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아동을 온전히 품는 일, 가정을 지키는 제도의 빈틈 채워야"
"보호출산아동을 온전히 품는 일, 가정을 지키는 제도의 빈틈 채워야"
  • 기고=김영호
  • 승인 2026.08.1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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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 가정의 품으로] 6. 초록우산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복지사업1팀 김영호 팀원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초록우산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복지사업1팀 김영호 팀원. ⓒ초록우산
초록우산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복지사업1팀 김영호 팀원. ⓒ초록우산

“여름이가 온 뒤로 집에 웃음이 많아졌다. 아이가 웃으면 같이 웃고, 재채기를 해도 웃고, 분유를 먹고 트림을 해도 웃는다. 우리 집에 귀한 천사가 왔다.”

초록우산 중점사업 「다시, 품」 위탁부모 성장일기의 내용이다. 여름이는 친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났다. 이후 입양이 결정된 여름이는 다행히 좋은 위탁가정과 빠르게 연계되어 따뜻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경우 보호출산 아동은 제도의 빈틈과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순탄하지 못한 기다림의 시간을 겪곤 한다.

우선, 신생아의 경우 24시간 돌봄이 필요해 위탁가정을 찾는 일부터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 189명 가운데 위탁가정으로 연계된 아동은 58명(33%)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보호출산 아동이 위탁가정을 구하지 못해 결국 시설보호로 이어지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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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위탁가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빈틈은 여전하다. 먼저, 친모의 정보가 삭제되고 아동의 의료기록까지 단절되는 문제가 있다. 여름이의 경우에도 친모의 신원 정보가 봉인, 삭제되어 일시보호시설에서 받은 예방접종 기록이 연계되지 않았다. 결국 보건소에서 결핵예방접종을 다시 안내받았고, 2차 접종 시기에도 비슷한 혼선이 반복됐다. 영유아 1차 건강검진 또한 친모 정보 노출 우려로 인해 받지 못했다. 신생아기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망에서 사실상 소외된 셈이다.

복잡하고 긴 행정절차 역시 안정적 양육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보호출산아동은 성본 창설부터 주민등록번호 발급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 이후 임시 식별번호(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로 신청했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을 신설된 주민등록번호 기준으로 전환하려면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 출생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전한 보호를 위한 행정적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며, 그마저도 위탁가정의 헌신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여름이 위탁가정에서도 여러 행정기관에 수차례 연락하고 유모차를 끌고 직접 기관을 오가야 했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센터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첫째로, 국가 차원에서 ‘위기 영아 전담 위탁부모’ 인력풀을 시급히 확보하고 사회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공공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참여하는 위탁부모에게는 충분한 전문교육과 지원 체계를 제공해 위기 영아가 가정의 온기 속에서 안전하게 첫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보호자의 신원 보호를 이유로 아동의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의료기록을 보존하고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절차로 인한 지원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출산아동의 성본창설부터 주민등록번호 발급까지의 사법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는 ‘법원 패스트트랙’ 도입이 필요하다. 나아가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모든 법적·행정적 절차를 대행하여 즉시 일괄 전환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아동보호를 위한 제도라면 보호자가 아닌 행정이 먼저 움직여 위탁부모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아이 돌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여름이는 따뜻한 가정의 보호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상에 이르기까지 아이가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위탁가정의 헌신만으로 해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보호출산으로 아동을 안전하게 태어나게 하는 것을 넘어, 출생 이후에도 아이가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를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제는 제도의 빈틈을 채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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