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유치원 사태 후, 엄마아빠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비리 유치원 사태 후, 엄마아빠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 기고=김남희
  • 승인 2019.01.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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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 특별기고]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무수한 이슈들 중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또 새해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설계해야 할까. 보육 등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2018년을 정리하고 2019년을 전망한다. - 편집자 말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한 해가 저물었다. 2018년 10월까지 추세를 보면, 출생아 수가 33만 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합계출산율 0명대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과 주거 비용, 심화되는 소득격차, 여전히 살벌한 경쟁의 대학입시 등을 보면 2018년의 한국은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든 사회임이 분명하다. 2018년을 돌아보며 가장 눈에 띄는 사건이라면 ‘유치원 비리’ 이슈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어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된 것이다. 

유치원은 주로 개인 원장이 운영한다. 원장이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비리가 발생해도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곳이다. 이같은 사실을 아이를 키우거나 유치원에 보내본 부모라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교육기관인 유치원이 최소한의 공공성을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또한 있었다. 그러나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이러한 기대감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치원 원장들이 토론회장을 점거하고 토론회를 무산시키면서 사태는 커졌고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는 언론과 방송에 집중 보도되기 시작했다.

◇ 유치원 비리 문제 이슈화, 여러 시민단체 역할 커

박용진 의원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비리 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품백, 성인용품 등 구체적인 비리 사례가 상세하게 공개되었다. 이 유치원 비리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 과정에는 여러 시민단체들의 역할도 컸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비리 유치원 명단을 정보공개 청구하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다투어 박용진 의원의 문제제기를 이끌어냈다.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동탄 지역에서 구성된 ‘동탄학부모비상대책회의’도 대규모 집회를 열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도 함께 연대해서 목소리를 함께 내고 토론회, 기자회견 등 적극적인 대응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아진 시민들의 분노와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법률 개정안은 2018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립 유치원 원장의 투자이익과 사유재산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억지 논리를 내세우며 유치원 비리근절법의 국회 통과를 막았다.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회에서의 논의를 무산시켰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가 지원한 돈이든 학부모가 지원한 돈이든 유치원의 회계가 투명하고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너무 당연한 정책조차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교육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사립유치원에 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이 현실화되어 유치원 회계 투명성이 강화되고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성과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거부하기 어려운 의제가 되었다.

◇ 엄마아빠가 유아교육 소비자 아닌 '주체'로… 고무적인 변화

OECD 국가들의 3~5세 아동의 국공립 유아교육기관 취원율이 66.9%인데 한국은 이 비율이 21.1%에 불과한 것을 보면, 아동에 대한 교육은 어느 나라나 공공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그동안 유아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점점 증가했으나, 국가나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주로 민간에게 떠넘기면서 유치원은 지역 유지들인 원장의 개인사업이자 돈벌이 수단이 됐다. 이러한 현실이 지금 한국 사립유치원 비리의 원인이다.

게다가 한국은 사립유치원의 87%가 개인이 설립하고 운영하여 개인 원장에 의하여 사유화된 시설이 대부분이다. 유치원 비리 이슈의 성과라면 이제 국민들이 이러한 현실의 모순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비록 유치원 비리근절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유아교육의 중요한 당사자인 엄마와 아빠들이 소극적인 유아교육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 주체로 교육 현장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변화이다. 그동안 유아교육의 중요한 당사자인 아이들과 부모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왔고, 유아교육은 주로 원장들의 로비에 의해 정책이 좌우되는 영역이었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일어난 황당한 비리 사건은 많은 부모와 시민들의 분노 그리고 연대를 이끌어냈다. 토요일에 열리는 기자회견과 집회에 엄마와 아빠, 아이들이 손을 잡고 모여들고 국회 기자회견장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앞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일부 유치원 원장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 변화의 조짐은 느낄 수 있다. 유치원 문제의 핵심은 아이들을 위해서 쓰여야 할 비용과 인력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고, 이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감시하고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계속 유지될 때 유아교육의 변화, 그리고 한국 사회의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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