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태어난 아동이 가정의 따뜻한 보호 속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아동, 가정의 품으로’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다수의 보호출산아동이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원가정 보호와 가정위탁 등 가정형 보호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가정의 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과 지지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우리 가족은 2019년부터 한 위탁아동을 보호해 왔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를 보며 동생이 생기면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하던 2024년 겨울, 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보호가 필요한 ‘보호출산아동’이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처음 보호출산제를 알게 됐고, 이름 모를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기다림 끝에 갓 태어난 유나(가명)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반가움보다 먼저 밀려온 것은 두려움이었다. 친생부모의 정보가 제한된 데다 성본과 주민등록번호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아동을 어떻게 병원에 데려가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제도 시행 초기였던 만큼 보호출산아동을 처음 접하는 기관도 적지 않았다.
유나를 데리고 병원과 보건소, 행정복지센터를 찾을 때마다 보호출산제와 아동의 상황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다. 예방접종관리번호를 발급하기 위해 보건소를 방문하고, 사회보장번호로 진료가 가능한지 소아과에 확인하고, 주민등록과 전입신고를 위해 다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야 했다. 공적 보호체계 안에 있는 아동임에도 필요한 절차가 기관별로 분절돼 있어 위탁가정이 직접 기관을 찾아다니며 하나씩 해결해야 했다.
의료정보의 부족도 큰 어려움이었다. 보호출산아동은 친생모의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만큼 위탁가정이 확인할 수 있는 출생·의료정보가 제한적이다. 유나 역시 아기수첩에 적힌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병원 진료 과정에서 의료진의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일이 많았다. 결국 유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기본 검사와 진료를 다시 받아야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보호출산아동을 품은 위탁가정이 아이를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병원과 보건소, 행정복지센터 등 보호출산아동을 접하는 기관이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관련 기관에 명확한 업무 절차와 지침을 마련해, 위탁부모의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산모의 익명성과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되, 아동의 생명과 건강에 필요한 필수 의료정보만큼은 안전하게 관리하고 위탁가정과 의료기관에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출산 당시 건강 상태와 진료·검사 기록 등 아동의 치료에 필요한 정보가 위탁가정과 의료기관에 정확하게 전달돼야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줄이고 필요한 의료적 개입도 제때 이뤄질 수 있다.
행정절차 역시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보장번호와 예방접종관리번호, 주민등록번호 발급 등 보호출산아동에게 필요한 절차를 위탁가정이 일일이 알아보고 기관을 찾아다니며 해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보건소, 행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절차를 연계해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이 먼저 필요한 절차를 안내하고 연결할 때 위탁가정은 행정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위탁가정이 감당하는 정서적 부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보호출산아동을 돌보는 위탁부모는 언제 새로운 가족이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안정적인 애착과 돌봄을 제공한다. 깊은 정이 든 아이를 떠나보내는 과정 역시 위탁가정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이러한 정서적 부담을 위탁부모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이별 이후의 어려움까지 지원할 수 있는 상담과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얼마 후 유나는 새로운 가족을 만났고 우리의 품을 떠났다. 헤어지는 순간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지만, 아이에게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금씩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위탁아동에게는 “유나는 평생을 함께할 엄마와 아빠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유나와 함께한 시간은 보호출산아동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히 머물 곳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아이가 새로운 가족을 만나기까지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돌봄을 받고, 필요한 의료와 행정 지원도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보호출산아동을 품는 일이 위탁가정의 개인적인 노력과 책임감에만 기대지 않도록, 이제는 제도가 아이와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뒷받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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