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수록 손해’… 어린이집 보육료 답 없나
‘문 열수록 손해’… 어린이집 보육료 답 없나
  • 권현경·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9.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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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예산 최저보육③] 보육료 인상에 대한 우려와 기대

【베이비뉴스 권현경·김재희 기자】

2013년부터 시작된 전면 무상보육. 하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낮은 보육료와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구조 때문에 운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보육예산의 적절성과 구조적 문제를 따져보고, 보육예산의 현실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 기자 말

표준보육비용이 현장에 도입되기만 하면 보육료에 대한 우려는 사라질 수 있을까.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표준보육비용이 현장에 도입되기만 하면 보육료에 대한 우려는 사라질 수 있을까.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최저임금과 물가는 매년 상승하고 있지만, 보육료는 제자리 걸음이다. 만 0~2세 보육료는 2013년과 2014년, 2017년에 동결됐고, 만 3~5세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 중이다.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운영난 가중으로 폐원이 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에서 아이 1명을 1개월간 돌보는데 필요한 비용’을 알아보고자, 표준보육비용 계측을 진행했다. 다만, 표준보육비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보육료 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린이집 원장 단체를 중심으로 ‘표준보육비용을 보육료 산정에 반영하라’는 요구가 있어왔다. 현재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 4건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런 가운데, 표준보육비용은 보육료 현실화를 위한 ‘마스터키’가 될 수 있을까. 표준보육비용이 현장에 도입되기만 하면 보육료는 적정 수준이 될까. 

지난해 표준보육비용을 계측한 육아정책연구소는 보건복지부의 수탁을 받아 지난 2월에 발간한 보고서 ‘표준보육비용 산정에 관한 연구’에서 표준보육비용을 향한 우려를 드러냈다. “표준보육비용은 현재의 설치기준과 지원체계를 가정하고 비용 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표준보육비용이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표준 비용’을 도출한다기보다는, 현재 현장에 정부 지원 단가를 고려해 그 수준을 조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표준보육비용이 어린이집 경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보육료가 표준비용계측 결과를 반영한 비용까지 오른다 해도,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보육료가 장기간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 수준까지 보육료가 오르려면,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보육료 인상이 필요하다. 

또한 보고서는 지방정부 특수보육시책 사업 내용을 분석해 표준보육비용 산정 포함 항목을 도출했다. ‘표준보육비용과 보육료지원 단가에 반영돼 있으나 현실적으로 가장 개선이 필요한 항목’으로 보육교직원 인건비를 꼽았다.

보육교직원 인건비는 보육료 지출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비용 지원 사업은 모든 시·도가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모든 시도, 대다수의 시군구가 이에 대한 추가지원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육교직원 처우 개선의 시급함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낮은 인건비 수준은 인력배치기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일부 지자체에서든 기타인력 지원 사업을 별도로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현 보육비용 산정에 기타인력 필요 인원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거나, 일부 반영되었더라도 인건비가 최저 수준으로 반영되어 현장에서 필요한 기타 인력들을 충분히 채용, 활용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냉난방비 지원 여부와 급간식비 수준 인상 등을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용지원체계가 어린이집 운영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구성항목에 따라 설계되었을 때, 현재 수준 이상의 표준보육비용 산정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해결책을 내놨다.

◇ “표준보육비용 측정 때부터 신뢰도와 공정성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표준보육비용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전문가들은 표준보육비용 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보육현장 바깥에서는 ‘표준보육비용은 합리적인 수단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명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지난해 8월 ‘합리적 보육비용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공보육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빈곤계층의 지출 상황을 조사해서 빈곤선을 선정하듯 표준보육비용도 어린이들이 받는 보육서비스 값이 낮은 선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표준보육비용 산정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원가계산 전문기관이 아닌 비전문기관에서 산정 ▲총괄원가 방식 미사용 ▲시설 유형별 재무상태 특성 미반영 ▲이용시간과 산출모형의 과도한 세분화 등으로 정리했다.

운영시간에 따른 세분화에 대해서는 “영유아를 4시간, 6시간 보육한다고 하더라도 교사가 일찍 퇴근한다거나 보육비용의 절감 효과가 생산 공장처럼 확연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같은 지적은 올해도 이어졌다. 7월 5일에 있었던 ‘보육의 균형성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김익균 협성대학교 아동보육학과 교수는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영아보육료는 25.5% 인상된 반면,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99.73% 높아졌다”며 “표준보육비용 산정 시 현장중심으로 접근하고, 설립 주체에 따른 합리적인 기준으로 재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22일 열린 ‘보육여건의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용환 혜전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도 “적정보육비용을 통한 양질 보육 여건 조성에 대한 책임의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 또한 김명근 교수와 마찬가지로 “공공요금 산정기준에 명시된 총괄 원가방식을 도입해 전문가격 조사기관에 의뢰해 신뢰도와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표준보육비용 산정시의 전문조사기관, 조사의 절차, 방법, 시행시점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보육교사 “보육료 인상, 원장들 주머니만”… 학부모 “교사 인건비 별도 지원”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와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와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표준보육료 인상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보육료를 인상하자’는 주장은 어린이집 운영자인 원장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장을 제외한 보육교사와 학부모는 표준보육비용과 보육료를 둘러싼 어린이집 운영 현실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보육교직원들은 ‘적정 보육료’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육료가 인상되더라도 교직원 인건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대표지부장은 “정부가 보육교사 인건비를 올리더라도 결국 최저임금으로 일률화해 지급되는 게 보육현장”이라며 교사 인건비를 보육료 지원 항목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순미 공공연대노조 보육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도 “보육료가 인상된다고 해서 호봉을 반영하지 않는 보육교사 인건비가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보육료가 인상되면 결국 원장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보육료 인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입장도 있었다. 김호연 어린이집비리고발센터장은 보육료 인상에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위탁 등을 통해 민간 사업자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보육료에 대한 방향성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가정어린이집에서 원장이 담임을 겸직해 담임수당을 받고 초과보육을 허용하는 등, 정부가 보육료 예산을 줄이기 위해 불법을 합법인 것처럼 허용해주는 게 문제”라며 “불법을 저지르고 관행으로 주장하는 보육료 현실화는 이제는 명분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등 현실을 반영한 표준보육비용 산정 결과를 제대로 반영해 어린이집 운영자도 억울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육자 당사자 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도 “표준보육비용 수준으로 보육료를 올리자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활동가 장하나 씨는 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필수요소인 교사 대 아동비율 제고, 보육교사 근속연수 재고를 위해서도 보육료 인상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보육료와 표준보육비용의 보육교직원 인건비 수준에 대해서 지적했다. “젊은 교사들은 1~3년 쓰다 버리는 환경에서 유보육의 질 제고는 불가능하다”며, 표준보육료와 별도로 예산을 책정해 지원하는 보육교사 호봉제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보육료의 합리적인 지출을 위해 ‘보육료 내 항목 분리’라는 단서를 달았다. 장 씨는 “보육료 인상에는 급간식비 기준 인상, 교사 대 아동비율 인하, 교사 호봉제 도입 등 구체적인 단서가 달려야 한다”며, “현재처럼 보육료에 식비, 교재·교구비, 인건비, 기타운영비가 뭉뚱그려 있는 상태에서 단지 보육료 인상만 주장하면 양육자는 물론 시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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