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철 시장이나 마트를 찾으면 살이 오동통하게 오른 제철 생선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생선 특유의 비린내나 가시를 발라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일부로라도 더 자주 섭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생선입니다. 혈액순환을 돕고 에너지를 북돋우며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등 전신 건강에 이로움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제철 생선의 진가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등푸른 생선 중에서도 가장 서민적이면서 대중적인 고등어는 가을에 살이 오르고 지방이 잘 축적되면서 풍미가 좋아집니다. 고등어는 EPA와 DHA가 풍부한 식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00g당 EPA+DHA 함량이 2,400mg으로, 우리나라 EPA+DHA 주요 급원식품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중요 공급원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5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는 EPA와 DHA의 하루 충분 섭취량이 제시되어 있는데, 성인 기준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250mg이며, 임신부와 수유부의 경우에는 그보다 높은 300mg입니다. 미국심장학회와 미국 식생활지침에서도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EPA와 DHA 섭취를 위해 해산물을 주 1~2회 섭취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고등어 한 마리만 섭취해도 몸에 좋은 EPA와 DHA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섭취한 고등어의 EPA와 DHA는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으며, 뇌와 망막을 구성에 관여해 신경계 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임신부의 경우에는 이들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미숙아 출생 위험이 늘거나 영아의 시각 및 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임신부와 태아 건강을 위해서라도 EPA와 DHA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갈치 역시 가을철 식탁에서 자주 만나는 생선입니다. 특히 갈치는 생선 살이 부드러워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생선이기도 합니다. 이는 갈치의 근육 섬유 조직이 가늘고 연하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평소 소화기가 약해 소화불량을 자주 겪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수술 후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회복기 환자도 부담 없이 영양 섭취를 하기 좋습니다.
게다가 갈치는 성장기 아이들은 물론이고 노년층, 운동을 즐기는 성인기 근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단백질이 풍부한, 저지방 고단백 해산물입니다. 특히 갈치는 체내 이용률이 높은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트레오닌의 함량이 매우 높습니다. 쌀과 같은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식단에서는 라이신이 상대적으로 결핍되기 쉬운데, 갈치는 라이신 함량이 1884㎎으로 높아서 성장기 아이들의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갈치에는 칼륨이 풍부해서 체내의 불필요한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혈압 조절, 원활한 수분 대사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제철 생선으로는 전어가 있습니다. 가을에는 어딜 가나 전어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만 들어도 그 고소함이 느껴지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습니다. 수산과학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란을 마친 봄철 약 2%에 불과했던 전어의 체내 지방 함량은, 겨울을 대비해 영양을 축적하는 가을철이 되면 6% 이상으로 약 3배 급증합니다. 따라서 가을에는 전어의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가을 전어의 고소한 맛을 책임지는 지방은 건강을 해치는 포화지방이 아니라 혈관 및 심장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입니다. 특히 EPA와 DH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혈전 생성을 막아주며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뇌 세포 및 신경전달 물질에도 영향을 줘서 기억력 개선 및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전어는 뼈째 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칼슘 섭취량이 늘면서 성장기의 뼈 발달, 중년기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몸에 좋은 영양소를 풍부하게 품고 있는 가을 생선을 좀 더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조리법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튀기면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산화될 수 있고, 불필요한 지방과 열량도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생선 섭취 시 중금속 함량을 걱정하는데, 이는 생선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형 어종일수록 생선에 들어 있는 메틸수은의 농도가 높은 편인데, 가을철 대표 생선으로 꼽히는 전어, 고등어, 갈치의 경우 일반 어종에 해당하므로 큰 걱정 없이 섭취해도 무방합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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