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엄마’를 결심하면 ‘가난’ 따라오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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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5.30 07:1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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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아닌 권리로 비혼출산을 말하다④] 미혼모 지원의 현주소와 당사자 단체의 목소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미혼모·미혼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비혼출산 이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양육을 선택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아동의 인권과 부모의 권리라는 새로운 가치로 비혼출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열린 미혼모 인식개선 캠페인 현장.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서 열린 미혼모 인식개선 캠페인 현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저출산 극복을 주요 국정과제로 잡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은 지금”이라며 “이제는 출산장려 대책을 넘어서서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아이를 낳아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는 든든한 사회보장제도가 있다면 미혼부모인 당사자들이 조금 더 개선된 환경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출산과 육아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다.

2015년 통계청이 조사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거주하는 양육미혼모는 약 2만 4000여 명, 양육미혼부는 약 9000여 명으로 나타났다. 그중 사회적 기반과 양육능력이 부족한 10∼20대 미혼모는 5356명으로, 미혼모 수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2016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의 97.9%가 미혼모의 아동이라는 통계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미혼모가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월 13만 원 한부모 양육비 지원은 '저소득층'에만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양육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중위소득의 52% 이하, 2018년 기준 월 148만 원 이하)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만 14세 미만 아동에게 월 13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저소득 조손가족 및 만 24세 미만의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아이가 만 5세 이하일 경우 자녀 1인당 월 5만 원의 추가 양육비도 지원한다.

이밖에도 중고등학생 학용품비의 명목으로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자녀 1인당 연간 5만 4100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 입소한 저소득한부모가구에게는 생활보조금으로 가구당 월 5만 원씩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모두 저소득층에 해당되기 때문에 저소득 울타리에 포함되지 않는 미혼모들은 정부의 지원을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 187개 건강가정지원센터 중 17개 지역센터에서 미혼모 거점기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건강가정센터의 미혼모 지원 예산은 기관당 총 5000만 원대로 해당 지역센터의 미혼모 인구 수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한 점 ▲담당직원이 수행 경험이 없거나 적고 거의 해마다 직원이 바뀌는 점 ▲지역에 따라 지원금이 제각각인 점 등 많은 허점이 있는 게 현실이다.

미혼모 시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도경 대표는 ▲시설마다 입소 조건이 시설장 재량에 따라 다른 점 ▲입소 기간 동안 통금시간이 오후 5시~8시로 정해져 있는 점 ▲운영프로그램 다수가 취미 위주의 비실용적 프로그램인 점 ▲원치 않은 종교프로그램 참여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히트앤방지법’(양육비 대지급 제도)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21만 7054명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미혼모의 경우 법원을 통해 비양육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데만 평균 3개월이 걸리고, 소송 완료까지 최소 8개월에서 2년 정도가 소요된다. 또 양육비 소송에서 승소해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고, 비양육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일 경우 실효성이 없다. 또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받게 되더라도 소득으로 합산돼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양육비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김도경 대표는 지난 24일 베이비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혼모가 양육비를 받기까지 소송기관과 서류, 법정출두 등을 거칠 때 심적, 육체적,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또한 소송에 승소했다 하더라도 양육비를 잘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그동안 미혼모와 그의 자녀는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다”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히트앤드런방지법’이 필요하다. 대지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도 비양육자로부터 100% 양육비를 받아내진 못한다(환수율 26% 정도). 하지만 이 제도가 있음으로 해서 사각지대의 모혼모가정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열린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열린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여성가족부, 관계부처에 '비혼출산 포용적 분위기 형성' 권고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12일 2017년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의거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비롯한 개선과제를 보건복지부, 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에 권고했다.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란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관 정책 및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업 중 성별 격차가 크다고 느껴지거나 성평등 실현을 위해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정책과제를 발굴·분석하고 해당기관에 정책을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성가족부는 비혼출산에 대한 포용적 분위기 형성과 정책적 지원을 기본계획의 핵심과제로 삼아 법률혼을 전제로 한 차별적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여성 건강권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포용적 가족관 형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세부 정책에서는 여전히 법률혼을 전제한 제도들이 유지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행복주택 신청 시 혼인관계를 증명하거나 혼인계획을 청첩장 등으로 증명하도록 한 것, 동거부부일 경우 아빠는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달 5일에는 여성가족부가 임신·출산부터 교육·자립·취업까지 미혼모와 한부모 가족을 위한 분야별 정부지원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혼모·부 한부모 가족을 위한 복지서비스 안내 책자’를 제작·배포했다.

각 분야별로 임신·출산 진료비와 출산비용 지원내용, 출산 후 입소가능 시설 안내,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미혼모부자 거점기관 정보 등을 담았고, 저소득 한부모 가족을 위한 아동양육비 지원, 보육료 및 가정양육수당, 아이돌봄서비스, 각종 요금감면, 주거 지원 등이 자세하게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여가부는 가족의 다양성에 맞춰 개별 가족이 각각 필요로 하는 맞춤서비스 제공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미혼모에게는 초기 임신단계에서부터 출산 후 아이돌봄과 교육·직업교육을 통한 자립까지 국가가 지원한다. 또, 한부모가족을 위해서는 정부의 아동양육비 지원액을 상향하는 한편, 비양육부모로부터 안정적으로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양육비 이행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5월 10일을 ‘한부모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매년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인데, 원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입양의 날 전날을 한부모의 날로 정했다. 당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열린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 현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직접 참석해 한부모의 날을 응원하기도 했다.

◇ 미혼모 운동 이끄는 두 리더의 목소리

비혼출산과 관련된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당사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매년 5월 11일 입양의 날에 반대해, 2011년부터 이날을 '싱글맘의 날'로 정해 인식개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와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의 생각을 지난 2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인터뷰]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가장 필요한 것은 주거지원"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가 지난 11일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제하는 모습.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도경 (사)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가 지난 11일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제하는 모습. 김“미혼모를 위해 필요한 법은 먼저 주거지원입니다. 미혼모와 그의 아이들을 요보호 대상자나 시설보호 대상자로 볼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가정으로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주거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미혼모가정에 월세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미혼모를 위해 필요한 법은 먼저 주거지원입니다. 미혼모와 그의 아이들을 요보호 대상자나 시설보호 대상자로 볼 것이 아니고 하나의 가정으로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주거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미혼모가정에 월세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현실적인 양육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근로에 가장 취약한 시기인 임신 후기부터 36개월 미만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양육비를 지원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덜어주고 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끔 준비할 시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일자리 지원도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미혼모를 우선고용 하는 사업장에 인건비와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출산, 양육휴가 및 탄력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기초수급자일 경우 취업 후 3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둬서 안정적으로 직장에 자리 잡았을 때 수급을 정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모든 탄생이 아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엄마의 결혼여부나 나이, 경제적 이유로 입양을 권하지는 않을 겁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경우 해외입양 자체도 없지만 국내입양도 1년에 한두 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모가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나 마약중독 등이 아니라면 나이나 경제적 이유로는 절대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지 않고 나라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은 부정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바뀌어, 여성은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결혼여부나 나이가 엄마의 자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임신 초기부터 혼자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지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관공서에는 임신 초기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나라에서 지원할 수 없다면 지원과 지지해 줄 수 있는 민간단체에 연계해줘야 합니다.”

[인터뷰]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 "빅대디로서 전방위 지원해야"

지난 11일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온 대구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표의 모습.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1일 제8회 싱글맘의 날 국제컨퍼런스에서 토론자로 나온 대구미혼모가족협회 김은희 대표(오른쪽 첫 번째).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청소년 임산부인 경우 학교 밖 청소년이 대부분입니다. 청소년 임산부는 청소년증이나 학생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증명서가 없는 경우 쉼터 입소도, 임산부 카드 발급도, 양육비 신청도 불가합니다. 주민센터에 청소년 임산부가 위기지원 신청이 들어오는 경우 부모가 거부하더라도 유선으로 동의를 받거나 학교를 그만둔 지 몇 년이 지났더라도 이를 토대로 신분을 확인하고 우선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또한, 아기를 낳고 난 이후에나 모자원 등에 입소할 수가 있는데, 아기를 낳기 전 자유롭게 거주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외부 개입을 하지 않는 미혼모 매입임대주택 등의 보급을 통해 임산부 시기부터 지역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미혼모가 아니더라도 임신과 출산은 여성에게 가장 큰 경험이며 두려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미혼모가 아니라면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산모의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지만, 미혼 임산부에게 출산의 두려움에 더해 '입양이냐 양육이냐' 하는 양육갈등 시기를 강요하는 사회입니다.

입양을 하든 양육을 하든 한 명의 아기도 소중한 대한민국에서, 아빠 또는 가족이 출산하는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빅대디'로서 전방위적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병원비가 없어서,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살 곳이 없어서 아기를 유기하고 살해하고 고시원에서 아기를 낳는 상황이 반복되기에는 대한민국 아기 한 명 한 명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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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6-11 12:13:27
한부모 가정들 좋은 혜택 주셨으면 하네요
아이와 함께 행복하고 싶다는데 어려움이 더 온다면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hananims**** 2018-06-11 10:31:16
한부모가정을 위한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럼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겠죠!
이런 기사도 많이 써주세요!!!

kingka**** 2018-05-31 22:35:03
역시 집문제가 가장 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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