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의 경제교육에 '사장님'이 필요합니다
발달장애아의 경제교육에 '사장님'이 필요합니다
  • 칼럼니스트 박현주
  • 승인 2020.07.2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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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꿈을 꾸는 아이] 발달장애 아이의 삶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법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 동네에선 장애인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왜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들이 안 보이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시설 등에서 우리와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조금 늦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해봅니다. 나는 내가 가르친 아이들과 함께 나이 드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내가 어떤 것부터 하면 될까요? 이 고민의 작은 부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발달장애아이 무조건 도와달라고 한 교육이 아니었는데…

발달장애아에게 덤을 주거나, 물건값을 안 받는 일. 선의는 알지만 발달장애아에게 배려가 아닙니다. ⓒ베이비뉴스
발달장애아에게 덤을 주거나, 물건값을 안 받는 일. 선의는 알지만 발달장애아에게 배려가 아닙니다. ⓒ베이비뉴스

예전에 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여기서 진행했던 마지막 교육 프로젝트는 지금도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YWCA 경제교육 프로그램 공모전에 당선되어 실시했던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발달장애아의 경제교육’ 이었습니다.

‘경제교육’, 어려운 말입니다. 특히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참 어려운 단어입니다. 물건 사기, 화폐 개념 익히기 같은 추상적인 활동을 잘 할 수 있게 지도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전에 응모할 때 ‘발달장애 유아의 경제교육’이라고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경제교육은 아이들만 잘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만큼, 지역사회의 일원을 가르치면 그 교육의 효과는 배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화폐의 개념이나, 물건을 사는 추상적인 개념을 지도하긴 어렵지만, 지역의 상가를 운영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장님들에게 발달장애를 설명하고,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발달장애 아이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유아의 경제교육에 함께할 사장님들을 모집하고, 사장님 교육부터 시작했습니다. 발달장애인에겐 어떤 특징이 있고, 그들의 인권은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교육할 때만 해도, 그 사장님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우리 가게에 언제든지 와요. 내가 도와줄게요.”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발달장애인을 설명한 게 아님에도 말입니다.

그날 인근 상가 사장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대단하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가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 그 권리를 발달장애인도 당연히 누릴 수 있음을 알려주는 내용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발달장애인의 소비 선택권을 존중해주세요.

2. 발달장애인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선택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주세요.

3. 발달장애인에게 거스름돈을 정직하게 거슬러 주세요. 

일반인에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들에 대한, 무척 단순한 내용이었습니다.

◇ 발달장애인의 '쇼핑 할 권리', 배려라는 이름으로 침해하지 마세요

우선, 첫 번째. 발달장애인도 물건을 고를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 상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어눌한 목소리로 말을 할 때부터 그들은 사장님의 편견과 마주합니다.

교육 전 진행한 사전 설문에서 발달장애인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 ‘빨리 갔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답변을 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발달장애아가 지역사회에서 벽을 마주했다면, 그 벽은 사람들의 편견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무지함’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사장님들에게, 발달장애인을 ‘인간으로서, 인권을 가진’ 존재임을 설명함과 동시에 교사와 부모들이 하듯 ‘기다려주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편견 때문에,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도와주려’고, 적당한 물건을 손에 쥐여주고, ‘착한 마음’으로 일부러 돈을 받지 않는 ‘배려’를 베푸는 것. 이 배려가 아이들을, 그리고 장애인을 ‘망치는 일’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또, 발달장애인이 소비할 때,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림이나 사진 자료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 없는, 부적절한 물건을 고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글을 못 읽는 아이는 사진이나 그림 자료가 없으면 이 음식이 무슨 맛이 나는지 모를 수 있고, 이 물건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사장님들에게 여느 고객에게 하듯, 물건을 선뜻 고르지 못하는 아이에게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어보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벌써 10년이 훌쩍 지난, 선생님 시절의 일이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 AAC(보완대체의사소통,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편집자 주)마을 등의 그림·사진 자료를 첨부한 안내판을 제공하거나, 의사소통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방법도 함께 안내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물건값은 제대로 받으시고 거스름돈은 정확히 주세요.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선한 사업주들은 선의로 장애인에게 덤을 주거나, 물건을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 잦습니다. 선한 뜻은 알지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물건값을 제대로 냈는데, 거스름돈을 안 주거나 적게 주는 일입니다. 실수일 수도 있고, 악의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발달장애인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선의와, 선의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또 악의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교육했습니다. 

이 교육을 마치고 스티커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촌스러우나, 스티커에 적힌 문구는 ‘꿈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스티커의 뒷면에는 위의 세 가지 행동강령이 담백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매주 교사의 손을 잡고 학교 인근 상가를 이용했습니다. 때로는 학교에서 키우는 동물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가기도 했고, 횟집에 가서 생선튀김을 먹기도 했습니다. 빵집에서 원하는 빵을 고르고 마트에서 과자를 사기도 했지요.

협약된 기관에 아이들이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물건 사기의 순서를 익혀 물건을 사는 것보다 상점 직원의 기다림으로, 친절한 안내로, 정직한 거스름돈을 거슬러 받는 것으로, 아이들은 물건 사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발달장애인을 위한 사회의 노력, 결국 ‘우리’를 위한 노력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일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베이비뉴스​
발달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 그 일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베이비뉴스​

이처럼, 장애인을 가르치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 사람들의 인식이 함께 변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안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는 개인의 준비와 사회의 준비가 함께 진행되어야 평범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정직하지 못합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초창기, 방과 후 반에 남은 아이들에게 대중교통 이용하기 과제를 낸 적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린이집 셔틀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아이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대중교통을 경험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때로는 자원봉사자를 붙여 아이들을 미행하게도 해보고, 버스에 탔을 때 나오는 부적응 행동이 염려되어 함께 탄 적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아이가 택시를 타고 어린이집에 오는 경험을 했는데, 아이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거스름돈을 제대로 받은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의 정직하지 못함에 화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개인적 궁금증, ‘왜 하나님이 세상에 발달장애인을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여기서 찾기도 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통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인류가 더불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우리가 사회에서 하는 ‘봉사’는 남을 돕는 게 아니라 나를 돕는 일이라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마찬가지로 발달장애인이 시설 밖, 세상에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삶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삶입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정직함을, 기다림의 여유를, 다양성의 존중을 회복해야 우리는 세상을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완전한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박현주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해 특수학교에서 근무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싶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됐다. 화성시에서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부모님들과 함께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동참해, 현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에서 장애영유아 발달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키우는 일, 육아에서 시작해 아이들의 삶까지, 긴 호흡으로 함께 걸음으로 서로의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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