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
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1.29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맘(mom)대로 정치④] 연속 인터뷰 결산… 엄마가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육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점점 강조되면서 ‘엄마정치’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맘(mom)대로 정치’ 기획을 통해, 일상의 문제를 정치로 해결해나가는 당당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선거 때만 엄마들 표 달라… 선거 끝나면 유령 신세”
② “엘리트정치 극복, 엄마한테 비례대표 주면 된다”
③ “살림하던 여자들이 뭘 알아?”라는 말 안 들으려면…
④ 걸림돌도 분명하지만…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

지난 11일 서울 난곡동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 여성·엄마민중당의 장지화 공동대표(왼쪽)와 이미선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1일 서울 난곡동 행복마을마더센터에서 여성·엄마민중당의 장지화 공동대표(왼쪽)와 이미선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는 세 편의 ‘맘(mom)대로 정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정당 조직인 ‘여성·엄마민중당’ ▲시민사회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하나의 의제를 통해 입법 연대활동을 벌인 엄마 중심의 인터넷 카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와 ‘검단맘’을 만났다.

단체의 성격도 목적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들 사이에는 ‘엄마정치’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엄마정치의 필요성에 대해 무엇이라 말했을까. 그리고 엄마정치의 발전을 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라 짚었을까. 엄마정치에 대한 그들의 평가와 전망을 정리해보자.

우선 엄마정치의 필요성, 엄마가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개 ‘직접정치’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공동대표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엄마들한테 표 달라고 손 벌리는데, 선거 끝나면 엄마라는 존재는 없다”며, “정치에서 엄마는 유령”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생활의 전문가이자 삶의 전문가인 엄마들이 직접 정치를 해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실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역시 같은 취지다. 장 공동대표는 “20대 국회 국회의원 평균연령 55.5세, 남성 비율 83%, 평균 재산은 41억 원”이라며, “(정치가 엄마들을) 일부러 배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학생은 학생정치, 엄마는 엄마정치, 각자 정치를 해야 한다”며, “자기 정치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는 ‘카페의 정치색’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반문한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얼마를 지원받을 것이냐, 노인연금, 4대보험, 버스노선 등 이 모든 게 다 정치예요. 일상이 다 정친데, 왜 엄마들은 정치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말해달라고요. 이런 것들에 대해 왜 안 나서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합니다.” (이수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오른쪽)·조성실(가운데)·이고은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정치하는엄마들 장하나(오른쪽)·조성실(가운데)·이고은 공동대표를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일상이 다 정치인데, 왜 엄마들은 정치하지 않아야 하나요?”

그런데 엄마들이 이렇게 직접정치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게 된 중요한 계기로 세 번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촛불집회’. 2016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전국에서 1700만여 명이 참가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촛불집회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상적인 참여로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시대적 흐름을 같이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조직화돼 있지 않아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엄마들이 누구보다 강력한 유권자라는 실력을 행사하는 기제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는 촛불집회 물품 지원을 위해 다른 카페들과 연대한 경험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정치적이라고 참여를 꺼리던 다른 카페들에서도 두 번째 나갈 땐 강원도, 김해 등 10개 카페에서 물품을 보내줘서 1톤 트럭에 탑 쌓고, 전세버스 한 대 가득 싣고 가서 2만여 명에게 나눠줬다”며, “자기의 참여는 초코파이 한 상자, 핫브레이크 한 봉지였는데 (그게 모여서) 탑차에 쌓인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라도 참여하는 게 의미 있는 거구나’ 생각하게 된 큰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미선 여성·엄마민중당 집행위원장은 2016년의 촛불집회뿐만 아니라,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건’ 촛불집회부터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 여러 촛불의 경험들이 청년세대의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불식시켜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 세대의 엄마들은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요구하면 되는구나’라고 경험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세월호 참사처럼, 엄마니까 더 크게 공감하고 더 크게 분노하게 되는 사건들이 저희를 성장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이미선)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오른쪽)와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오른쪽)와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촛불집회, 그림자로 존재하던 엄마들이 ‘강력한 유권자’로 실력행사”

그동안 정치판에 ‘엄마’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엄마 정치인’을 표방하는 정치인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엄마정치’가 자리 잡지는 못한 이유, 무엇일까. 정치풍토에 대한 비판에서 엄마들 개인의 의식 문제까지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이미선 여성·엄마민중당 집행위원장은 “엄마 정치인을 내세워서 당선된 사람들도 거대 정당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성 정치의 구조에 맞춰야 한다”며, “일단 정치판에 들어가고 나면 재선을 하고 살아남기 위한 활동이 앞서고, 엄마로서 자기 정책과 자기 활동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꼬집었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는 이것을 ‘초심’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엄마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선 처음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처음에 순수한 마음으로 뛰어들었으나 점점 기성정치화 돼가면 엄마정치가 빛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엄마 정치인이 기성 정치판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공동대표는 “아직도 엄마정치나 여성정치는 정치의 액세서리라는 풍토가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는 사회적인 시각의 문제를 지적하며 “엄마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사회가 엄마라는 역할을 구분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자도 엄마도 (이 사회의) 구성원일 뿐”이라며, “(정치로부터) 떼어내거나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 내에서의 걸림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엄마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데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게 가정 내 민주화”라며, 그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짚었다. 조 대표는 “어떤 회원들은 ‘내가 이것(가정)을 뚫고 나가는 게 가장 큰 승리’라고 한다”고 전했다.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공동대표 역시 “가족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우리 엄마가, 우리 아내가 올바른 주장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 “초심 잃고 기성정치화 돼가면 엄마정치 빛 잃어버린다”

엄마 개인의 의식 전환을 강조한 목소리도 있었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엄마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엄마 스스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며 “(엄마들이) 행복추구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안 바뀌면 세상이 안 바뀐다”고 개인의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수진 검단맘 카페 대표는 엄마정치의 걸림돌이 “내 목소리를 내는 데 자신 없어 하고, 누군가 대신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고, 주권자임을 잊고 있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는 걸림돌들. 앞으로 ‘엄마정치’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을까.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낙관했다.

“한 가지 달라진 건, 예전에는 내 아이 하나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 아이 하나만 잘 키운다고 내 아이가 행복해지진 않는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내 아이가 포함된 모든 아이들을 잘 키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죠. 엄마정치의 발전은 필연적이에요.” (장지화)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