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안녕하세요. 임신 29주 차로 추정됩니다. 병원에 기록이 남는 것이 두려워 진료를 못 받았습니다. 보호출산을 신청하고 싶습니다.”
위기임산부 서울지역상담기관 카카오톡 채널로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25세 박민경(가명)씨는 입양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보호출산제를 알게 되었고, 고민 끝에 도움을 요청했다. 임신 중기임에도 산전 진료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산모와 아기가 이미 오랜 시간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음을 뜻했다. 상담원은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 전화상담을 제안했지만 민경씨는 여러 이유로 거부했고, 여러 번의 설득 끝에 상담실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보호출산은 한 사람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함께 살피며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민경씨와도 원가정 양육과 입양, 보호출산 사이에서 아기의 장래를 고민하는 상담이 수주간 이어졌다. 결국 보호출산을 결정한 민경씨는 상담원과 함께 의료기관을 찾아 가명과 비식별화된 전산관리번호로 첫 산전 진료를 받았고, 이후 정기진료를 이어가며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
출산 이후에도 고민은 계속됐다. 최소 7일 이상의 숙려기간 동안 민경씨는 “선생님, 저 아기 못 보내겠어요”라고 했다가도 다음 날이면 “아무래도 아기를 보내야겠죠?”라며 흔들리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상담원은 그 모든 감정을 수치심과 두려움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켰다. 향후 아동이 확인하게 될 출생증서를 함께 작성하고, 민경씨가 아기에게 매일 쓴 편지도 함께 보관하기로 했다. 보호출산은 산모의 예기치 못한 임신과 출산뿐 아니라 아동의 미래까지 함께 살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숙려기간이 지나 민경씨는 아기가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이후 지역상담기관은 지자체와 협력해 아동 인도 절차를 마치고, 아동이 1개월 이내에 신속하게 가정형 보호조치 될 수 있도록 후속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장의 모든 사례가 민경씨처럼 출산 전부터 보호출산제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산모의 사정으로 숙려기간이 빠르게 끝나야 할 때도 있고, 산전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출산에 이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경우 출생 후에야 아동의 건강검진이 시작되고, 필요한 검사를 모두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아동 인도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보호 공백이 발생한다. 건강검진이나 치료가 남은 아동이 일시보호시설에 머무는 동안에는 충분한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빠르게 가정위탁으로 보호조치될 경우 의료비 부담이 위탁가정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다. 위탁가정이 매월 지원받는 경비와 수당을 의료비로 소진하게 된다면 아동의 안정적인 보호와 돌봄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동을 신속하게 가정형 보호로 연계하는 것뿐 아니라, 이후 필요한 치료와 돌봄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이며, 태어난 순간부터 국가의 보호 아래에 있다. 2024년 7월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이후 2년 동안 현장에서는 엄마와 아기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제도적 공백을 마주해 왔다. 보호출산제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출산의 순간뿐 아니라 상담과 의료, 아동 인도와 이후 보호까지 전 과정이 촘촘하게 이어져야 한다. 아이들이 최대한 원가정과 닮은 안정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될 수 있도록, 이제는 현장에서 발견되는 공백을 하나씩 메우기 위해 모두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야 할 때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