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금 벽에 막힌 협동조합 유치원, ‘공영형’으로 풀자
출자금 벽에 막힌 협동조합 유치원, ‘공영형’으로 풀자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1.15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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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협동조합 유아교육기관 제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 10일 국회에서 ‘협동조합 유아교육기관 제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국회에서 ‘협동조합 유아교육기관 제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설립자 개인의 ‘사유재산’에서 모든 주체들의 ‘공유와 협동’으로.

사립유치원의 개념을 뿌리부터 바꾸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협동조합 유아교육기관 제도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 역시 그런 자리였다.

협동조합형(부모협동형) 유치원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 이후 대안적 모델로 급부상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10월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부모협동형, 공영형, 매입형, 장기임대형 등 국공립유치원의 형태를 다양화해 확대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유아교육 현실에서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협동조합을 통한 유아교육기관 공공성 강화의 가능성’을 발제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평가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한 사립유치원의 현실에서 ‘공유한다는 것’, ‘함께한다는 것’, ‘함께 키운다는 것’의 개념은 새로운 화두를 주고 있다”며, “‘공급자→수요자’라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교육 프레임에서 ‘공급자=수요자’라는 탈근대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 제도화를 위한 제언’에 대해 이야기한 이송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컨설팅사업단장은 “협동조합의 민주성, 참여성, 자율성, 다양성, 신뢰성, 지역성을 유치원 운영에 결합해 유치원의 개인화, 영리화를 막고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무성을 실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을 통한 유아교육기관 공공성 강화의 가능성’에 대해 발제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협동조합을 통한 유아교육기관 공공성 강화의 가능성’에 대해 발제한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협동조합은 ‘부모’만? “부모협동형, 이름부터 바꾸자”

토론회는 남인순 의원, 국회 사회적경제포럼, (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가 후원했다.

토론회 현장에는 유아교육 전문가와 협동조합 활동가 등 50여 명의 참가자가 빈틈없이 들어차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제도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과 제언들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 특히 세 가지 쟁점이 눈길을 끌었다.

첫째는 ‘부모협동형 유치원’이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대신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또는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을 제시했다. 명칭 문제는 협동조합의 ‘주체’ 문제와 관련이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부모 협동조합은 부모로만 이뤄지고 부모만 출자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고, 소유와 조직의 유지에 한계점을 내포한다”며, “협동조합형 유치원 또는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은 부모는 물론 교사도 조합원이 되고, 공동육아와 교육·보육 공동체 실현을 위한 명칭으로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남인순 의원 역시 인사말을 통해 “부모만이 아니라 부모, 교사, 지역사회 모두 협동의 주체가 되도록 교육부는 ‘부모협동형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바꿨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둘째는 돈과 공간의 문제를 ‘공영형 유치원’ 지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의 가장 큰 벽은 비용과 공간이다. 출자금만으로는 해결이 난망한 문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박 부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비영리법인이므로 공영형 유치원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며, “폐원하는 유치원들 중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는 유치원을 선정한 뒤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설립하고, 이를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해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공영형 유치원의 하위모델로 검토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는데, “운영상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공공성을 더욱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박 부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이송지 단장도 공영형 유치원 지정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은 “부모와 교사가 설립 주체가 돼 사립유치원을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전환하려는 경우 교육청이 무상·장기임대 등으로 유휴공간을 제공해 부지를 확보하고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해 운영비를 지원”하는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 제도화를 위한 제언’에 대해 이야기한 이송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컨설팅사업단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사회적협동조합 유치원 제도화를 위한 제언’에 대해 이야기한 이송지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컨설팅사업단장.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맨땅에 헤딩 하는 부모들, 교육청이 손 잡아줘야”

셋째는 교육청 내에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기존의 교육청과 유아교육진흥원 조직으로는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에 어려움 있다”며, 인력·콘텐츠·마인드 등 여러 차원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센터 구축을 제언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최근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을 위해 나선 부모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맨땅에 헤딩 하듯 하고 있지만 지원시스템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모들이 이렇게 나서는 건 기적 같은 일”이라며, “정부는 그 손을 잡아주고 무조건 길을 열어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시스템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단장 역시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센터 설립에 뜻을 같이했다. 이 단장은 “초기 모델 개발이 중요한데 그것은 민간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노력과 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초기 설립과 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안성미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사무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사무관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지원센터의 필요성은 통감하고 있다”며, “우선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 사례가 아직 없기 때문에 사례화하고 확산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부미 경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밖에도 정영화 (준)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준비위원이 ‘협동조합 어린이집 제도화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발제했다. 강민수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정책위원장과 정숙희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사무관도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한편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오는 3월 개원을 앞둔 서울 노원구 꿈동산유치원의 이인숙 원장이 자리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부모, 교사, 지역사회가 함께 가는 유치원”이라며, “부지만 만들어진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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