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으신가요?
“한쪽 다리가 다른 쪽보다 잘 안 벌어지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실제로 진료실에서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먼저 양쪽 허벅지 주름이 대칭인지 살펴봅니다. 그러나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Developmental Dysplasia of the Hip, DDH)을 평가할 때 의료진이 중요하게 확인하는 신체검사 가운데 하나가 고관절 외전(abduction)이 충분히 이루어지는지, 좌우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지입니다.
특히 생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고관절 외전 제한은 DDH, 그중에서도 탈구된 고관절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신체검사 소견이 됩니다.

◇ 고관절 외전이란 무엇일까요?
외전은 다리를 몸의 바깥쪽으로 벌리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아기를 바로 눕히고 고관절과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양쪽 다리를 부드럽게 바깥쪽으로 벌리면서, 의료진은 양쪽 고관절이 충분히 벌어지는지와 함께 좌우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DDH, 특히 탈구가 지속되어 있는 경우에는 한쪽 고관절이 반대쪽보다 충분히 벌어지지 않는 외전 제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전 제한 자체가 DDH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외전 제한은 DDH의 ‘진단 기준’이라기보다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신체진찰 소견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 왜 생후 수개월 이후에는 외전 제한이 중요해질까요?
DDH의 신체검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소견은 아기의 연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생 직후와 어린 영아에서는 Ortolani 검사, Barlow 검사 등을 통해 고관절의 탈구와 불안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생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탈구된 고관절 주변의 연부조직이 점차 단단해지고 탈구된 위치가 고정되기 시작하면 이러한 검사만으로 이상을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시기부터는 고관절 외전 제한이 지속되는 탈구성 DDH를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신체검사 소견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다만 외전 제한이 모든 DDH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미한 비구 이형성에서는 고관절 외전이 정상일 수 있으며, DDH가 있어도 생후 초기에는 외전 제한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아의 고관절 진찰은 한 가지 검사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적절한 신체검사를 시행하고 성장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허벅지 주름과 외전 제한은 어떻게 다를까요?
허벅지나 엉덩이 주름의 비대칭은 부모님들이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소견입니다.
하지만 주름의 모양이나 개수는 정상 영아에서도 좌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허벅지 주름의 비대칭만으로 DDH를 진단하거나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한쪽 고관절이 반대쪽에 비해 반복적으로 덜 벌어지는 외전 제한은 특히 생후 수개월 이후 DDH를 평가할 때 의료진이 중요하게 확인하는 신체검사 소견입니다.
그렇다고 외전 제한 하나만으로 DDH를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허벅지 주름은 참고할 수 있는 관찰 소견이고, 외전 제한은 의료진이 중요하게 평가하는 신체검사 소견 가운데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 몇 도까지 벌어져야 정상일까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몇 도까지 벌어져야 정상인가요?”라는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관절 외전 범위를 하나의 숫자로 나누어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아기의 연령, 검사 자세, 근육의 긴장 정도와 검사 방법 등에 따라 외전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집에서 각도를 측정하거나 정상 범위와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진은 단순한 각도 하나보다 양쪽 고관절이 충분히 벌어지는지, 한쪽이 반대쪽보다 지속적이고 뚜렷하게 덜 벌어지는지, 다른 진찰 소견이나 위험인자가 함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 부모가 집에서 확인해도 될까요?
부모님이 DDH를 확인하기 위해 아기의 다리를 반복적으로 또는 억지로 벌려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기가 울거나 긴장하면 정상적인 고관절도 평소보다 덜 벌어질 수 있고, 검사 자세에 따라서도 외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DDH를 직접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반복되는 비대칭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기저귀를 갈거나 옷을 입힐 때 한쪽 다리가 반대쪽보다 뚜렷하게 덜 벌어지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둔위 병력이나 DDH 가족력과 같은 주요 위험요인이 있다면 이러한 사실도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외전 제한이 있다고 모두 DDH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전 제한은 DDH를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소견이지만 그 자체가 진단은 아닙니다.
아기의 자세나 근육 긴장도, 검사 당시의 긴장 상태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고관절이 덜 벌어져 보일 수 있으며, 다른 근골격계 또는 신경학적 문제에서도 고관절 움직임의 제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전 제한이 없다고 DDH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특히 경미한 비구 이형성이나 생후 초기의 DDH에서는 외전 제한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DDH는 한 가지 신체검사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 위험인자, 연령에 맞는 신체검사와 필요한 경우 영상검사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 다리를 벌릴 때 아기가 울면 DDH일까요?
DDH는 영아기에 대개 통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리를 벌릴 때 아기가 운다는 사실만으로 DDH를 의심하거나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기는 낯선 자세가 불편하거나 졸리고 배가 고픈 경우에도 울 수 있으며, 긴장하면서 다리에 힘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심하게 울거나 한쪽 다리를 잘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DDH 여부와 별개로 다른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외전 제한이 의심되면 어떻게 확인할까요?
먼저 의료진이 아이의 연령과 위험인자를 확인하고 고관절을 진찰합니다.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령에 적절한 영상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어린 영아에서는 고관절의 상당 부분이 아직 연골로 이루어져 있어 초음파가 고관절의 형태와 대퇴골두의 위치를 평가하는 데 유용합니다.
생후 4~6개월 전후부터 대퇴골두의 골화가 진행되면서 X-ray의 역할이 점차 커집니다. 그러나 초음파와 X-ray를 선택하는 시점을 하나의 월령으로 엄격하게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아이의 연령과 골화 정도, 임상 소견을 함께 고려합니다.
외전 제한이 있다고 모든 아기에게 같은 영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진찰 결과에 따라 검사의 필요성과 종류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부모님이 꼭 기억해야 할 점
한쪽 다리가 반복적으로 다른 쪽보다 뚜렷하게 덜 벌어진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외전 제한만으로 DDH를 진단할 수는 없으며, 반대로 외전 제한이 없다고 DDH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소견이 아니라 아이의 연령, 위험인자, 신체진찰과 필요한 영상검사를 함께 평가하는 것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DDH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하면 아이의 연령과 고관절 상태에 따라 보조기와 같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치료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발견 시기가 늦어지고 탈구가 지속되면 도수정복, 석고고정 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이 집에서 DDH를 진단하려 하기보다는 반복되는 비대칭을 발견했을 때 적절한 진찰을 통해 정확하게 평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한눈에 보는 핵심
✔ 고관절 외전 제한은 특히 생후 수개월 이후 DDH를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신체검사 소견입니다.
✔ 외전 제한만으로 DDH를 진단할 수 없으며, 외전 제한이 없다고 DDH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 부모님이 외전 각도를 직접 측정하거나 아기의 다리를 억지로 벌릴 필요는 없습니다.
✔ 한쪽 다리가 반복적으로 뚜렷하게 덜 벌어진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럼니스트 임신영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석사와 의학박사를 마친 재활의학과 전문의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사경사두, 소아 재활과 발달의학 분야의 교육, 연구, 진료를 이어왔고, 2004년 국내 최초로 아주대학교병원 사경센터를 개설해 센터장을 역임했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소아재활센터와 워싱턴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연수 및 연구를 수행했으며, 임상유전학 인증의이자 소아재활의학 인증의이다. 현재 임신영 재활의학과의원 (부속 사경사두발달센터) 원장으로 일하며, 유튜브 채널 ‘우리아이 발달센터’를 통해 부모들에게 영유아 발달에 대한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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