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한 교육권리? 질병·장애아에겐 먼 나라 이야기”
“동등한 교육권리? 질병·장애아에겐 먼 나라 이야기”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12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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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⑦]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최근 대전시의 한 유치원에 입소한 아이가 1형당뇨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원으로부터 강제 퇴소를 요구받는 일이 세상에 알려졌다. 유치원에서는 부모에게 ‘보육이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며, 다른 유치원을 알아볼 것을 권유한 걸로 전해졌다.

소아당뇨로도 불리는 1형당뇨는 면역기능의 이상으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 혈당을 확인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1형당뇨 아이들의 부모가 모여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김미영 대표는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질환으로 고민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2017년 단체를 꾸렸다. 환우회를 이끌고 있는 김미영 대표의 자녀도 1형당뇨를 앓고 있다.

자녀의 질환으로 환우회 활동을 시작한 김 대표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일 김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아동 교육권 당연한 권리지만, 한 번도 당당하게 찾아본 적 없어”

김미영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자들이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기본 처방 등은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 진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김미영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자들이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기본 처방 등은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 진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먼저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을까요?

“제가 관심 있는 의료분야에 대해서는 환자들을 위한 법안이 거의 통과되지 않았어요. ‘환자안전법’이나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특히 20대 국회는 정치적인 싸움으로 민생법안은 뒷전이고 이슈가 되는 법안들만 겨우 처리하는 수준이었어요.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30% 초반이라고 하는데, 17대 국회 이후 가장 낮은 법안 처리율이라고 해요. 이는 20대 국회가 얼마나 일을 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Q. 20대 국회가 소아당뇨 아이를 위한 정책 추진에 얼마나 힘써왔다고 보시나요?

“국회보다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1형당뇨 아이를 위한 정책이 추진됐어요. 국무조정실에서는 적극적으로 환우회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제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사실 법안이 만들어지면 저희도 보다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데, 현실적으로 법안이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고 예산도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한 사례로 1형당뇨 아이들이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입소 거부를 당하거나 다니다가 퇴소 요구를 받는 일이 최근까지 있었지만, 이런 부분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계속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또 100명 이상의 어린이집에 상주해야 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경우도 어린이집 원장이 간호조무사를 겸임하면서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기에 1형당뇨뿐 아니라, 건강이 취약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를 막을 법적 근거도 없고 인건비 문제로 복지부에서도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이런 부분은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이므로 국회가 법안을 만들고 예산까지 확보된다면, 건강이 취약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차별을 겪지 않을 겁니다.”

Q. 최근 대전의 한 유치원에 입소한 아이가 1형당뇨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강제 퇴소를 요구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환우회에 자주 공유되는 일입니다. 직접적으로 퇴소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다른 곳을 알아봤으면 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돼온 일임에도 최근에 이런 이슈가 언론에 공유되는 건 저희가 공식으로 보도자료를 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이 노출될까 두려워 외부에 알리기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희를 통해 부모님들도 인식이 바뀌어서 내 아이가 겪은 일을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주고 계셔서 최근에 더 많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어요.”

Q.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 환경 구조에서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개선이 안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무엇으로 보시나요?

“우선 법이나 제도가 뒷받침돼 있지 않고, 교육자들이 질병과 장애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1형당뇨의 경우 최근에 의료기기와 IT 기술의 발달로 혈당관리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막연히 '저혈당이 오는 위험한 아이'라는 인식 때문에 입소 자체를 거부하거나, 다니고 있던 아이에게도 퇴소를 요구한다고 해요.

사실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권리임에도 사정해야 하고, 한 번도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찾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환우회의 노력으로 올해부터 소아당뇨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등 당뇨병 관리기기 구입에 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가 적용됐는데요, 앞으로 더 개선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우회는 1형당뇨인에 대한 인식, 의료 정책, 혈당 관리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히 혈당 관리 환경 개선은 1형당뇨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뿐더러 중증으로 인식됐던 1형당뇨 환자 역시 관리만 잘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당뇨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상처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1형당뇨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또 당뇨병 관리 기기가 건강보험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본인 부담금은 45%로 다른 급여 품목보다 본인부담률이 높은 편입니다. 혈당관리에 필요한 약제나 의료기기, 소모품의 본인 부담금을 낮추고 급여 비율을 높여서 비용 때문에 건강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없게 하는 것도 환우회가 추진해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1형당뇨의 경우 혈당 관련 의료 데이터를 사용자에서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이런 의료 데이터들은 의료진들에게 전달되기 힘들기 때문에 의료 데이터 통합이나 스마트 진료 등에도 관심을 가지고 환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만성질환(기저질환)자들이 꼭 병원에 가지 않아도 기본 처방 등은 받을 수 있도록 의료 데이터 통합과 스마트 진료는 꼭 추진돼야 합니다.”

◇ “코로나19 상황… 만성질환자 스마트 진료 꼭 추진돼야”

김미영 대표는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김미영 대표는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약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정부는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치원 모집 요강에서 건강질환 유아들은 처음으로 모집 우선순위 대상자에 포함된 걸로 아는데, 현실은 각박하다 들었습니다.

“교육부는 유치원에서 4순위로 건강질환을 가진 아동을 선발하는 곳이 있다고 국무조정실에 보고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아는 1형당뇨 아이의 부모는 없었습니다. 환우회는 국무조정실의 도움을 받아 교육부 담당자를 확인해 전화와 공문으로 해당 정책을 문의했지만, 담당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는 말만 회신할 뿐 저희에게 정식으로 그 내용을 공유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선 네 번, 민원 세 번, 마지막에는 교육부 장관에게 민원까지 넣은 뒤에야 교육부로부터 유치원 우선입학에 대한 내용을 공문 형태로 전달받을 수 있었어요. 해당 공문을 확인하니, 전국 유치원의 0.3%인 30여 곳만 우선입학을 실시한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이후에 관련 정책에 변동사항이 있으면 환우회로 전달을 부탁했으나, 따로 전달해주지 않았어요.

최근 다른 경로로 건강질환아동을 우선입학으로 뽑은 유치원이 2018년 0.3%에서 2019년 34%로 늘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어요. 지난해보다는 우선입학을 하는 곳이 늘어났다는 것은 감사했지만, 그것을 알아야 하는 학부모나 단체에 그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요.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행정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점점 나아지리라 기대합니다.”

Q. 1형당뇨뿐만 아니라 질병으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아이를 위해 정부가 앞으로 고민하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 대상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법을 만들어야 해요. 사회 인식이 바뀌는 건 느리지만 법으로 강제한다면 관련된 사람들은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또 그 법을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대상자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1형당뇨인에게는 의료기기 급여 확대가 그 예일 수도 있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로나 엘리베이터를 만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질병이 있어도 장애가 있어도 비슷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세 번째는 질병과 장애 등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질병과 장애를 가진 사람을 비정상인으로 취급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막연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게 해요. 질병이나 장애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줘 편견을 깨고 배려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환자입니다. 또 언제 어떤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특별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닌, 나와 내 가족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적 약자 또한 힘들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처한 환경이 힘들다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상황은 개선될 수 없습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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