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지켜온 고흥 폐교 국어사전 도서관 철거 위기... 문화자산으로 살릴 수 없나?
16년 지켜온 고흥 폐교 국어사전 도서관 철거 위기... 문화자산으로 살릴 수 없나?
  • 소장섭 기자
  • 승인 2026.07.30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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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도서관’으로 운영 중인 옛 흥양초… 5톤 트럭 20대 분량 문화자산 갈 곳 잃을 처지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16년째 운영돼 온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으로 운영되어 온 전남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에 있는 옛 흥양초등학교(1998년 폐교). ⓒ최종규
16년째 운영돼 온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으로 운영되어 온 전남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에 있는 옛 흥양초등학교(1998년 폐교). ⓒ최종규

전남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에 있는 옛 흥양초등학교(1998년 폐교) 철거가 추진되면서, 이곳에서 16년째 운영돼 온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이곳에 보관 중인 5톤 트럭 20대 분량의 국어사전 자료와 장서 역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면 흩어질 상황이다.

30일 베이비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최근 고흥교육지원청은 옛 흥양초등학교를 임대해 사용해 오던 한국어 사전 집필자 최종규 작가에게 임대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최 작가가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해 온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은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됐다.

최 작가는 이 공간에서 16년 동안 50여 권의 국어사전과 인문서, 동시집 등을 집필했다. 현재도 우리말 순화사전을 비롯한 장기 사전 편찬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폐교에는 수십 년 동안 모아온 사전 편찬 자료와 장서가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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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작가는 한국어 사전 집필자이자 우리말 연구자이다. 1994년부터 국어사전 편찬을 시작했으며, 2001년에는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다. 2011년 전남 고흥으로 이주한 뒤 폐교를 활용한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운영하며 국어사전 편찬과 우리말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이오덕 마음 읽기』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에 보관되어 있는 문화 자산. ⓒ최종규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에 보관되어 있는 문화 자산. ⓒ최종규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에 보관되어 있는 문화 자산. ⓒ최종규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에 보관되어 있는 문화 자산. ⓒ최종규

최 작가는 "보리국어사전 편집장과 이오덕 유고 정리 책임자를 지낸 뒤 고흥에 정착해 국어사전을 쓰고 있다"며 "현재 보관 중인 자료는 5톤 트럭 20대 분량에 이를 정도로 방대해 단기간에 옮길 장소를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폐교를 철거하는 대신 지역 문화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 중인 학교복합시설 지원사업과 연계해 흥양초를 국어사전박물관과 연구공간으로 조성하고, 고흥읍의 유휴시설인 '구 법원등기소'를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이 공간을 '책품책숲'으로 조성해 인근 고흥아트센터와 꿈꾸는예술터를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폐교는 연구와 기록 중심 공간으로 활용하고, 읍내 유휴시설은 전시와 체험, 시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거점으로 삼아 두 공간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

최 작가는 "구 법원등기소를 고흥군이 활용해 '책품책숲'을 조성하면 폐교와 도심 문화시설이 서로 역할을 나누며 지역 문화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며 "행정과 정치권이 힘을 보탠다면 폐교 철거 대신 지역의 새로운 문화자산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을 16년 째 운영하고 있는 최종규 작가. ⓒ최종규
국어사전 서재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을 16년 째 운영하고 있는 최종규 작가. ⓒ최종규

두 아이와 함께 고흥에 정착해 16년째 살아온 최 작가는 "앞으로도 고흥에서 국어사전을 쓰며 지역 문화예술을 함께 일구고 싶다"며 "폐교를 없애기보다 새로운 배움터로 살리는 길을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6월 '2026년 제2차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을 공고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교육·문화 복합공간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최 작가는 "이 사업을 활용해 흥양초와 같은 폐교를 철거하기보다 문화·교육 거점으로 재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흥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옛 흥양초가 노후된 시설로 안전 문제가 있어서 철거 대상으로 선정하고 도교육청의 승인을 받았다"면서 "최종규 작가에게 오래 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려왔고, 지난 6월 11일로 임대 계약도 종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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