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육아 동지들

나의 소중한 육아 동지들

  • 칼럼니스트 강백수
  • 승인 2026.10.01 09:51
  • 댓글 0
구글 선호 출처로 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빠 곰은 뚱뚱해] 새로운 육아 동지가 된 처남 부부를 환영하며

얼마 전 추석, 우리 처가 식구들은 다른 명절보다 훈훈한 분위기로 연휴를 보냈다. 처남과 처남댁의 득남 소식 때문이었다. 아기가 너무도 예쁘고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도 무사히 그 위대하고 숭고한 과정을 지나왔다는 소식은 우리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명절 선물이었다. 이 기쁜 사건은 한 부부가 비로소 부모가 되었다는 것 외에도, 우리 아들이 함께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그네를 타며 놀 수 있는 사촌동생을 만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내는 고모가 되었고 나는 고모부가 되었다는 것이며, 내게 귀여운 조카와 더불어 두 명의 육아 동지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남은 참 다정한 사람이지만 수다스럽지는 않은 편이다. 두 누나들과 함께 있는 톡 방에서도 가장 말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아들을 만날 때면 뭔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앞서는데 조금 머쓱한지 아니면 조심스러운지 다소 뚝딱거리는 모습도 보여주곤 했다. 그런 사람이 초보 아빠가 되고 나니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톡 방에 아기 사진을 올리고, 아기가 예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제 막 시작된 육아의 고단함을 토로하기도 한단다. 우리 부부가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것처럼 아마 육아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할거다. 

아무리 큰 기쁨이어도 육아는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나누는 육아 이야기는 즐겁다. 그것은 이를테면 프로야구 경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야구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운 것과 비슷하다. 당구 좋아하는 친구들이 실컷 당구를 치고도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당구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과 비슷하고, 내가 음악 하는 친구들이랑 해외 뮤지션 이야기, 악기 이야기로 밤을 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육아 하는 사람들끼리는 어떤 동지애나 전우애 같은 것이 있다. 

긴 항해를 함께 하는 동지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백수
긴 항해를 함께 하는 동지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백수

친구들 중 절반 정도가 육아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신생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자녀들을 기르면서 저마다 다른 어려움을 마주하며 지내겠지만 어쨌거나 모두 사랑하는 자녀를 건강하고 올바르게 길러내겠다는 사명과 부모로서의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다 가끔은 그런 무게에서 벗어나 가벼운 하루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거기서도 또 육아 이야기를 한다. 나보다 먼저 이 시절을 겪은 친구들로부터는 “원래 그런 거다”, “금방 지나간다”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몰랐던 정보를 전수받기도 한다. 그리고 간혹 우리 아들보다 어린 아기를 기르는 친구들을 만나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을 추억하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함께 이 쉽지 않은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동지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일이다. 

임신,출산,육아정보 다 찾아주는 AI 육아플래너 l 라플

그러다 가끔은 공동육아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가족과 가족이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질 궁리를 하기도 하고,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서로의 배우자에게 휴식시간을 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차례의 만남을 가지면서 알게 된 신기한 사실은, 혼자 한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둘이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말이 서툰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내가 말을 멈추면 생기는 침묵이 부담스럽고 미안해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을 같이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말동무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하다못해 화장실에 마음 편히 다녀 올 수 있다는 점도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두 아이가 어울려 노는 귀여운 모습을 보는 기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귀여운 존재가 둘이니 귀여움도 두 배다. 

가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 또는 자녀를 낳지 않은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들으며 대리만족하는 것도 물론 즐겁다. 그렇지만 육아 동지들, 전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충만함이 없다면 이 시절을 견뎌내는 것이 더욱 어려웠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철딱서니 없었던, 그러나 그런 시절이 무색하게 훌륭한 부모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 친구들이 모두 참 대견하다. 이제 부모가 된 지 보름 남짓 된 우리 처남 부부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큰 축하와 더불어 우리의 육아 동지가 된 것을 환영하고, 건투를 빈다는 말을 건넨다. 

*칼럼니스트 강백수(인스타그램 baeksoo_kang)는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2010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일상의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6시에 잠들던 예술가로 살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는 아빠로 산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ARS 후원하기 : ☎ 1533-5155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