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N번방’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치밀한 범죄 방법도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피해자 중 아동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래서 아동 성착취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게 성을 착취당한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우선 N번방 사건을 유심히 살펴보자. 성착취 피해 아동들은 아르바이트 등의 미끼에 걸려들었고, 이후 개인정보를 유출하겠다는 협박을 당하며 그 피해가 커졌다. 그런데도 현실은 어떤가. “관심 받으려고 한 것 아니냐”, “돈 벌려고 그런 것 아니냐”같이 피해 아동이 먼저 빌미를 제공했다며, 피해 아동에게 범죄의 책임을 전가하는 2차 가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아청법’이라 불리는 현행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마저 모든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발성’을 기준으로 '대상 아동·청소년'과 '피해 아동·청소년'을 구분하고, 오히려 '대상 아동·청소년'에게는 법적 처분마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성착취 피해 아동이 범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다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들에게 ‘피해 아동’이라는 지위를 먼저 부여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아청법 개정이 필수다.
이에, 굿네이버스를 포함한 378개 단체가 연대하는 ‘아청법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아청법상 ‘대상 아동·청소년’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교체하고, 보호처분 대신 전문적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청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 법무부는 ‘성범죄에 형사사법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성범죄에 대한 형사사법적 정책의 대전환 의지를 보여주었다.
법무부의 발표를 환영한다. 이제 공은 국회에 넘어갔다. 임기가 한 달가량 남은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성 착취 피해 아동들이 더는 2차 피해를 받지 않고, 제대로 된 보호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모든 아동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성 착취 피해 아동은 더더욱 그렇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여덟 살 딸, 네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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