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구해 아이 재활치료…” 권역별 재활병원 언제쯤?
“원룸 구해 아이 재활치료…” 권역별 재활병원 언제쯤?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4.2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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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공약 퍼즐 맞추기 61] 문재인 정부 3년 결산 -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보육공약 이행을 감시하는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을 맞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요 공약 진행사항을 살펴봅니다. 이번에 ‘소환’할 공약은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 입니다. - 기자 말

국내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병원에서 아이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국내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병원에서 아이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모습.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지난 6년 동안 전북대병원-서울대병원-대전 재활병원-경기 광주 재활병원-푸르메 병원-양평 교통재활병원을 거쳐 다시 푸르메병원에 왔어요. 일 년에 석 달씩 이번에 네 번째 입원했습니다.”

전라북도 군산에서 서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푸르메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열 살 채원이 엄마 강지은 씨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22일 만난 강 씨는 “채원이가 네 살 때 걷거나 뛰다가 자꾸 넘어지고 계단을 오르지 못해 병원에 갔다가 선천성 근육병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전국 병원을 찾아다니다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채원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일 년에 일곱 달은 병원 생활, 나머지 다섯 달 정도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강 씨는 “아이의 병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집 근처에서 치료를 받을 곳이 없어 서울로, 대전으로, 광주로 쫓아다니다 보니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아홉 살 세영이 엄마 황은미 씨는 경상북도 영덕에서 세영이를 데리고 서울에 와서 입원 치료를 받고, 지금은 원룸을 구해놓고 통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황 씨는 지난 2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세영이가 18개월 때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와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영이 역시 여러 병원을 계속해서 옮겨 다니면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푸르메병원에서 입원 치료받은 후, 넉 달 동안은 고정적으로 낮 병동 집중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약 취소가 있을 때만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하루 여섯 시간 치료를 받습니다.

“세영이가 (재활치료로) 많이 좋아졌어요. 말도 잘 못 했는데 말문도 트이고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그만둘 수가 없죠. 오래 입원할 수가 없어서 옮겨 다니면서 입원하고, 지금은 푸르메병원에 예약 취소가 있으면 그 시간에 치료를 받아요. 보통 (취소가 있으면) 전날 연락이 오고요, 당일 아침에 연락 올 때도 있어요.”

황 씨와 세영이는 언제 치료가 가능할지 모르니 늘 대기하고 있습니다. “재활이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안 된다고 했던 아이인데 걸을 수 있게 돼서 모두 놀라요. 치료를 꾸준히 해야지 안 하면 퇴행이 와요. 지역에도 어린이재활병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소아재활을 전문으로 하는 어린이재활병원은 2016년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푸르메 병원) 한 곳뿐입니다. 하루 250여 명이 진료를 받고 있고, 대기 외래 환자가 1000여 명이 넘습니다. 황 씨와 강 씨의 바람은 같습니다. 더 이상 병원을 떠돌아다니지 않을 수 있도록 대통령 공약이 실현되는 것.

◇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을 약속했다. 2020년 4월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시 한 곳에 건립 중이고, 공공어린이재활센터는 전주시와 춘천시 두 곳에 건립이 결정된 상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을 약속했다. 2020년 4월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대전시 한 곳에 건립 중이고, 공공어린이재활센터는 전주시와 춘천시 두 곳에 건립이 결정된 상태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확충’은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42번 공약입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9개 권역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습니다. 이후 2018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사업 지자체 공모를 통해 대전시(충남권) 한 곳이 선정돼 건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센터 건립 지자체 공모에서 전주시(전북권)와 춘천시(강원권) 두 곳이 선정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2개소, 공공어린이재활‘센터’ 4개소를 더 건립해 의료기관 총 9개소를 확충한다는 계획입니다. ‘센터’는 ‘병원’과 달리 입원병상 없이 외래병상(낮 병동)만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된 대전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위한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김동석 이사장은 지난 21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대전은 우여곡절 끝에 건립되고 있으나 아직 내년 운영비를 국비로 지원할지, 지자체에서 지원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21대 국회에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역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센터 건립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1대 총선에서도 경남 진주, 세종, 전북 전주, 충북 청주 등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어린이재활병원 공약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전북부모회 ‘한걸음’의 도손이 아빠, 윤희만 씨는 지난 2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의료서비스에서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로 수요와 무관하게 최소한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충북어린이공공재활병원 설립추진위원회 권용화 위원장은 “아홉 살 도경이의 경우, 돌 지나서 이상을 발견했으나 인근에 치료할 병원도 없었고, 서울에 있는 병원은 대기가 1~2년이라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다른 아이들은 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 의무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경기 성남시는 주민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성남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운동본부는 주민이 발의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 청구서를 성남시에 지난해 8월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성남시의회는 해당 조례에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 어린이재활병원 운영의 어려움… "낮은 의료수가와 인력난"

지난해 8월 12일 열린 ‘전북공공어린이재활센터 유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윤희만
지난해 8월 12일 열린 ‘전북공공어린이재활센터 유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윤희만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대한 큰 요구에도 불구하고 건립이 어려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국내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병원 홍지연 부원장를 22일 진료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홍 부원장은 어린이재활병원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 소아재활의 낮은 의료수가와 인력난을 꼽았습니다. “소아학회의 한 연구 조사에서 보호자들은 소아재활 3년 이상 경력이 있는 치료사를 요구하지만 치료사를 병원에 오래 일하게 하려면 급여를 충분하게 줘야 하는데 병원 수가체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운영과 관련해, 진료시간 쏠림 현상도 짚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해서 오후 1시~3시 시간대를 제일 선호하는데 입원 환자, 낮 병동 환자도 있어 외래 환자에 그 시간을 배려할 수 없다. 그 시간만 고집하면 2~3년 대기해도 치료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당사자 단체들은 ‘정부의 의지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김동석 이사장은 “최소한의 운영비 지원과 의료수가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정부의 분명한 의지 표명이 있어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공약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희만 씨도 “생색내기로 진행하다 보니 전북, 충북과 같이 의료가 열악한 지역이 더 열악한 상황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권용화 위원장은 “지자체는 예산 부족, 병원은 낮은 의료수가로 적자 발생이 예상돼 기피한다”면서 “정부는 지자체와 병원의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 문제를 파악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문제를 파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성남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주민조례 청구인 대표 중 한 사람인 김미희 전 국회의원은 지난 22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건립과 운영에 얼마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권병기 과장은 24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공약이 후퇴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9개 의료기관 건립을 약속했지, 병원급으로 9개 건립”을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권 과장은 “지자체와 병원이 함께 병원·센터 건립 공모에 신청해야 하는데 병원 운영 적자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소아재활치료 건강보험 수가를 올려 병원 수익을 보장하되 환자 부담이 너무 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0년 4월 27일 현재 문재인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베이비뉴스
2020년 4월 27일 현재 문재인 공약퍼즐과 공약신호등. 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때마다 공약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공약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진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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