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행복한 권리 지키는 국책연구기관 되겠다”
“아동이 행복한 권리 지키는 국책연구기관 되겠다”
  • 소장섭 기자
  • 승인 2021.05.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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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재임기간의 경영목표를 “아동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연구선도”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재임기간의 경영목표를 “아동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연구선도”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금까지 미래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아동을 ‘성장과 보호’의 대상으로 봐왔다면 아동을 존재 자체로서 행복할 권리를 갖는 대상으로 보고 아동 중심의 정책적 접근을 보완하는 방향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재임기간의 경영목표를 “아동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연구선도”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기관중심의 유아교육보육 정책에 더해 영유아시기부터 가정, 사회의 양육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도 정책적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영유아가족정책실을 신설해 가정의 양육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도 연구소가 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소장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나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재임기간 내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저출산 문제에 대해 “청년세대의 출산파업은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번아웃 키즈’(burn out kids) 세대의 백기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한 뒤, “번아웃 키즈 세대의 수동 공격을 멈추도록 하는 것은, 육아정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 스트레스도 줄이고 수도권 집중 문제도 해소하는 등 아이들이 태어나면 고생하지 않고 미래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가부장제 질서에서 살아오면서 자녀에 대한 훈육을 미덕으로 알아왔다. 그러한 문화에서 부모가 자녀를 때리거나 방임하는 것은 ‘남의 집안 일’ 쯤으로 치부돼 모른 척 하게 되는 수순으로 가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의 본질이 있다”고 분석한 뒤, “궁극적으로 아동에 대한 기본법을 만들어서 아동을 권리주체의 대상으로 승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추진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서비스 형평성 측면에서 이용기관 유형별로 교사의 급여에 따른 보육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야기되면 안 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는 특히 2021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교사 보수 수준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영유아의 국가인적 자원 육성을 위한 육아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가인적자원 육성을 위한 육아정책연구를 종합적·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유아교육과 보육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 정책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육아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 육아정책연구소의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잘 수행하려면, 육아정책연구소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박 소장은 “우리 연구소는 2005년 설립돼서, 이제 15년이 됐다. 육아정책에 대한 국책연구소임에도 아직 독립법인화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책 연구 기관이 26개가 있는데, 딱 하나 저희 연구소만 법인이 아니다. 기관장으로서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자 관계부처의 협조를 얻어 기관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힘들겠지만 우리나라의 육아정책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려고 한다.”

한편, 육아정책연구소는 전임 소장의 공익제보자에 대한 차별 대우 논란으로 몇 년째 조직 내부적인 갈등을 겪기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국가기관과 소송을 진행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박 소장은 취임을 하자마자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는 초고속 성장을 이뤄오면서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것들이 이제 인권과 권익의 토대에서 조직문화를 다듬어가는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연구소도 갈등을 겪었다. 저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이 갈등을 수습하고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대외적인 위상을 제고할 책임이 있다. 한편으로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내부 직원들을 보호하고 갈등을 치유할 책임도 무겁게 느낀다.” 

박 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4월 15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 위치한 육아정책연구소 내에 박 소장의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박 소장을 제외한 취재인력은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를 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한 가운데, 만남이 진행됐다. 박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박상희 소장님과 만나 뵙게 돼 정말 반갑습니다. 평생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일해오시다가 이번에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이 되셨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유아교육과 교수님으로 일하시다가, 육아정책을 연구하는 공공기관의 장이 되셨는데요. 조금 늦었지만, 소감이 어떠신지요?

“안녕하세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박상희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평소 베이비뉴스의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육아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주시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일하는 자로서의 교직원들과 아동교육 보육 현장 종사자들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현장에서 20여년 유아교사를 양성하고 보육교사 양성기관과 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지방 4년제 대학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유아교육 보육 정책의 역사와 함께 저도 성장해왔습니다. 더불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상담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관련 상담활동들을 진행하면서 인간발달의 초기와 가족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학문적, 실천적 활동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다는 칸트의 말을 좋아합니다.

저는 인간의 생애주기에서 유아기의 중요성에 대해 대학원 과정에서 쌓았던 이론을 실천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했습니다. 행복하고 안정적인 유아기를 통해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약자인 유아, 아동을 양육하는 분야의 인력들이 가져야 할 목표라고 봅니다. 모든 정책의 토대는 아동의 행복과 건강한 발달이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육아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에 온 것은 제게 또 다른 실천의 장이기도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아동들을 위한 정책이 제안되도록 하려고 합니다.”

-지난 1월 19일 임명장을 받으시고, 업무를 시작하셨습니다.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이제 업무 파악과 조직 적응을 마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올해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 재임기간 동안의 경영목표는 ‘아동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연구선도’입니다. 지금까지 미래인적 자원의 측면에서 아동을 ‘성장과 보호’의 대상으로 봐왔다면 아동을 존재 자체로서 행복할 권리를 갖는 대상으로 보고 아동 중심의 정책적 접근을 보완하는 방향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기관중심의 유아교육보육 정책에 더해 영유아시기부터 가정, 사회의 양육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도 정책적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영유아가족정책실을 신설해 가정의 양육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도 연구소가 더 관심을 기울이려고 합니다. 인간이 태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토대는 아동기에 이뤄지는 사회정서적 환경에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동들이 가정과 기관, 지역에서 격차 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동의 권리와 행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국가정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선 대선이 목전에 있는 만큼 유아교육 보육 문제의 정책에 관한 토론회나 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이슈, 재난대응과 대비를 위한 발달격차해소 등의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연구소는 2005년 설립돼서, 이제 15년이 됐습니다. 육아정책에 대한 국책연구소임에도 아직 독립법인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책 연구 기관이 26개가 있는데, 딱 하나 저희 연구소만 법인이 아닙니다. 기관장으로서 오랜 숙원을 해결하고자 관계부처의 협조를 얻어 기관승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힘들겠지만 우리나라의 육아정책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려고 합니다.”

-독립법인화에 대해서는 법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발의하는 방법이 있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것이 조금 원활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분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대부분 도와주시겠다고 합니다. 대개는 2년 정도 걸리는 거 같은데, 그걸 1년 반 정도로 단축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하여튼 제 임기 동안 반드시 해결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청년 세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나 육아휴직제 등이 잘 진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연공서열식의 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등 청년들의 삶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청년 세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나 육아휴직제 등이 잘 진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연공서열식의 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등 청년들의 삶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민국은 현재 매우 심각한 저출산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는, 대한민국이 1위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하는 이른바, 출산파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시는지요?

“비혼, 출산포기, 워라밸, 소확행. 청춘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몇 개의 키워드입니다. 지금 이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회적 현상일 수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일손을 늘려 농지를 개간하고 수확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의 확보였어요. 자식이 많은 것을 일컬어 다복하다고 했지요. 산업화 시대에도 인구는 자원이 없는 빈국의 나라를 일으키는 중요한 핵심자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저임금 노동력과 엄청난 교육열로 고속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지금의 청년세대들은 이처럼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로 놀이터보다는 학원에서 그들의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농경사회처럼 자식이 곧 화수분이기도 했던 시대도 아니고 낳으면 몇 억 들여서 공부시켜야하는 밑 빠진 독이 된지 오래되었는데요. 청년세대의 출산파업은 이제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번아웃 키즈’(burn out kids) 세대의 백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적한 바대로 본다면 근본적으로 청년세대들이 출산과 육아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세대들이 느끼는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요소들입니다. 통계청의 조사를 보면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2009년에는 43.8%였는데 2019년에는 28.9%로 대폭 감소했다고 합니다. 또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2년 동안 분만 건수는 감소했지만 상위 30% 이상 고소득층의 분만 비중은 증가했고 저소득층의 비중이 뚜렷이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이제 우리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는 슬픈 현실이지요.

젊은 세대에게 출산과 육아란 기성세대와 국가에 대한 ‘수동공격형 저항’이라고 봅니다. 번아웃 키즈 세대의 수동 공격을 멈추도록 하는 것은, 육아정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입시 스트레스도 줄이고 수도권 집중 문제도 해소하는 등 아이들이 태어나면 고생하지 않고 미래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청년 세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나 육아휴직제 등이 잘 진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연공서열식의 사회 구조를 개혁하는 등 청년들의 삶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적용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신가요?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인구 분야에 대한 정부의 많은 노력이 보입니다. 저출산 대책을 중심으로 본다면 이제까지의 출산율이라는 통계에서 조금 벗어나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부분이 강합니다. 또 가장 부담이 큰 임신과 출산 전후 시기의 육아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제도도 보완하고 보육지원제도도 영아수당으로 일원화해 매년 지원액을 높여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영유아시기의 양육부담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이 계속 돼오고 있지만 문제의 근본은 무한경쟁의 입시와 취업까지의 과도한 비용들이 우리사회에서 양육에 소요된다는 것을 직시해야한다고 봅니다. 출산 전후까지의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대학까지의 교육비용과 분리 독립을 하는 데 드는 양육비용이 더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제도, 수도권 집중, 경력단절 없는 일할 권리의 보장, 성평등 육아 등의 문제가 저출산 문제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은 전체적인 목표와 지향점들은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서 이야기한 수도권 집중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더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지방 사람들은 아이를 조금 낳는 편인데 수도권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까운 주변에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못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서양에 비해 짧은 역사 동안 다양한 가치관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여 수용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거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결국 인구 정책인데,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외부인들을 포용함으로서 해결한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주민 정책은 어렵다고 봅니다. 서양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그 노예들을 자국민으로 만들었던 역사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제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단일민족이라는 것입니다. 그 의식이 매우 강해서 타 민족을 배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와 다른 이민족들에 대한 연대와 환대의 인식이 먼저 갖춰져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넘어 연대와 환대로 그들을 대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이주 노동자들도 우리나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운데요, 중국 엄마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지지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저희가 썼는데, 댓글을 보면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무상보육 문제를 집중적으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무상보육은 매우 중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이 도입된 과정을 보면, 굉장히 정치적으로 결정이 됐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와 같은 기관이 기초 연구를 하고, 단기계획과 중기계획, 장기계획을 세워 정책을 만든 게 아니라 포퓰리즘에 의해서 정권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무상이라는 키워드를 붙인 정책들이 나오곤 하는데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그 정책 대상자인 아동의 입장에서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처음부터 격차 해소를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유치원에 다니든지, 어린이집에 다니든지 동일한 보육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우리나라 육아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져 있고 또 그 안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기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에 오지 않는 어린이들에 대한 정책 등 세부적인 부분들을 봐줘야 되는 겁니다. 

아동의 입장에서, 정책의 방향이 어른들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토대로 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연령에 따른 교사와 아동의 비율, 적정한 보육 시간 등을 아동의 입장에서 확보하는 것 등이 더 논의돼야한다고 봅니다.”

-그 외에 육아정책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연구가 있다면 어떤 분야인가요 ?

“제가 교수로 일하면서 어린이집 원장을 겸한 적이 있는데, 발달에 격차가 조금씩 있는데 영아기에는 발달격차가 적다가도 연령이 높아지면 장애로 판명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애가 있는 경우, 그 시기에 반드시 중재가 들어가야 됩니다. 중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이들이 중재의 기회를 못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현장에서 교사들이 다 케어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아동학대의 굉장히 중요한 본질이라고 봅니다. 교사들이 너무 힘들거든요. 그 아이들을 전담해주는 발달지원인력들이 있어야 됩니다. 

지금은 공적체계에서 도움을 주지는 못하고 있고 민간 영역 즉 부모가 교사가 다 떠안고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재임하는 중에 이것을 좀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 경계선 상에 있는 아이들을 판별해 내고, 국가의 중재 체계로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만 3세 이전부터 적용될 수 있는 체계를 조금이라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아동 정책과 관련해 "아동의 입장에서, 정책의 방향이 어른들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토대로 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된다는 게 제 입장이다. 연령에 따른 교사와 아동의 비율, 적정한 보육 시간 등을 아동의 입장에서 확보하는 것 등이 더 논의돼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아동 정책과 관련해 "아동의 입장에서, 정책의 방향이 어른들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토대로 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된다는 게 제 입장이다. 연령에 따른 교사와 아동의 비율, 적정한 보육 시간 등을 아동의 입장에서 확보하는 것 등이 더 논의돼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어렸을 때의 정책들이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입시와 대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에 대한 지원은 매우 부족하고, 국가에서 관심이 많지 않은 거 같습니다. 이런 불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사회 분위기도 맞춰져 있고, 국가도 입시 정책에만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영유아기 정책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특히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처우를 보면 아주 열악한 실정입니다.

“처우도 임금도 그렇고, 돌봄을 하는 사람에 대한 폄하가 너무 심합니다. 정책을 선전을 할 때는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별로 중요한 대상이라고 보지 않는 겁니다.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육아정책연구소도 26개 기관 가운데 가장 위치가 낮고, 임금도 정말 취약합니다.

예를 들어서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교수로 있으면서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 강사를 했는데, 쉼터의 예산이 아주 적다보니 저 같은 강사나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낮았습니다. 거의 자원봉사에 가까운 처우였습니다. 

그 쉼터의 종사자들은 최저 임금입니다. 사실 최저임금도 못 받다가 최저임금 제도가 생긴 다음부터 최저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방지를 이야기하면서도 가장 아래 단위에 대한 처우가 이런 현실입니다.

그리고 학대 피해 아이들은 대게 절대적인 빈곤층입니다. 부모의 실직 등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겁니다. 아동학대가 심한 경우에 쉼터로 들어가고 그룹홈에 가게 되고, 그러다가 나중에 청소년이 되면 청소년 쉼터에 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청소년 상담 전화 활동을 저희 제자들한테 많이 시켜봤는데, 청소년 아이들이 자살하겠다고 하면, 119에 전화해 구해주는 활동입니다. 박사들이 한 달에 100만 원을 받고 3교대로 날밤을 새가면서 전화 상담을 받는 겁니다. 예산이 떨어지면,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하고 그러면 또 자원봉사를 하게 됩니다. 돌봄 노동에 대해 아직까지는 민간에 너무 많이 의존을 하고 있는 현실이 많습니다.

다른 폭력 피해보다는 아동학대 피해에 더 많이 예산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 이유가 뭐냐면 평생 트라우마이기 때문입니다.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재학대를 겪다가 성매매 피해자 등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여성 쉼터 같은 데를 평생 돌아다니게 되기도 하더군요. 트라우마가 생겼을 때 상담 프로그램이 굉장히 중요한데 상담인력들이 또 별로 없습니다. 학대하는 부모나 아동들에 대한 사후 관리가 잘 돼야 재학대와 학대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하부 단위의 것들을 잘 들여다보는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아동에 대한 기본법을 만들어서 아동을 권리주체의 대상으로 승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요. 의사 등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서, 아동학대를 처음 발견하게 되는 의사들이 반드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애매하게 돼 있는 현재의 법령을 먼저 손보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무상보육입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보육료를 제대로 인상하지 않고 있어서, 보육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무상보육을 하겠다고 하면서, 보육료를 제대로 올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보육료는 매해 인상하고 있습니다. 복지부에서도 매해 보육료를 인상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현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보육료를 위한 예산 확보는 쉽지 않습니다. 

무상보육에 따른 정부지원단가(보육료)는 표준보육비용 등을 반영, 예산 범위 내에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영유아보육법 제34조 제4항), 무상보육이 곧 전액지원은 아닐 수 있습니다. 또한 무상보육은 부모 서비스 이용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므로, 무상보육이 곧 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아동의 출발선 평등 차원에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유아의 부모 부담분을 지원하거나 필요경비(특별활동비 등)가 높아 저소득층 가구의 보육료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매해 그 상승률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보육료 인상 외에 보조교사, 연장교사 예산확보를 함께 노력함으로써 보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보육료 수치 하나만으로 보육의 질을 평가할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보육료가 인상되지 않아서 보육의 질이 낮아진다 이런 원인 결과 관계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동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린이집을 통해 충족시켜야 할 교육‧보육‧돌봄의 공적체계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아동과 부모, 교직원의 관점에서 보육서비스에의 양적‧질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비용 산정이 보다 세밀한 산출 기준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3년에 한 번씩 표준보육비용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의 보육료 수준과 최신 표준보육비용 조사결과를 비교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올해 보육료는 부모지원과 기관지원을 합해서 0세는 101만 2000원, 1세 71만 3000원, 2세 54만 7000원, 3~5세는 민간/가정은 지역별 상한액이 모두 다릅니다.

2019년 발표된 표준보육비용은 0세 101만 7000원, 1세 71만 4000원, 2세 58만 원으로 올해 보육료는 2019년 발표한 표준보육비용 수치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다만, 표준보육비용은 50인을 기준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기관 규모에 따라 현재의 보육료 수준에 대한 체감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표준보육비용 이하로, 보육료가 책정되지 않도록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이뤄졌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엄청나게 발의됐고, 여야의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표준보용비용의 현실 적용,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어린이집에서 영유아를 보육하기 위해 소요되는 보육비용은 기관의 규모, 지역, 유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표준보육비용은 50인 규모의 어린이집을 가정하고 산정하기 때문에 이 수준을 무조건 보육료 기준으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다양한 현장의 보육비용이 파악되고 어린이집 규모, 유형, 지역 등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체계로 개편했을 때 계측되는 수준에 맞춰 보육료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표준보육비용을 ‘법정기준에 따른 보육과정의 운영을 위한 아동 1인당 소요비용’으로 개념화할 경우 현행 정부의 보육료지원단가는 법정 기준인 최소 수준을 준수하는 데에도 못 미치는 정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어린이집 운영 요건에 대한 법적 기준의 정비가 우선돼 이에 따라 표준보육비용도 개선돼야 할 것입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표준보육비용 산정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고, 무상보육에 따른 정부지원단가(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의 적용항목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향후 표준보육비용과 정부지원단가와의 관계는, 현행 법정기준으로부터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수준의 정부지원단가 산정으로 단계적으로 모색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교사대아동비율과 기본보육-연장보육의 교사 배치와 같은 법적기준이 세밀하게 논의돼야, 이러한 운영기준에 근거해 산출되는 표준보육비용의 적용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어린이집 운영기준의 마련에 대해 충실히 논의하고, 이것이 실제 어린이집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보육료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보육교직원 인건비이고, 그다음이 아이들의 급식비입니다. 급식비는 재작년에 기획기사를 써서 문제를 공론화해서, 작년에 종전 1750원에서 1900원으로 소폭 인상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우리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의 급여 명세서’라는 타이틀로, 5번 기획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를 통해 어린이집 선생님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현실을 짚었습니다. 어린이집은 여러 유형이 있는데, 유형별로 보육교사의 처우가 현재 다릅니다. 국공립어린이집만 호봉제가 적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는데요. 저희가 조사를 해보니, 선생님들의 급여 수준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었습니다. 보육교사 처우개선,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지나친 사농공상의 사회입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하면서 교육이 우선이고, 돌봄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하관계로 보는 것입니다. 

유치원교사들은 업무시간이 짧고, 어린이집 교사들은 깁니다. 유치원 교사들은 방학이 있지만, 어린이집 선생님은 없습니다. 격차 해소를 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고 안아주는 환경은 발달에 절대적인데 육아를 하는 부모, 교사가 편안하고 행복할 때 아이들도 편안한 성장과 발달을 하는 것이겠지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도 있지만 어린이집 내에서도 격차가 있습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는 인건비를 지원하나,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경우는 정부미지원 기관으로 보육료 수입으로 교사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므로 정원총족률이 낮은 기관에서는 재정적 어려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의 경우도 높은 정원충족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일정 급여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반면 상황에 따라서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도 호봉을 온전히 반영한 급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형평성 측면에서 이용기관 유형별로 교사의 급여에 따른 보육서비스의 질적 차이가 야기되면 안 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는 특히 2021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교사 보수 수준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제3차 중장기보육계획 2021년 시행계획, 보도자료, 2021년 2월 22일). 보다 근본적으로, 특히 누리과정 교사의 경우는 이용기관에 따른 서비스 질의 격차가 야기되지 않도록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양성체계를 일원화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급여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편으로 급여의 임금수준도 중요하지만, 1일 8시간 근무(노동)와 휴게시간의 준수, 기본 보육과정 외 연장보육에 대한 별도의 전담교사 배치 등 근로여건 개선이 중요하므로 정부는 이에 대한 노력도 함께 지속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사의 책무와 업무량이 과중한 것이 엄연한 현실인 상황에서 교사대아동비율의 개선, 문제행동 아동에 대한 보육, 서류업무 등 교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사의 임금수준의 향상뿐만 아니라 교사들 간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우선순위를 가지고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보육의 질 확보를 위한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과 관련해, "정부가 2021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교사 보수 수준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특히 누리과정 교사의 경우는 이용기관에 따른 서비스 질의 격차가 야기되지 않도록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양성체계를 일원화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급여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박상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은 보육의 질 확보를 위한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과 관련해, "정부가 2021년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의 교사 보수 수준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보다 근본적으로, 특히 누리과정 교사의 경우는 이용기관에 따른 서비스 질의 격차가 야기되지 않도록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양성체계를 일원화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급여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근 엄청나게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진단을 듣고 싶습니다. 가정과 기관, 양쪽에서 모두 터져 나오고 있고, 그 범죄 행위 내용도 매우 충격적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려면, 어른들의 인권 의식 수준이 높아져야 할 거 같은데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우리사회는 오랫동안 가부장제 질서에서 살아오면서 자녀에 대한 훈육을 미덕으로 알아왔지요. 그러한 문화에서 부모가 자녀를 때리거나 방임하는 것은 ‘남의 집안 일’ 쯤으로 치부돼 모른 척 하게 되는 수순으로 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아동학대의 본질이 있다고 봅니다. 아동학대는 다시 재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친권주의의 한계가 가져오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가 반복되는 이 불행의 사이클은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우리 사회의 아동의 지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폭력이란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행사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지위는 헌법상 제 31조 제 2항의 보호자의 자녀교육 의무, 32조 5항의 연소자의  근로보호, 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존엄과 평등을 말하고 있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아동’이라는 용어를 적시하지 않고 ‘자녀’, ‘연소자’라는 용어로 적시해 가족생활에서 보호의 대상이나 객체로 표현하고 있어 아동을 주관적 권리의 주체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아동을 단지 부모에 귀속된 존재로 보기 때문입니다. ‘친권주의’가 강해서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후 자살을 한 경우에도 ‘동반자살’이라고 표현하지요. 아동의 의사를 물어본 것은 아닐 텐데요.

다른 폭력에 비춰 아동학대만이 갖는 폭력의 본질은 가해자가 보호자라는 슬픈 현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 아동권리보장원의 분석에서도 가해자가 부모인경우가 77%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피해아동이 원가정보호지속인 경우도 82%에 해당하고 다시 재학대로 신고되는 경우도 1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가해자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자세는 재학대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의 트라우마는 자기표현이 서투른 시기의 아동들이 평생을 안고 갈 상처와 학대의 기억이라는 진실에 주목해야합니다. 인생의 초기에 받았던 부정적양육의 상처에 대한 연구는 정신의학의 역사와 일치해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동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주체임을 분명히 알아야하고 재학대방지와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소장님 리스크’가 몇 년간 계속돼 왔습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차별대우 문제가 계속돼 왔습니다. 소장님께서는 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어떻게 처리하고 있으신가요?

“우리 육아정책연구소는 최근 몇 년간 연구소 내 인력의 초과수당 문제와 관련돼 여러 소송에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그 문제가 진행되면서 국가인권위, 권익위 등과도 소송이 진행 중이고 일부는 결론이 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본질은 어디가고 연구원 내부에서 서로 반목하는 일들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공익제보자가 받은 상처도 컸고 연구원들도 본인들이 일으킨 일도 아닌데 사후 책임을 다 떠맡게 되기도 하면서 갈등과 상처가 깊어졌습니다.

우리 사회는 초고속 성장을 이뤄오면서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것들이 이제 인권과 권익의 토대에서 조직문화를 다듬어가는 중에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연구소도 갈등을 겪었습니다. 저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이 갈등을 수습하고 국책연구기관으로서 개인의 인권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대외적인 위상을 제고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내부 직원들을 보호하고 갈등을 치유할 책임도 무겁게 느낍니다. 

그러한 원칙으로 일을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우리 육아정책연구소는 사회적 약자인 영유아들을 위한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있는  말씀을 빌어 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끝’입니다.”

-[1터뷰] 육아정책연구소가 보다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를 소개해주시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실 것인지 국민 여러분께 의지와 포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박상희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전공하고 난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유아교육을 20여 년 동안 가르쳐왔습니다.

인간의 유아기라고 하는 것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또 그를 통해서 건강한 성인으로서의 발달을 이뤄가는, 그런 기초를 닦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육아정책은 지금까지는 기관 중심의 유아교육, 보육의 필요한 정책들을 집행하는, 정책 위주의 기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출산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현상이 됐습니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니까, 189개 나라 중에서 189위, 그야말로 정말 꼴등인 것이죠. 아이 한명 한명이 귀중한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아동학대 뉴스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 현상을 갖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행복한 사회인가, 그런 고민들을 다함께 해야 하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정책연구소장으로 생각하는 아동을 위한 최선의 정책은, 단순한 보호나 교육의 대상자가 되기보다는 그 자체가 권리를 갖는 기본권을 갖는 존재로서 우뚝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정책의 수요 대상자인 유아 입장에서 많은 정책이 실행되도록 하는데 더 많은 방점을 두고자 하고 있고요. 아동의 행복과 더불어서 부모가 육아를 하는데 있어서 본인들의 역량을 더 키워가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 그런 국가를 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자 합니다. 

그래서 유아기부터 평등한 출발, 공정한 출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유아교육과 보육 정책이 실시되도록 저희 연구소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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