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루 2L를 목표로 물병을 들고 다니거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는 습관을 실천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물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하고 마시는 것입니다.
물을 마실 때의 온도는 늘 고민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얼죽아’가 유행하고 얼음 정수기가 인기를 끌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시원한 음료나 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차가운 물은 건강에 괜찮은 걸까요?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의 온도에 따라 체온 조절과 위장관의 움직임, 혈류를 미세하게 조절합니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하면 주변 조직에서 빠르게 열이 전달되면서 대부분의 물은 짧은 시간 안에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바뀝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이라면 차가운 물 자체가 위나 장을 손상시키거나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물 온도에 대한 반응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체온 조절뿐 아니라 위장관의 민감도와 신경 반응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처럼 위장관이 예민한 사람은 차가운 자극으로 인해 위장관의 평활근이 일시적으로 수축하거나 복부 불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지근한 물이 위장관의 긴장을 줄이고 보다 편안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도 운동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나 고령층에서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이 삼키기 쉽고, 연하 과정에서의 불편감을 줄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운동 직후처럼 열이 올랐을 때는 차가운 물이 상승한 심부체온을 낮추고 체내에 축적된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러닝과 마라톤 등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운동 중 물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땀을 흘리면 단순히 물만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땀에는 나트륨과 염소,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시간 이내의 가벼운 운동이라면 물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장시간 고강도 운동으로 많은 땀을 흘리는 경우에는 전해질 손실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손실된 나트륨은 보충하지 않은 채 물만 과도하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두통이나 구역감 같은 증상에서 시작해 심한 경우 의식 저하나 경련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 시에는 이를 고려해서 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을 건강하게 마시려면 물과 신장 건강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이 신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신장은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관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양의 혈액을 걸러 몸에 필요한 물과 전해질은 다시 흡수하고, 필요하지 않은 노폐물과 남은 수분만 소변으로 배출합니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뇌에서 항이뇨호르몬의 분비를 늘려 신장이 물을 더 많이 재흡수하도록 하고, 반대로 수분이 충분하면 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소변량을 늘립니다. 즉, 신장은 하루 종일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물의 출입을 끊임없이 조절합니다.
신장이 물의 흡수량을 적절하게 조절한다면, 왜 물을 마시면 신장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을까요? 이는 적절한 수분 섭취가 소변량을 늘려 특정 물질이 농축되는 것을 막아 신장결석의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물을 적게 마셔서 반복적인 탈수가 일어나면 이는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너무 적게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하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야 신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건강한 신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을 마신다고 해서 신장 기능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신장은 몸이 필요로 하는 범위 안에서 수분을 조절하도록 설계된 기관이므로, 과도한 수분 섭취를 할 경우 신장이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느라 과부하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매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적당량 마시는 습관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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