체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사립유치원의 경우 장애 유아 통합교육 기반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장애 유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구조 자체가 제한적인 곳이 많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특수학급이나 별도 지원 체계 부족으로 인해 통합교육 참여가 쉽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병설유치원 역시 통합교육 체계가 확대되고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볼 때 아직 충분한 수준의 통합지원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장애 유아의 통합교육은 지역별 편차도 크고, 교사 지원과 치료 연계, 보조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충분한 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현재 현실에서 장애 영유아 통합보육의 중요한 기반 중 하나는 국공립 어린이집 유아반인 셈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특수학급이나 통합반에서 통합교육과 보육을 받고 있는 유아가 유치원은 5,500명, 어린이집은 6,000명이다.
◇ 연령별 이원화는 장애아통합보육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유보통합 과정에서 “0~2세는 어린이집, 3~5세는 유치원”과 같은 연령별 이원화 흐름이 강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은 국공립 어린이집 유아반의 급격한 축소다. 유아반이 줄어들면 장애아통합반 운영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통합보육은 단순히 장애 영유아 한 명을 받아주는 문제가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또래 집단, 안정적인 교사 배치, 지속적인 관계 형성, 일상적 상호작용 구조가 함께 유지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 영유아의 발달은 연속성이 중요하다. 영아기부터 형성된 애착 관계, 또래 경험, 감각·운동 기반의 상호작용 경험이 유아기까지 이어질 때 안정적인 발달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행정체계와 기관 유형이 연령별로 분리되면 이러한 연속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 우려되는 것은, 현재도 충분하지 않은 장애아통합보육 체계가 “양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이다. 질적 개선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반 자체가 줄어들 경우, 장애 영유아와 부모들은 실제 선택 가능한 통합보육 기관을 더욱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 유보통합은 0~5세 일원화 체계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어린이집의 운영 문제가 아니다. 장애 영유아의 발달권과 교육권, 그리고 부모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영유아기는 발달의 민감기다. 이 시기의 통합 경험은 단순한 사회 적응을 넘어 언어, 정서, 사회성, 자기조절, 관계 형성 등 전반적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비장애 영유아에게도 장애 영유아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은 다양성과 공존을 배우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보통합은 단순히 행정 이관이나 기관 명칭 통합 수준이 아니라 0~5세 전체를 하나의 연속적 발달체계로 바라보는 철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처럼 연령별로 체계를 다시 분리하는 방향은 장애아통합보육 기반을 오히려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어느 기관이 맡을 것인가”가 아니라, 영유아의 발달과 삶을 중심으로 국가가 어떤 통합적 지원체계를 만들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보통합 관련 법과 재정, 행정체계를 조속히 정비하고, 0~5세 전체를 포괄하는 국가 차원의 일원화된 통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장애 영유아 통합지원 체계는 유보통합 과정에서 별도의 핵심 과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 유보통합 3법 개정과 국가 책임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시범사업 확대나 부분적인 정책 조정이 아니다. 장애 영유아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의 발달권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국가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보통합의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유보통합 관련 3법(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을 의원입법이든 정부입법이든 책임 있게 추진하여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또한 유보통합의 최종 목표와 단계별 추진 계획, 재정 확보 방안, 행정체계 개편 방향을 담은 명확한 실행 로드맵을 국민과 현장에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 방향을 수시로 바꾸거나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정직하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 현장의 신뢰를 확보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만약 유보통합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준비 없이 연령별 분리 체계로 흘러간다면,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는 것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의 통합보육 기반이다. 특히 장애영유아와 발달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축되어 온 통합보육 체계가 약화될 가능성에 대해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유보통합의 성패는 제도 통합 자체가 아니라, 모든 영유아의 발달권을 보장하고 장애영유아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충실히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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