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걸 자라 슈퍼맘 됐다… 억울함이 만든 ‘육아의 전투화’”
“알파걸 자라 슈퍼맘 됐다… 억울함이 만든 ‘육아의 전투화’”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5.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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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9 영유아 부모 특별강좌③]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오찬호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유아 부모 대상 ‘안심해요, 육아!’ 강좌 세 번째, 오찬호 작가의 강의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유아 부모 대상 ‘안심해요, 육아!’ 강좌 세 번째, 오찬호 작가의 강의가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는 전통적으로 ‘엄마가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현대사회에서는 자기계발의 담론이 들어와서 극기의 문화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면, 우리가 진짜 균형 있게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내게 익숙한 얘기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더 낯선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영유아 부모 대상 ‘안심해요, 육아!’ 강좌 세 번째 시간. 23일 오전 서울 한강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장은 오찬호 작가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30여 명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강의 주제는 ‘이상적 육아라는 이상한 육아’. 사회학 연구자인 오찬호 작가는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등의 책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휴머니스트)을 세상에 내놨다.

오 작가는 사회학의 시선이 중요한 이유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나쁜 사회는 좋은 말로 포장돼 있다”며, “좋은 사회란 ‘나쁜 사회’의 모습을 찾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룰 수 없는 성공사례만 가지고 아름답게 포장하지 말고 “구체적인 절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어느 부모 대상 강연에서 인종차별과 학력차별, 성차별 등 사회적 차별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했다가 “내 아이 내가 알아서 키우니까 그만 하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녀교육을 부모의 자유라 생각하고 (강연 내용이) 자유를 침해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하나의 물음을 덧붙였다.

“혐오, 차별, 불평등으로 자기들끼리만 행복하게 뭉친 가족이 과연 사회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가족인가?”

오 작가는 “행복한 가정, 행복한 아이만 찾아내서 ‘좋은 육아’라고 아름답게 포장하지만 사회학은 그것을 비판해야 한다”며, 1991년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소개했다. 제목은 “인격존중 눈높이서 대화를… 부모와 자녀의 바람직한 의사소통”.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런 제목의 기사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런 기사가 나온다는 건, 저게 부모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특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더 큰 배경을 언급하지 않는 결과론적 해석이죠.”

오찬호 작가는 저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통해, 오늘날 부모들의 삶의 문제를 사회학의 눈으로 깊이 들여다본 바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찬호 작가는 저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을 통해, 오늘날 부모들의 삶의 문제를 사회학의 눈으로 깊이 들여다본 바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라서 이겨냈다? 사회 현실과 육아서는 완전히 반대”

오 작가는 ‘아빠육아’ 담론도 비판했다. ‘아빠가 육아에 개입할수록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이론을, 우리 사회는 ‘엄마는 못하는 아빠만의 육아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살을 붙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어마어마한 결과론적 해석”이라며, “좋은 어른이 한 명 더 육아에 투입된 효과로 보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 작가는 “아빠육아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아빠만이 할 수 있는 육아가 따로 있다’는 식의 해석은 오히려 성차별을 강하게 만든다”며, “결과론적 해석에 매몰되다 보면 오히려 나쁜 사회가 된다”고 경고했다.

많은 부모들이 정보와 노하우를 접하는 육아서 역시 사회학의 눈으로 보면 비판할 지점이 많았다. 오 작가는 많은 육아서들이 단 두 마디로만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정상’과 ‘적기’.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하고, 아이를 정상의 범위 안에 넣으려면 ‘지금 당장’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모성’에 대한 강요가 있다. 오 작가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모든 사회구조적인 문제점은 ‘엄마’라는 담론을 통해 모두 희석돼버린다”고 비판했다.

“지금 사회적으로는 ‘여성이니까’ 뭔가 강요하는 것에 대한 반성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어요. 그런데 육아서의 담론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성공담만 찍어내는 육아서에는 ‘엄마라서 이겨낼 수 있었다’는 말이 너무 많이 나옵니다. 현실은 엄마라서 이겨낼 수 없는 지점이 너무 많아서 모두 힘들어하는데.”

오 작가는 “드라마 ‘SKY 캐슬’을 보고 ‘우리나라 엄마들은 이기적이고 욕심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비판하기 전에 무엇이 그러한 집착과 강박으로 이어졌는지 먼저 짚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역량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라는 구조가 ‘억울함’이라는 동력이 돼서 자녀교육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함은 ▲물질주의 ▲경쟁에 대한 집착 ▲각자도생 ▲성별 고정관념으로 이어져 단단한 방어막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의 가치관에 ▲협력 ▲민주주의 ▲시민정신 ▲성평등이 들어올 수 없도록 막는다.

그는 특히 “엄마가 불평등하게 자라면 그 억울함이 딸에게 투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력도 높고 경쟁도 열심히 해온 여성도 결혼해보면 똑같은 주부로 살아야 된다”며, “그 억울함이 딸에게 ‘너는 더 공부해야 한다, 너는 보통 대학 가면 안 된다, 남자보다 월등히 잘해야 한다’는 집착으로 전수된다”고 설명했다.

오찬호 작가는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찬호 작가는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불평등하게 자란 엄마의 억울함이 딸에게… 교육 집착으로”

오 작가는 “알파걸이 자라 슈퍼맘이 됐다”는 말로 이를 강조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자란 알파걸들이 어마어마한 불평등의 구조 속에서 살면서 엄마 역할도 전투적으로 해야 하는 슈퍼맘이 됐다는 뜻이다. 그는 “결심과 다짐이 많을수록 억울함은 비례하게 되고 이는 다시 ‘육아의 전투화’를 형성한다”고 덧붙였다.

“‘나쁜 엄마’가 되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엄마는 모성 가득한 사람이 되어 육아에 전투적으로 매진하게 되고 그럴수록 자녀를 ‘소유물’로 인식해 자기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유달리 집착하는 건 모성의 힘을 강요하는 사회의 끔찍한 결과일 뿐이다.”(「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86쪽)

오 작가는 이런 사회에 대한 반성으로 ‘대안’을 택한 사람들 역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교육이나 대안육아를 선택한 이들이, 보통 부모들에게 ‘부족한 부모’라는 시선을 던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대안을 선택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낼 수 없는 용기를 낸 것”이라며, “본인의 실천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부모를 의지 없는 부모, 나태한 부모로 여기는 사회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고 꼬집었다. “특별한 용기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도록 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오 작가는 ‘과잉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를 하며 만나게 되는 긍정적인 순간들을 과잉해석하면 사회적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변할 수 있고 결과론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엄마의 뭉클함’을 과잉해석 하면 ‘엄마라면 모성의 힘으로’가 되고, ▲‘아빠의 의기충천’은 ‘아빠만의 무엇이 있다’로, ▲‘아이의 순수함’은 ‘아이의 모든 것은 부모가 결정한다’로 왜곡된다는 말이다.

오 작가는 “좋은 사회란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길들여짐’에 대한 의심”이라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2019 영유아 부모 특별강좌’는 오는 30일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영유아 사교육 12가지 오해와 진실)의 마지막 강의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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