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한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연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편집자 말
◇ “영유아가 너무 일찍 인지중심 교육에 노출된다.”
일부 영유아 대상 사교육에서는 영유아가 조기 사교육에 정말 일찍 노출된다. 교육부가 「2024년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에서 조사대상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6%로 추정되었다.
연령별로는 2세 미만 24.6%, 3세 50.3%, 4세 68.9%, 5세 81.2%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초등학교 입학 전 사교육 참여가 매우 어린 연령부터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일반과목 사교육에 참여하는 유아 1인당 월평균 비용은 34만원이었고, 일반과목 가운데 영어는 41만 4천원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영유아때부터 가계부담을 느낄 수 있다. 국가적 책무를 강화하여 공적 서비스의 영역에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영유아 사교육은 너무 일찍 시작하고, 너무 오래하고, 진도에 맞춰 시험을 치고 있다. 영유아들이 이러한 시간을 쓰고 있는 동안 발달상 필요한 놀이, 쉼, 신체활동들이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 “영유아에게 발달에 맞지 않는 장시간 반복적이며 주입식으로 경쟁적인 인지교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영유아의 발달을 침해할 수 있다.”
영유아가 언어와 수 개념을 배울 수 있다. 어떻게 배우며 경험하느냐가 중요하다.
장시간 교사가 주도하여 반복하여 훈련하고 정답을 찾아내면서 직접적인 교수행위를 통해 가르쳐서 영유아가 놀이하고, 신체활동하고, 쉬면서 부모-교사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시간을 빼앗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 왜 인지중심 사교육에서 영아를 별도로 보호해야 하는가?
영아기의 교육은 안정적인 애착 관계 속에서 성인과의 반응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어난다.
영아들은 감각경험, 움직임, 그림책, 자유로운 탐색활동, 일상 속 놀이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고 배워나간다.
영아에게 돌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영아에게는 교육도 필요하다.
다만, 인지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아기 교육은 교재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일어나야 한다.
교재, 정답 중심의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 영아와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영아에게 맞지 않는 방식의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영아의 발달권은 무엇일까?
유엔은 영아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독립된 권리를 갖고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
유엔총회가 1989년 채택하고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영아의 권리를 보장한다.
아동권리협약에서는 모든 아동 관련 결정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아동의 신체·정신적 능력을 충분히 발달시킬 권리, 휴식·놀이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이른 시기의 인지 위주의 학습이나 장시간 학원 수업은 국가인권위원회도 우려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25년 ‘7세 고시’와 극단적 선행사교육이 휴식·놀이 등의 권리에 반한다고 판단하고 교육부에 규제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후 2025년 9월 교육부가 영유아사교육대책팀을 신설했다.
국가기관에서도 극단적 조기 사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형태의 영유아사교육은 기본권과 발달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 영아의 권리와 부모의 교육권은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영아가 스스로 장기간의 학습에 동의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영아는 전일제 학원이 어떠한 환경이며, 시간표 운영이 어떠한지, 어떠한 학습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판단할 수 없다.
영아의 판단은 보호자인 부모가 대신 하게 된다. 당연한 일이다.
부모의 철학, 생각에 따라서 영아를 학원에 보내느냐 영유아교육기관에 보내느냐가 결정된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한다 하여 영아의 권리를 빼앗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없다. 부모의 자녀교육권도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자녀를 행복하게 보호하고 인격을 발현시켜주기 위해 인정되는 권리이다.
때로 영유아의 구체적인 발달에 위험이 있고 규제의 필요성과 비례성이 인정된다면 국가가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영아는 부모의 보호 하에 성장하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
영아는 사실 조기 사교육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선택도 판단도 할 수 없다.
◇ 영아의 사교육, 제한할 필요가 있을까?
영아의 발달에 부적절한 교습행위는 제한할 필요가 있다.
영아는 스스로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행위에 대해 어른처럼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내기 어렵다. 영아에게는 더 강한 보호가 필요하다.
영아는 쉬면서 놀이하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경험해나가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프로그램, 영아의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운영을 지양하고, 유연한 하루 일과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장시간 학원 프로그램이 영아가 보내는 신호에 적절하고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놀이 및 수면, 신체활동 시간을 지속적으로 대체하면 발달상 우려가 커질 수 있다.
◇ 영아의 발달에 부적절한 교습행위를 왜 규제해야 하는가?
영유아 사교육 규제는 사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영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과도한 경쟁과 학습 부담을 규제하는 방식은 영아의 권리를 존중하는 취지에 더욱 부합한다.
영아의 발달에 적합하지 않게끔 과도한 경쟁과 학업에 내몰리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영아의 사교육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 현재, 영유아 대상 학원법은 어디까지 와 있나?
2026년 3월 학원법이 개정되어 2026년 10월 1일부터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위한 시험 및 평가가 금지된다. 이른바 레벨테스트 금지법이다.
충분치 않다.
교육부는 학원법을 개정한 직후 4월에 36개월 미만 인지교습(교과목의 지식 주입을 위해 강사가 주도하는 행위)을 전면 금지하고, 36개월 이상 1일 3시간 초과 주 15시간 초과 인지교습을 금지하고, 유해교습행위를 규제하고, 과대 허위광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학원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이다.

◇ 어떻게 영아의 권리를 제한하는 사교육을 규제해야 하나?
과목 중심의 규제에서 행위 중심의 규제로 넘어가야 한다. 학원법은 과목 중심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과목 중심으로 규제를 할 수 있다. 풍선효과를 유의해야 한다. 영어를 규제하면 수 학을 찾을 수 있고, 수학을 규제하면 국어를 찾을 수 있다.
규제는 행위 중심으로 가야 한다. 지식 위주의 인지교육, 장시간 교습시간, 반복적인 훈련, 문제풀이식 교육, 숙제, 한국어 사용 제한, 과도한 경쟁 등이 예상가능한 규율 대상 행위이며 이를 규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행위 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여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수학, 국어 과목이 유해한 것이 아니다. 영유아 시기는 발달의 연속성과 전인적 발달 이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의 발달단계에 맞지 않게 영어, 수학, 국어 등 과목 중심으로 인지교 육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문제로 볼 수 있다.
◇ 학원만 규제하면 충분한가?
사교육은 학원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영유아 사교육은 학원, 놀이학교, 교습소, 여러 센터, 방문교사, 교구 수업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학원만 규제하면 다른 곳에서 영유아를 대 상으로 하는 사교육이 진행된다. 풍선효과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 규제 이후 어떤 우회 방법들이 생겨날까?
규제가 도입되면 예상 가능한 우회 방식으로는 인지수업은 창의놀이로, 시험은 상담으로, 레벨테스트는 관찰이나 체험수업으로, 3시간은 프로그램 쪼개기로, 단일 학원은 여러 개 학원 으로 운영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수요도 있으니 우회하더라도 사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 그 래서, 개별 영유아의 교습 부담을 생각해야 한다. 유엔의 아동의 최선의 이익 원칙 그대로다. 개별 영유아의 행복을 고려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사교육의 경로가 되어선 안 된다
동일 운영자나 특수관계인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교육업체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원아를 관련 사교육으로 연결하는 경우에 이해충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공동 학사운영으로 이어 질까 염려된다.
이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교육기관 간의 이해충돌 방지가 필요하다. 이 해관계는 신고하고, 거래가 있을 경우 공시하며, 원아 대상으로 홍보는 제한하고, 특수관계시 거래를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 함께 일해도 된다. 다만, 그럴 때 조심해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적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영유아교 육기관과 사적 영업의 연결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학계와 공공기관을 중 심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경계와 기준점이 높아지고 있고, 이와 같은 기준이 널리 확산되고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충분한 국가적 지원을 받는 영유아교육기관으로 우뚝서서 국가책임교 육의 출발선에 선다면 지금보다 학부모들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수요를 낮추려면 규제와 동시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지금보다 더 질 높은 교육·보육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충분한 부모의 수요, 영유아의 발달을 반영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 출발점부터 평등해야 한다
지금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은 출발점부터 평등해야 한다. 누구는 태어나자마자 사교육을 받 아서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을 통해 높은 수준의 영어와 수학 교 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고, 그러한 경제적 여력이 없는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고 싶 어도 받지 못할 수 있는 현실은 공평하지 않다.
앞서 소개한 교육부 사교육 시험조사에서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29.5%, 800만원 이상 가구는 62.4%로 나타나 큰 차이가 있었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 참여 격차가 큰 상황에서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라는 부 모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
사교육을 동등하게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책적 목표가 될 수 없다. 가정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모든 영유아에게 질 높은 공적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공 교육을 바로 세워 출발점부터 평등하도록 제도를 정비해나가야 한다.
◇ 36개월 미만 영아에게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강사가 주도하는 지식주입형 인지교습을 법률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36개월 미만의 영아에게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강사주도, 지식주입형 인지교습 행위를 법률로 제한해야 한다.
향후 학원법을 개정하여 영아의 교습제한을 시행하고 영아의 발달권을 지켜야 한다.
영유아기에 더 먼저 배워야 하는 건 암기와 정답 위주의 영어와 수학 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알고, 다른 사람과 배려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야 한다.
학원법 개정을 통해 영아의 시간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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