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은 단순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영유아가 기관 유형과 지역에 따라 차별받지 않고, 국가 책임 아래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체계, 재정체계, 인력체계, 지원체계를 새롭게 정비하는 국가적 과제다. 그런데 최근 유보통합 입법 과정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은 복잡하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고, 지방교육자치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 2법만 우선 개정하려는 흐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하게 보아야 할 문제다.

◇ 영유아보육법 없는 2법 개정은 ‘반쪽 통합’이다
유보통합의 핵심은 어린이집을 통합체계 안으로 실질적으로 편입하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하면 교육감의 사무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면 재정 지원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집의 설치, 운영, 지도감독, 보육계획, 교직원, 지원체계의 기본 법률은 영유아보육법이다. 이 법을 그대로 둔 채 2법만 개정한다면, 교육청에는 일부 책임과 재정 부담이 생기지만 어린이집 행정의 실제 작동 구조는 여전히 기존 보육체계에 남는 어정쩡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다시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청은 “이제 교육청 책임”이라고 말하고, 지자체는 “아직 법상 보육사무가 남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린이집은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는지, 재정은 어느 경로로 안정적으로 지원되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이는 통합이 아니라 혼합체계다. 아이와 부모, 교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이름만 바뀐 통합이 아니라 책임 주체가 분명한 통합이다.
◇ 행정 분리가 길어지면 연령별 이원화가 굳어진다
더 큰 문제는 2법 개정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행정체제 분리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빠지면 어린이집은 법적으로 기존 보육체계에 계속 묶여 있게 된다. 반면 유치원은 이미 교육청 중심의 교육행정 체계 안에 있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통합은 0~5세 단일 체계가 아니라 유아교육 강화와 어린이집 중심의 영아 보육 유지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어린이집은 영아를 맡고, 유치원은 유아를 맡는 구조가 사실상 굳어질 위험이 있다.
물론 2법만 개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0~2세는 어린이집, 3~5세는 유치원”이라는 연령별 이원화가 법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은 명시적 조항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행정체계, 재정 흐름, 정책 우선순위, 기관 지원 기준이 장기간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현장은 그 방향에 맞춰 재편된다. 어린이집 유아반에 대한 명확한 지위 보장과 재정 지원, 교직원 처우 개선, 교육청 이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지연된다면 어린이집 유아반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장의 우려가 아니라 충분히 예견 가능한 정책 결과다.
유보통합은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그런데 2법 개정만으로는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영유아를 하나의 책임 체계 안에서 지원하겠다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와 부모는 여전히 별도 체계 안에 남고, 유치원을 이용하는 유아는 교육청 체계 안에서 우선적으로 지원받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유보통합은 오히려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이는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이원화를 제도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 어려울수록 더 분명한 법적 설계가 필요하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어렵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 사무 이관에는 중앙정부, 교육청, 지자체, 보육현장, 교직원, 재정 당국의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어렵기 때문에 미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더 분명한 법적 설계가 필요하다. 유보통합의 핵심 쟁점을 남겨둔 채 쉬운 법부터 고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입법 부담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2법 개정이 불가피하게 먼저 추진된다면 최소한 몇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첫째, 영유아보육법 개정의 시기와 내용을 명확히 담은 후속 입법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둘째, 영유아보육법 개정 전까지 어린이집 사무가 어디까지 교육청 책임으로 인정되는지, 지자체에 남는 사무는 무엇인지 임시적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어린이집 유아반에 대한 교육과정 운영 지원, 교사 인건비와 처우, 장학과 연수, 장애유아와 특수교육 지원 등이 어떻게 보장될 것인지 제시해야 한다. 넷째, 지자체와 교육청의 역할 분담이 임시방편이 아니라 최종 통합체계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다섯째, 현장 교직원과 부모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가 보장되어야 한다.
◇ 3법 개정은 실질적 유보통합의 최소 조건이다
유보통합은 행정 편의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아이들의 발달권과 부모의 신뢰, 교직원의 전문성, 국가의 책임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영유아보육법을 제외한 2법 개정만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는 통합의 첫걸음이 아니라, 통합을 미완성 상태로 고착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만이 아니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 유보통합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통합이 되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모두 포괄하는 책임 있는 단일체계로 가야 한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미루는 2법 개정은 그 길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 3법 개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유보통합의 실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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