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지난달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 제270조 1항(동의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7명(헌법불합치 4명, 단순 위헌 3명) 대 2명(합헌) 의견이었다. 66년 동안 존재했던 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셈이다. 이 결정으로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3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울산 동구)이 주최하고, 여성·엄마민중당 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낙태죄폐지이후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한 민중당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여성·엄마민중당은 “낙태죄는 없어지지만,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재생산권이란 단지 아기를 낳지 않을 권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권리도 뜻한다. 재생산권은 성적관계에서의 젠더평등권과 임신·출산에서의 자기결정권 등을 비롯해 의료서비스 접근권, 낙태 또는 출산 이후 국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아우르는 권리세트다.
◇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제는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돼야”
이날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은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향후입법논의 방향’을 발제하면서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솔 인권위원장은 “이제는 임신·출산·양육을 개별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이라는 개념을 두고 사회의 문화·제도·가치의 재생산 안에서 임신·출산·양육의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점으로 전환하면 임신·출산·양육이 가능한 사회 전반의 제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솔 인권위원장은 향후 입법과 정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손솔 인권위원장은 ▲모자보건법과 형법의 개선 입법 과제 ▲인구정책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임신 중단의 의료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양육 등 크게 네 가지를 제시했다.
손솔 인권위원장은 먼저 모자보건법 제14조 전면 폐지와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지에 대한 전면적 보장을 다룰 수 있는 법제·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 규제는 실효적이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저출산 정책의 전환은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손솔 인권위원장은 “한국의 인구정책은 출산의 권리 개념을 존중해 확실한 인권확보를 염두하는 정책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대학병원, 공공의료기관부터 임신 중지를 제공하고, 유산 유도약 도입을 합법화하며, 임신 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다양한 의료 정보 제공을 마련해야 한다고 손솔 인권위원장은 말했다. 끝으로 “피임과 임신 중지에 대한 포괄적 성교육을 비롯해 일·가정 양립 및 출산 등에 대한 지원 정책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성건강기본법,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생리할 수 있는 권리"
다음으로 장지화 여성·엄마민중당 대표는 ‘여성건강기본법(일명, 생리법)과 재생산권’을 발제했다. 여성·엄마민중당은 여성건강기본법 제정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기자회견, 두 차례 설문조사,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들의 여성건강기본법 제정 노력은 2017년 생리대 파동이 원인이 됐다. 법 내용은 ▲여성건강기본계획 수립 ▲여성건강전담부서 설치 ▲생리용품안전공사를 통해 생산 유통 강화 ▲유급생리휴가, 학교 생리공결, 생리휴가 보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여성이 안전하게 생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장지화 대표도 손솔 인권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여성 건강문제와 재생산권리는 사회적 결정요인에 좌우된다”며 “보편적인 재생산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해결책이 함께 제시됨과 동시에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국가는 여성의 재생산권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던 국가가 아닌,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장 대표는 향후 입법 방향과 관련해 ▲여성의 건강과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온전히 존중 ▲한시적인 특별법▲ 생애주기에 따른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여성건강기본법 제정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 내 여성건강전담기구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