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지하실에 사는 아이에게도 ‘권리’의 빛이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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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6.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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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차용기 소장·이선영 옹호사업팀장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시장은 아동의 적정한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아동 적정주거기준을 설정·공개할 수 있다.”(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 제12조①)

차용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소장은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의 핵심 내용으로 ‘아동 적정주거기준의 설정’을 꼽았다. “아이들만큼은, 기본적인 기준을 충족하면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차 소장은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위원장 봉양순)는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아동을 주거정책의 대상으로 삼아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추진되는 조례. 조례안은 오는 3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동주거빈곤 지원조례는 왜 필요할까. 조례를 통해 아동의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는 조례안의 준비 과정을 함께해왔다. 지난 18일 서울 신수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차용기 소장과 이선영 옹호사업팀장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차용기 소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차용기 소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아동 주거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진단하고 있나.

차용기(아래 차) : “열 명 중 한 명의 아동이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전체 아동인구의 9.7%, 약 94만 명이다. 그중 서울이 가장 많다. 약 4분의 1인 23만 명이 서울에 있다. 서울의 아동인구 160만 명 대비 주거빈곤 아동 비율은 약 14%로, 이 역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특별시’라는 이름에 비춰볼 때 이해하기 힘든 통계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도 1년에 30억 원 정도 적지 않은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사례가 너무 많아서 예산이 금세 소진된다. 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야 아동 주거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Q.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인가.

차 : “처음이다. 다행스럽게도 서울에는 25개 구마다 주거복지센터가 있다. 다른 도시에는 없는 인프라다. 지난해 6월 25개 센터에서 10가구씩,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중심으로 250가구를 조사했다.”

이선영(아래 이) : “이 조사를 정기화 하는 것이 조례안에 들어 있다. 그동안 아동 주거빈곤 대책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요구해도, ‘실태조사가 없다, 확인된 바 없다’ 이런 반응에 많이 막혀왔다. 그나마 서울시가 문제를 인식하고 긴급하게 조사한 거다. 이후 우리가 조례안에 정기적 실태조사 내용을 포함시켰다.”

◇ ‘이 화려한 서울에서 나만 기생충인가’… 혐오 앞의 아이들

상가 건물 지하 공간에 사는 주거빈곤 아동의 사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상가 건물 지하 공간에 사는 주거빈곤 아동의 사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Q. 실제로 현장에서 아동 주거빈곤 당사자들을 만나보신 경험을 좀 들려달라.

차 : “상가 건물 지하에 머무는 아이들이 있었다. 기계실 옆, 보통은 주차장이나 창고 정도로 활용하는 공간에 모자 가정이 머물고 있었다. 외부와 공간 구분이 없는 개방된 곳이었다. 살림살이가 한쪽에 놓여 있었고, 아이는 바닥에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여기가 내 방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어느 반지하 가정에는 의류건조기가 있었다. 빈곤가정에서 의류건조기까지 쓰나, 다들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집에 곰팡이가 많으니까 옷에서 항상 냄새가 나고 아이는 아토피에 시달렸다. 옷이라도 말려서 입으려고 의류건조기를 렌탈해 쓰고 있었다. 아토피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거다.”

Q. 아동 주거빈곤 문제가 당사자인 아동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 : “상대적인 박탈감이 훨씬 커진다. ‘이 화려한 서울에서 나만 기생충인가’라는 생각. 과거에 비해 사회적 낙인감이 더 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주거상향 아동 150여 명을 조사했다. 주거상향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끼니를 챙겨먹는 횟수도 늘어나고, 가족 간의 갈등도 줄어들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있을 때는 그것조차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주거빈곤 문제가 아동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 너무나 당연한 기본적인 삶의 수준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집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다.”

차 : “서울은 영구임대아파트처럼 주거빈곤 가구를 밀집시켜놓은 형태가 적지 않다. ‘몇 단지 아이들하고는 놀지 말라’는 얘기들을 한다. 보이지 않는 경계가 아이들 사이에도 차별을 낳는다. 서울은 그런 도시다. 집으로 인해서 성인들이 겪는 불평등을 아동까지 앞당겨 겪고 있다. 그게 더 큰 상처는 아닐까.”

이 : “주거상향 기회를 드렸을 때 ‘거기 LH라고 쓰여 있냐’고 묻는 부모님들이 종종 계신다. 쓰여 있으면 가고 싶지 않다고. 성인들이 만든 낙인이 엄청 크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내 계급이 된다. 아이들도 똑같은 환경에 놓여 있다. 아이들 사이에 혐오가 커지고 불평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제일 우려스럽다.”

반지하에 사는 주거빈곤 아동의 사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반지하에 사는 주거빈곤 아동의 사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Q. ‘서울특별시 아동 주거빈곤 해소를 위한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다. 조례의 의의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대표적인 조항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차 : “‘제12조 아동 적정주거기준의 설정’을 꼽고 싶다. 아이들만큼은, 기본적인 기준을 충족하면서 인간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수혜적 관점이 아니라 권리로서 정책이 수립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다. 아동이라면 이 도시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메시지를 주기를 바란다.”

이 : “제3조 책무 ‘서울특별시장은 아동 주거빈곤을 해소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를 꼽고 싶다. 아동의 주거에 있어서 시장의 책임을 명문화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들도 ‘내가 베풂을 받은 거야’라는 낙인 없이 당당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빌거’ ‘휴거’라는 차별… 가해아동도 건강한 성장 못해”

Q. 아동 주거빈곤 문제 해결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얻을 이익은 무엇인가.

차 : “빈곤 아동의 사회적 도움닫기를 국가가 확실하게 보듬어준다면, 구성원들은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빈곤이 대물림 되는 시대다. ‘아동기를 어떻게 겪어내는가’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에 큰 영향을 준다. 아동기 빈곤이 일탈이나 범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 않나.

‘그건 네 문제야’라고 맡겨버리지 말고 제대로 보듬어준다면 결국 국가가 더 건강해지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주거는 모든 권리의 시작이다. 아동기 주거부터 제대로 챙기고, 아이들이 휴식과 사랑 안에서 커나가도록 국가가 나서서 챙겨준다면 사회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 : “우리 국민들은 모두 긴급재난지원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거빈곤 아동들은 재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코로나 재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지원금을 통해 함께 이 재난을 극복하자는 메시지가 공유됐던 것처럼. 재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모두 우리와 같이 살아갈 아이들이다. ‘빌거’, ‘휴거’라는 말에 들어 있는 차별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문제가 된다. 가해 아동도 건강한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 아니다. 모두 모른 척하고 미뤄놓는 거지,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그런 문제를 알면서도 덮어놓는 사회가 과연 괜찮을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이선영 옹호사업팀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아동옹호센터 이선영 옹호사업팀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조례안이 통과 이후에는 어디에 목표를 두고 활동하실 계획인가.

차 : “괜찮은 정책이 있어도 현장까지 와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몰라서, 필요한 시기에 주거상향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정말 많다. 정책의 전달체계, 정보접근 문제를 개선하려고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재난 시기에 위기가정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 “최근 이슈가 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통해, 돌봄을 가족한테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는 걸 다 같이 확인하고 있다. 사회가 함께 돌보겠다는 접근 중 하나로 주거 서비스도 있는 거다. 앞으로도 위기아동들에게 자원을 잘 연결하고 그걸 또 시에서 사업으로 받아들이는, 자원연계와 제도화의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Q. 아동 주거빈곤 문제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끝으로 당부의 한 말씀 해달라.

차 : “‘저 집 좀 도와줘야 하지 않나’, ‘저 아이 좀 챙겨주세요’ 라는 관심에서 시작하면 좋겠다. 옆집 아이의 형편을 살피는 작은 관심. 아동이라면 누구나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주거권을 통해, 적어도 아동만큼은 주거빈곤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고 싶다. ‘아동 주거빈곤’에서 ‘빈곤’이라는 말은 지우고 싶다.”

이 : “주거 이슈에 있어서는 모두가 피해자다. 집 문제는 모두에게 힘들다. 청년은 청년대로, 신혼부부는 신혼부부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전 세대가 집 때문에 다 힘들다. 집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소수다. 꼭 아동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집이 괴로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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