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3월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2월이 다른 달보다 짧은 탓도 있겠지만 며칠 전 아이가 다니는 원에서 개최한 학부모 설명회를 다녀온 후부터 다시 신학기 준비물, 서류 등을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흘러간 주말이었다.
단지 유인물에 적힌 준비물만 챙기면 끝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신학기이니만큼 필요 경비도 충분히 준비해야 했으며 아이가 입을 옷, 신발 하다못해 손∙발톱 위생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한 주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아이의 준비물 리스트를 검토하던 중 휴대폰에 긴급 재난 문자 경보가 울렸다. 봄이 찾아옴과 동시에 미세먼지가 다시 말썽이다 보니 으레 그렇겠거니 하고 확인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볼 수 있었던 메시지는 너무나 뜻밖의 내용이라 당황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부 사립 유치원의 개학 연기가 우려되니 필요하면 교육지원청을 통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라는 문자! 다시 읽어보아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최근 뉴스에서 정부와 사립 유치원 간의 대립이 극대화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많이 접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나에게, 우리 아이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나는 난생처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유치원 개학 연기 앞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나같이 이래저래 바쁜 아이 엄마는 정작 이 싸움의 쟁점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는데 어느덧 논란의 중심에 함께 서 있는 꼴이 되었다. 워킹맘인 이웃 엄마는 당장 다음 날 출근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 치킨집 사장이 운영하는 유치원이라니…
뒤늦게 찾아본 기사들에서 내가 파악한 요지는 이렇다. ‘사립 유치원은 말 그대로 국공립이 아닌 사립이므로 100% 사유 재산이다. 그런데 국가(교육부)가 나서서 전체 학부모 2/3 이상 동의해야 폐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한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개학을 무기한 연기하고 정부와의 소통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일명 ‘치킨집’ 비유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종업원들이 반대한다고 치킨집이 폐업을 못하지 않는 것처럼, 사립 유치원도 학부모들의 반대해도 문을 닫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한유총의 다른 의견까지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말장난 같아 그만두겠다. 다만 내 아이는 치킨집 사장 마인드를 가진 원장, 혹은 그렇게 운영되는 유치원에서 교육받을 일은 없도록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 이토록 서슬 퍼런 곳이라, 내가 자진해 더 큰 사회에서 유익한 것들 많이 배워오라고 아이를 등 떠밀어 보냈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그렇게 먹먹했었나 보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지만 늘 불안했던 그런 마음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아 정말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정말 어느 교과서에 있는 꿈 같은 이야기일까?
지금 우리는 사유재산이니 시장경제니, 자본주의니 하는 이념을 떠나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조차 잃어버린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뿌옇기만 한 미세먼지에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데 이보다 더한 재난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해야 하는 교육 현장에 있었다. 설렘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신학기. 정말이지 재난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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