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돌봄 대신 영양제·가전 구매에 활용…반복 구매도 확인
장애인 개인예산제, 돌봄 대신 영양제·가전 구매에 활용…반복 구매도 확인
  • 이유주 기자
  • 승인 2026.09.30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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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건강기능식품 3회 이상 구매 94명…가전제품 구매에 680만원 지출 사례도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 ⓒ서미화 의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 ⓒ서미화 의원실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 급여의 일부를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장애인 개인예산제’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생활가전 등 물품 구매에 예산이 활용된 사례가 확인됐다. 제도 취지인 서비스 선택권 확대와 달리 실제 이용 과정에서 물품 구매에 상당한 금액이 배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29일 공개한 2025년 지출 세부내역 자료에 따르면, ‘기타 건강지원 제품’(1억 2,740만원)의 89.5%(1억 1,406만원)가 유산균·비타민·루테인 등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쓰였다.

‘일상생활 용품 지원’(1억 4,859만원)은 기저귀 등 위생용품 35.8%, 단백질음료·죽 등 유동식 23.0%에 이어 믹서기·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이 22.8%였고, ‘주거 지원 물품’(9,469만원)은 84.5%(7,996만원)가 제습기·공기청정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구입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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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항목에서만 3억 7,068만원이 건강기능식품과 생활용품·가전제품 구매에 지출됐고, 1회 100만원 이상 지출도 주거지원 물품의 32.5%(최대 370만 2천원), 일상생활 용품 지원의 14.4%(최대 429만원)에 달했다.

더욱이 건강기능식품 등의 반복 구매 사례도 확인됐다. 2025년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참여자는 94명이었으며, 누적 구매액이 가장 큰 1명은 7회에 걸쳐 536만원을 지출했다. 올해도 7월까지 81명이 건강기능식품을 3회 이상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을 반복 구매한 참여자는 2025년 23명으로, 최다 지출자는 냉장고·정수기·로봇청소기·공기청정기·세탁기를 사는 데 680만원을 썼다.

복지부는 사업안내를 통해 가구·노트북 등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2026년 상급지원위원회 결정 62건 중 ‘불가’는 1건(1.6%)뿐이었고, 나머지는 ‘합의’ 6건,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조건부 합의’ 55건이었다. 가전제품이 포함된 안건 22건(35.5%)도 모두 조건부 합의로 처리됐다.

서미화 의원실이 상급지원위원회 심의 이용계획서 4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항목별 배정액 1억 4,964만원의 43.4%(6,499만원)가 김치냉장고·세탁기 등 가전(1,671만원), 노트북·태블릿 등 전자기기(1,265만원), 운동기구·차량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이었다.

치료·강습·돌봄 등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15.4%에 그쳤다. 6건은 6개월 전환액 전부를 물품에 배정했고, 그중 1건은 559만 8천원 전액을 슬로프를 설치한 중고 자동차 구입에 배정했다.

문제는 사회보장급여가 상품 구매의 재원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시장 구매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예산의 기준이 되는 급여액은 서비스지원종합조사 같은 판정 절차에 따라 사람마다 차등 책정된다.

이 판정은 원래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돌봄의 양을 정하기 위한 것이지, 시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개인예산제를 거치면 급여가 큰 사람일수록 재화 구매에 쓸 수 있는 예산도 커진다. 필요에 따라 차등 책정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옮겨가는 구조인 셈이다.

앞서 복지부는 개인예산제가 기존 공급체계에서 공급되지 않던 물품·서비스의 개별 구매를 가능하게 한 ‘수요 맞춤형 제도’라고 자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생필품·가전제품이었다는 점은,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초적인 권리와 선택적 재화 구매의 자유가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비춘다.

서미화 의원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과 서비스에서의 주도성 강화라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회보장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공적 급여가 시장 구매력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나아가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며, “개인예산제가 최소한의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별도의 재정을 마련하여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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