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어른들이 미세먼지를 물려줘서, 미안하다!
얘들아! 어른들이 미세먼지를 물려줘서, 미안하다!
  • 칼럼니스트 고완석
  • 승인 2020.02.2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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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아동권리 히어로] 아이들의 '숨 쉴 권리' 회복을 위한 세 가지 제언

“아빠! 오늘 미세먼지 어때요? ‘최악’이에요? 그럼 마스크 써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하면 후다닥 도망가 커튼 뒤로 숨던 네 살 둘째 아이가 이제는 외출 전에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먼저 묻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웬만하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지 않는 편이지만 불가피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땐 마스크를 꼭 쓰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서라도 항상 마스크를 씌운다. 그 전까지는 답답하다며 벗어던지기 일쑤던 녀석이 이제는 마스크에 적응이 좀 된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일 수도 있겠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이 참 반갑지만 따뜻한 봄과 함께 미세먼지가 다시 몰려온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미세먼지는 ‘아동권리’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마스크만 씌우면 답답하다고 벗어버리던 네 살 둘째아들이 이젠 먼저 마스크 써야 하냐고 묻는다. 녀석도 이젠 아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나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고완석
마스크만 씌우면 답답하다고 벗어버리던 네 살 둘째아들이 이젠 먼저 마스크 써야 하냐고 묻는다. 녀석도 이젠 아는 것이다. 마스크를 벗으면 나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고완석

◇ 한 어린이의 울림… "저는 후손들에게 미세먼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먼저, 미세먼지는 아동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 미세먼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숨 쉴 권리를 침해한다. 인간에게 제대로 숨 쉬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생존권의 침해를 경험하며, 이러한 고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미세먼지는 아동들의 ‘발달권’도 침해한다. 아이들은 학습하며 여러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특히, ‘놀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아이들이 꼭 누려야 할 ‘권리’. 그러나 미세먼지 때문에 집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굿네이버스에서는 지난해 ‘아동 숨 권리 프로젝트: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해 주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 472명의 아동에게 ‘미세먼지 인식 및 대응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한 아동 '숨' 권리 프로젝트 홍보물.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한 아동 '숨' 권리 프로젝트 홍보물. ⓒ굿네이버스

첫째, 아이들도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언제 어디에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어른들은 스마트폰이나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세먼지 농도 등을 확인하지만 아이들은 스마트폰 활용이 자유롭지 않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아이들도 미세먼지 수치를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학교나 유치원 등에 미세먼지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아이들이 미세먼지의 심각성과 대응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앞서 설문에 참여한 아동에게 ‘최근 1년 이내에 미세먼지의 대응방법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냐’라고 물었는데, 응답자의 40%는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15.5%는 ‘교육을 받았지만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세먼지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지 아이의 시각에 맞춘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자주 교육해줘야 한다.

셋째, 마스크 등 미세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물품을 학교 등 공공장소에 비치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보호자에게 마스크를 전달받아 착용한다. 그러나 보호자가 마스크를 챙기지 않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아이들이 필요할 때 마스크 등 미세먼지 대응 물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등 공공장소에 비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아동의 글이 큰 울림을 주어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세먼지를 물려받았지만, 우리만큼은 후손들에게 미세먼지를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그렇다.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맑은 공기를 물려받았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를 물려주고야 말았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이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후손들에게 미세먼지가 아닌 맑은 공기를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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